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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글 살리자더니 판치는 약어…'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 유명무실

경기도와 도내 일선 시·군의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가 실효성을 잃은 채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글 살리자더니 판치는 약어…'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 유명무실

정제 안된 외래어·외국어 남발

화성 등 일부 시군 계획조차 無

조례 규정된 내용도 못 지켜

경기도청 전경. /사진제공=경기도

경기도와 도내 일선 시·군의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가 실효성을 잃은 채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군마다 올바른 공공언어 사용을 위해 '국어책임관' 지정 등을 명문화했으나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어, 한글날을 계기로 대대적인 제도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7일 도내 기초자치단체에 따르면 도내 대다수 시·군은 공공기관의 올바른 국어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국어책임관을 지정·운영 중이다.

국어책임관은 알기 쉬운 정책 용어 개발·보급, 바른 문장 사용 장려, 공공기관 구성원의 국어 능력 향상 등의 시책을 수립·추진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현장의 국어책임관 제도는 심각한 운영상 한계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 문화 부서 담당 과장이 본래 업무를 겸임하는 구조여서, 매일 배포되는 수많은 정책 보도자료와 사업 안내문에 대한 사전 점검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국어책임관이 지정된 지자체에서 배포하는 보도자료에서도 정제되지 않은 외국어와 외래어가 남발되고 있다.

A 지자체는 '업무협약'이나 '지식재산권' 대신 'MOU', 'IP' 같은 영문 약어를 그대로 사용했고, 'G-노믹스', '페스타노믹스' 등 시민들이 이해하기 힘든 합성 신조어까지 남발했다.

조례에 규정된 내용도 지켜지지 않았다. 지자체장은 관련 규정에 따라 5년마다 '국어 진흥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하지만, 화성시와 고양시 등 일부 시·군은 기본 계획조차 세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역시 '국어바르게쓰기위원회'를 두고 행정 용어 순화와 정책사업 명칭 자문·심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회의는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서면 심의를 제외한 대면 회의는 단 1회에 그쳤고, 올해는 대면 회의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앞서 도는 2021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시민감사관 8명과 함께 29개 실·국을 대상으로 '공공언어 바르게 쓰기' 특정감사를 벌였다. 당시 순화 대상인 ▲'통보'(→알림, 3323회) ▲'송부'(→보냄, 2029회) ▲'홈페이지'(→누리집, 1802회) ▲'道'(→도, 1706회) ▲'의거'(→따라, 1368회) 등 수천 건의 지적 사항이 쏟아졌다. 그러나 전국 최초 감사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현장에서는 공공언어 오용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조례상 규정은 돼 있지만 실제로 국어 진흥계획을 제대로 세워 추진하는 시·군은 거의 없다”며 “공공언어나 조례 자체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워낙 낮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려 방치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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