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연합]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전 세계에서 한국만 망 사용료를 부과한다고 주장한 가운데, 사실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과 넷플릭스가 이미 프랑스에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 데다가 최근 독일 법원도 메타에 망 사용료 지급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망 사용료 논란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은 향후 진행될 한·미 무역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29일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엑스·옛 트위터)에 "세계 어느 나라도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에 인터넷 트래픽을 전송할 때 망 사용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한국만 제외하고"라고 적었다.
이는 USTR이 미국 수출업자들이 직면한 '외국 무역장벽' 사례를 열거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USTR은 "일부 국가가 미국산 수출을 막기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 믿기 어려울 정도"라며 여러 사례를 들면서 그중에서 한국 망 사용료 문제를 언급했다.
◆사실과 달라…구글·넷플릭스, 프랑스에 망 사용료 지급
미국 USTR의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구글과 넷플릭스는 프랑스 공정거래위원회를 거친 분쟁과 법정 소송 끝에 프랑스 1위 통신사인 오랑주(Orange)에 망 사용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 협상 막바지에 구글이 망 사용료 대신 프랑스 현지에 임시 데이터 저장소인 캐시서버 설치 비용을 내겠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구글은 지난 2013년부터 오랑주 망을 직접 연결하고 페이드 피어링(직접접속) 계약을 체결,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또한 올해 2월 독일 법원은 메타가 도이치텔레콤의 네트워크를 이용한 대가로 약 3000만유로(약 520억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지난 2021년 메타가 망 사용 대가 지불을 중단하자 도이치텔레콤이 제기한 항소심 결과다.
나아가 유럽연합(EU)은 '디지털네트워크법(DNA)'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의 독과점에서 탈피해 EU 차원에서 5G·6G 등 초고속 통신 인프라 투자를 촉진하고, 파편화된 유럽 통신 시장을 단일화해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법안이다.
올해 1월 발표된 초안에는 망 이용 계약과 관련해 통신사업자와 다른 이해관계자 간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생태계 내 협력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과 자발적 조정 제도 도입 근거를 법령에 규정했다.
◆전체 트래픽 1/3 쓰는 구글, 망 사용료는 한 푼도 안 내
문제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대규모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 망 사용료는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부가통신사업자별 트래픽 현황'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트래픽 비중은 구글이 31.17%로 압도적 1위다. 넷플릭스(4.88%), 메타(4.39%)도 상위권이다. 이들의 트래픽 비중은 네이버(4.86%), 카카오(1.26%), 티빙(1.92%) 등 국내 기업을 압도한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것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어 역차별 논란도 꾸준히 나온다. 네이버는 2017년 자사의 2016년 망 이용 대가 납부액이 734억원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2016년 매출의 1.8%에 해당한다. 카카오도 2016년 매출의 2.0% 수준인 약 300억원의 망 이용 대가를 지급했다.
구글 로고 [출처=구글]
◆美 진짜 목적은 한·미 무역협상 압박용?
통신업계에서는 2016년부터 망 유지·증설 비용을 글로벌 빅테크도 함께 부담해야 한다며 망 사용료를 지급하라고 촉구해 왔다.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망 사용료 논쟁에 미국이 다시 불을 붙인 것은 향후 진행될 한·미 무역협상에서 우리나라를 압박하기 위한 용도라는 분석이다.
지난해부터 미국은 우리나라의 '디지털 무역장벽' 중 하나로 망 사용료를 콕 집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한 USTR은 지난달 31일 발간한 올해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도 한국의 망 사용료 문제를 서비스 분야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보고서는 "2021년 이후 국회에서 외국 콘텐츠 제공사업자가 한국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업자에게 망 사용료를 지급하도록 요구하는 다수 법안이 발의됐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디지털 무역장벽 중 하나로 꼽힌 구글의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제한이 장고 끝에 승인된 것처럼 망 사용료도 비슷한 도구로 쓰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ICT업계 관계자는 "망 사용료 논란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비용·형평성 문제에서 나아가 이제 통상 이슈로 떠올랐다"며 "단일 업체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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