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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학점 F 받아도 OK…‘산 정상’ 찍으면 주는 파격 장학금 정체

학점도, 소득도, 수상 실적도 보지 않는다. 장학금을 받기 위한 조건은 단 하나, 등산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산행 인증’을 기준으로 내건 이색 장학금을 처음 도입했다. 모집 정원의 6배가 넘는 학생이 몰렸다.

장학금을 기부한 권준하 신익산화물터미널 회장. 사진UNIST

학점도, 소득도, 수상 실적도 보지 않는다. 장학금을 받기 위한 조건은 단 하나, 등산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산행 인증’을 기준으로 내건 이색 장학금을 처음 도입했다. 모집 정원의 6배가 넘는 학생이 몰렸다.

UNIST는 ‘미산(彌山) 개척자(Pioneer) 장학금’ 신청을 받은 결과 당초 선발 예정 인원인 150명의 6배가 넘는 978명이 지원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쟁률 6.5대 1이다. 여름방학 중 모집이 이뤄졌는데도 신청자가 몰리자 장학금을 기부한 권준하 신익산화물터미널 회장은 장학금의 취지와 학생들의 참여 열기를 고려해 선발 인원을 350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미산 개척자 장학금은 성적이나 경제적 형편 대신 산행 실적만으로 장학생을 선발한다. 선발된 학생들은 활동 기간(7월∼내년 1월) 영남알프스 주요 봉우리와 대학이 지정한 설악산 등 국내 명산을 오른 뒤 인증 앱을 통해 완등 실적을 제출해야 한다. 기간 내 6회 이상 완등하면 70만원, 3~5회는 30만원의 장학금이 지급된다.

UNIST는 지난 13일 권 회장과 박종래 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5억원 규모의 ‘미산 개척자 장학금’ 펀드 기탁식을 열었다. 장학금 슬로건은 ‘정상을 향한 도전, 세상을 바꾸는 과학기술 개척자’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산행을 통해 체력뿐 아니라 도전 정신과 공동체 의식, 성취감을 기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장학금 이름인 미산은 권 회장 선친의 호(號)에서 따왔다. 선친이 강조한 근검절약과 인내, 나눔의 정신을 후학 양성으로 이어가겠다는 뜻을 담았다. UNIST와 권 회장의 인연은 학교 측의 장학금 기부 제안으로 시작됐다. 학교 관계자는 “올 상반기 권 회장 측에 기부를 제안했고, 이를 흔쾌히 수락하면서 미산 장학금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교육·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꾸준히 기부를 이어왔다. 대학과 복지기관 등에 기부한 금액만 128억원이 넘는다. 지난해에는 KAIST에도 같은 방식의 미산 등산 장학금을 조성했다.

UNIST 전경. 사진 UNIST

장학금 운영은 5억원의 원금은 그대로 두고 펀드 운용으로 발생한 수익만 장학금으로 지급하는 ‘원금 보존형 펀드 기반 유언대용신탁’ 모델을 적용했다. 원금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장학사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

권 회장은 “산을 오르는 일은 공부와 닮았다. 한 걸음씩 꾸준히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을 하게 된다”며 “UNIST 학생들이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더 큰 세상에 도전하는 힘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준하 회장(왼쪽)과 박종래 UNIST 총장이 ‘미산 개척자 장학금’ 5억원 기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UNIST

박종래 UNIST 총장은 “학생들이 도전과 성취를 경험하며 더 큰 인재로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적 실천”이라며 “UNIST의 개척자 정신을 담은 대표 장학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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