제재 대신 시정·개선 중심으로 체계 전환 중소기업 부담 완화
품질 검증 유지 속 1600여 품목 관리 지속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한국전력이 전력 기자재 관리체계를 30년 만에 손본다.
제재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 예방과 시정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도 품질 검증은 유지해 공급 안정성과 산업 부담 완화를 동시에 추진한다.
한국전력(사장 김동철, 이하 한전)이 기자재공급자 관리지침을 전면 개편한다. 품질과 안전을 유지하는 틀은 그대로 두되 제재 위주의 관리 방식에서 예방과 시정 중심으로 운영 기조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한전은 변압기, 개폐기 등 전력공급에 필요한 주요 기자재 약 1600여 개 품목에 대해 사전등록을 거친 업체에만 입찰참가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공급자를 관리해 왔다.
이번 개편은 1997년 등록제도 도입 이후 처음 이뤄지는 전면 개정이다.
기존에는 등록정지나 취소 등 제재 규정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문제 발생 시 소명과 개선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관리 체계가 바뀐다.
유자격 등록정지(3개월~2년)와 등록취소(재등록 2년 제한) 규정은 삭제된다. 입찰담합이나 서류 위조 등 중대한 위반 행위는 국가계약법에 따른 부정당업자 제재로 일원화된다.
일부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소명 및 시정 절차를 도입해 개선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일정 기간 내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관리 조치를 유지하는 구조다.
다만 품질 관리 기준과 검증 체계는 그대로 유지된다. 품질이 미흡한 기자재는 재검증을 통해 기준을 충족하도록 관리한다.
전력 기자재는 도로변, 건물 안, 주택 앞 등 생활 공간과 맞닿아 있어 불량 발생 시 화재나 감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연간 25만여 건에 달하는 전력설비 작업과 일평균 1만7900여 명의 작업자 안전 측면에서도 품질 관리 중요성은 크다.
정전이 발생할 경우 반도체, 화학, 제조 산업의 공장 가동 중단과 데이터센터 장애 등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기자재 품질은 전력 공급 안정성과 직결된다.
한전은 그동안 서류·현장 심사와 공인시험기관 시험을 통해 품질을 관리해 왔고 2006년부터는 품질 등급제를 운영해 공급사별 성과를 반영해 왔다.
우수 업체에는 납품검사 면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하위 업체에는 성능확인시험을 시행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관리 체계는 국내 전력 기자재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2025년 약 160억달러 규모 수출을 기록했고, 향후 수주 잔액도 40조 원 이상이 예상된다.
이번 개편에는 중소기업 부담 완화 방안도 포함됐다. 배전 기자재 공급자의 필수 인력 보유 기준을 완화하고, 직접생산 확인기준 위반 시 재등록 제한기간을 3개월에서 1년 사이로 차등 적용한다.
또 성능확인시험 비용의 50%를 최초 1회 지원해 중소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김동철 사장은 “전력 기자재 품질은 국민안전 및 AI시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면서 “품질관리에 더욱 최선을 다하면서도 불합리한 규제는 계속 정비해 중소기업 부담을 덜고 상생 협력을 확대해 가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기자재공급자 관리지침 개정안을 4월 중 사전 공개하고,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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