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일본 언론이 배우 하영씨의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을 잇달아 보도하며 한국 사회의 ‘후손 책임론’을 정면으로 짚었다. 본인이 겪지 않은 조상의 과거로 인해 비판받는 게 타당한지를 두고 국경을 넘은 논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13일(현지시간) 보수 성향 일본 매체 JB프레스는 관련 보도에서 “한국 연예계에는 오래전부터 따라다니는 주홍글씨가 있다”며 “다름 아닌 ‘친일파의 자손’이라는 낙인”이라고 짚었다.
매체는 하씨가 일제강점기를 겪지도, 만난 적도 없는 증조부의 과거 행위로 비판받는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전했다. 특히 “한국 연예계에선 인기를 얻으면 당사자의 과거뿐 아니라 부모, 형제, 심지어 조상의 행적까지 파헤쳐진다”며 “그중에서도 ‘친일 선조설’은 한국인을 가장 격분하게 만드는 소재”라고 덧붙였다.
이 매체는 과거 유사한 논란을 겪었던 다른 한국 배우 사례도 함께 소개하며 “한국 사회가 진정 경계해야 할 건 역사를 잊는 일이 아니라, 역사가 현재를 사는 사람을 심판하는 도구가 되는 현실일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후지뉴스네트워크(FNN)에는 후지TV 객원 해설위원 가모시카 히로미 교수의 칼럼 ‘한국에서 친일이 갖는 무거운 의미’가 실렸다.
가모시카 교수는 “SNS에선 사실과 근거가 부족한 의혹으로 ‘이완용을 구하고 고종을 독살한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비난까지 퍼졌다”며 하씨의 사과에도 하차·은퇴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에는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이 있다”며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뿌리 깊은 인식이 이번 논란의 배경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선조의 행적을 검증하는 것과 후손에게 사회적 제재를 가하는 건 별개 문제”라며 “증조부 의혹을 이유로 방송·광고가 비공개되는 상황은 현대판 ‘연좌제’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확인된 행위와 근거 없는 의혹, 선조와 후손, 역사적 책임과 현대의 정치적 공격은 구분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친일’이라는 말의 적용 범위가 끝없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실무근”이라더니 하루 만에 인정
이번 논란은 하씨가 지난 7일 방송에 출연해 4대째 의사 집안이라는 가족사를 공개하며 시작됐다. 방송 이후 그의 증조부가 일제강점기 의사 안상호로 알려지면서 친일 의혹이 제기됐다.
안상호는 국비 유학생으로 일본에 건너가 1902년 도쿄자혜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인 최초로 일본 의사 자격을 취득한 인물이다. 조선왕조실록과 한국의사학회지 등에는 그가 촉탁의·전의 촉탁으로 순종과 고종의 건강을 살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문제는 그가 대표적 친일 단체인 대정친목회에서 이완용과 함께 활동했고 조선총독부 기관지를 통해 내선일체 선전에 나섰다는 의혹이 함께 제기됐다는 점이다.
논란 초기 대응은 순탄치 않았다.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0일 안상호가 증조부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친일 의혹 자체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가 하루 만인 11일 입장을 뒤집었다.
소속사는 “추가 확인 결과 안상호 선생이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는 기록이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했다”며 “충분한 검증 없이 성급히 답변해 혼란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후 하씨 본인도 지난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필 사과문을 올려 “큰 실망과 상처를 안겨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가족을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로 증조부의 삶을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무지한 상태로 여러 자리에서 증조부에 대한 이야기를 가족의 자랑처럼 꺼내 왔다”며 “일제강점기라는 뼈아픈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족사를 가볍게 언급했던 것을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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