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과거보다 수급 불균형 오래갈 것"
中 반도체 기술 韓보다 4년 뒤처져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K-엔비디아 프로젝트' 민관 합동간담회에서 AI 반도체 기업인 리벨리온 제품이 놓여 있다. 뉴시스
인공지능(AI) 수요를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확장 국면을 이어가며 내년 상반기까지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미국·이란 전쟁 여파에 따른 공급 차질도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한은이 12일 발표한 ‘글로벌 반도체 경기 확장세 지속가능성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수요는 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과거 확장기보다 제약이 커 수급 불균형이 더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가장 큰 특징은 AI 투자 확대에 따라 메모리 제품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전 품목으로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AI용 서버 확충으로 고성능 연산을 담당하는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고, AI 추론 성능을 높이기 위한 범용 D램 수요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반면 공급 확대 속도는 더디다. 한은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의 신규 공장이 순차적으로 완공되는 내년 이후에야 공급 여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인 SK하이닉스 용인 캠퍼스와 마이크론 신규 공장은 내년 하반기부터, 삼성전자 평택 5공장은 2028년부터 생산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여건을 고려할 때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중동 사태에 따른 리스크도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유가와 금리 상승,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센터 투자 지연 움직임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기존 투자 계획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전쟁 장기화는 변수로 지목된다.
중국 메모리 기업의 약진 역시 주요 변수로 꼽힌다. 한은은 현재 중국의 기술 수준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D램 분야에서 국내 기업 대비 약 4년 뒤처진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공격적인 증설이 이어질 경우 시장 영향력은 점차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주욱 한은 국제무역팀 과장은 "중국 기업도 채산성 개선에 따라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며 "중국 기업의 공격적인 증설은 범용 D램의 수급 불균형 완화 시점을 앞당기고, 가격 하방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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