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리 진행에…야 “북한 눈치” 여 “정쟁화 말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 러시아에 파병됐다 우크라이나 측 포로가 된 북한군 2명이 최근 한국에 이송된 사실이 공개됐다. 정부는 신변 안전과 국제법 원칙 등을 고려해 이들의 입국을 비공개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보당국 보호아래 치료하며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취재를 종합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최근 북한군 전쟁포로 2명을 대한민국으로 보냈다”고 밝힌 뒤 정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사자와 가족의 신변 안전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만큼, 개별 인원의 신병 처리 여부나 시기·경로 등은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4일 엑스에서 “공개로 생길 여러 문제를 생각할 때 비공개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타당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군 포로와 가족의 안전 등을 이유로 이들의 한국행을 물밑에서 추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5일 멕시코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용히 처리해야 신속하고 원만하고 안전하게 처리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우크라이나와 협의하는 과정에서도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처리한다는 데 양해가 있었고, 이는 가족의 안전이나 인권을 고려해 그렇다”고 말했다.
이들의 신분을 고려하면 포로의 국내 소재 노출 시 다른 북한이탈주민보다 신변 위협이 커질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귀순 사실이 알려진 고위급 인사나 본인이 공개 활동에 나선 경우를 제외하면, 북한이탈주민의 입국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대다수 북향민(북한이탈주민)은 신변 보호 등을 이유로 입국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다”며 “이미 얼굴이 알려졌다 하더라도 입국 사실이 공개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의 결정에는 북한군 포로의 의사가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군 포로 2명은 지난해 1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뒤 언론 인터뷰나 시민단체가 공개한 편지를 통해 한국행 의사를 밝혀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사자의 희망과 국내법·국제법적 기준, 인도주의적 원칙에 근거해 일관된 원칙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례적인 포로 이송 사실 공개에 “아쉽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이 북한군의 전쟁 개입이 국제법 위반 행위라는 점 등을 강조하기 위해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을 공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1월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북·미 대화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신중한 대응을 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러시아 파병군을 영웅화하는 상황에서 포로의 한국행에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이 사실상 공개된 상황이지만, 정부는 한반도 정세와 포로의 안전을 위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수 야권은 정부의 비공개 북한군 포로 이송을 두고 북한 눈치 보기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페이스북에 “북한 정권 눈치 봐서 저러는 거 국민들이 다 아는데 갑자기 ‘북한 주민 인권 때문’이라고 사기 치면 국민들이 비웃는다”고 썼다.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포로의 생명을 정치적 공격의 소재로 삼는 것은 반인도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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