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학교 밖 청소년, 왜 학교 떠날까

만 16세에 대안학교 진학을 선택한 뒤 아동·청소년 문해력 향상을 돕는 교육 스타트업 '리디퍼'를 창업한 최수민 씨 역시 학교 밖 경험이 새로운 도전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최 씨는 "자사고에 진학하고 명문대를 거쳐...

학교 밖 청소년, 왜 학교 떠날까

학교 밖 청소년 전용공간 모습. 사진=인천시 중구

[주간한국 송정인 기자] 성평등가족부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2025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이 학교를 그만둔 시기는 고등학교 시기가 67.2%로 가장 많았고, 학업 중단 이유로는 ‘심리·정신적 문제’가 32.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학교 밖 청소년의 21.1%는 자살을 생각한 경험이 있었고, 7.8%는 실제 시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주 동안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의 우울감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31.1%, 은둔 경험 비율은 35.1%였다. 이는 이들이 여전히 관계와 진로, 정신 건강 문제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본지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 현장 관계자들과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이들이 학교를 떠나는 이유와 이후 마주하는 현실을 들여다봤다.

◇ ‘학교서 더 버틸 수 없겠다’는 심리 상태

현장 관계자들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교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로 또래 관계와 정신 건강 문제를 꼽았다. 김기찬 계양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은 “우울과 불안, 공황 증상 등으로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다”며 “수업에서 자주 빠지거나 상담을 받게 되면 또래 친구들이 다른 시선으로 보기 시작하고, 결국 관계 자체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상담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존재한다고 했다. 그는 “상담을 받는다고 하면 ‘문제가 있는 아이’처럼 보는 시선이 남아 있다”며 “이런 분위기가 아이들을 더 위축시키고 관계 단절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지역 간 차이도 존재했다. 학구열이 높은 지역에서는 입시 부담으로 학교를 떠나는 사례가 많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생계 문제나 돌봄 공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고교학점제와 입시 환경 변화가 학교 밖 청소년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강예은 사단법인 청소년평생학습진흥원 이사장은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서 학생들이 ‘미이수’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며 “학교 안에서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껴 자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강 이사장은 이어 “단순히 학교에 불만이 있어서라기보다 ‘여기서 더 버틸 수 없겠다’는 심리 상태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막상 학교를 나와도 현실적으로 선택지가 많지 않아 더 큰 불안감을 겪는다”고 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최근 우울증과 공황 장애 등 정신 건강 문제를 겪는 청소년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우울증 약을 복용하거나 공황 증상으로 학교에 앉아 있기조차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았다”며 “학교를 자발적으로 떠난다기보다, 신체적·심리적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나오게 되는 경우를 현장에서 많이 본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이후 청소년들의 관계 맺기 방식도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비대면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개인 중심 생활 패턴이 강화됐고, 또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늘었다는 설명이다. 소규모 그룹 위주의 관계가 많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유튜브·게임·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심 생활이 길어지면서 단체 활동 참여 역시 이전보다 줄어들었다고 했다.

다만 김 센터장은 이를 학교 밖 청소년만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울과 불안은 지금 청소년 사회 전반의 문제”라며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틀로만 바라보면 또 다른 낙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청소년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아이들을 위한 운동과 놀이 공간 부족 역시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학교 밖 청소년들이 마주한 현실과 가능성

학교를 떠난 이후에도 현실의 벽은 높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검정고시 이후 진로 정보 부족, 학습 공백, 경제적 부담 등을 겪고 있었다. 한 관계자는 “학교를 나오면 검정고시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아르바이트는 어떻게 구하는지, 어떤 자격증을 따야 하는지부터 막막해 한다”며 “학교라는 울타리가 사라지면서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고 말했다.

강 이사장은 현행 지원 체계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은 여전히 복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검정고시 지원 외에는 체계적인 학습 시스템이 부족하고, 학교 밖에서의 활동은 대학 입시나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전국연합학력평가 응시 제한 문제 등 학습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강 이사장은 “학교 밖에서도 다양한 학습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적 인정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의원실에 관련 정책을 제안하고 학습권 문제를 주제로 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제도 개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학교 밖 경험이 모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등을 통해 베이킹·네일·액세서리 제작 등 기술을 배우고 창업에 도전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여성가족부와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발간한 ‘2025년 청소년 창업기업 판매제품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카페와 서비스업뿐 아니라 액세서리 제조, 의류 브랜드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특성화고를 자퇴한 뒤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프로그램을 통해 협동조합 활동을 시작한 A 씨는 현재 자립지원 프로그램인 ‘다얼협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학교를 나온 직후에는 막막했지만, 협동조합 활동을 하며 사람들과 협업하는 법과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면서 “단순한 업무 경험이 아니라 스스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만 16세에 대안학교 진학을 선택한 뒤 아동·청소년 문해력 향상을 돕는 교육 스타트업 ‘리디퍼’를 창업한 최수민 씨 역시 학교 밖 경험이 새로운 도전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최 씨는 “자사고에 진학하고 명문대를 거쳐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좋은 로드맵’처럼 느껴졌지만, 과연 그것이 내가 원하는 삶인지 고민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최 씨는 이어 “정규 교육 과정을 벗어나 길 밖으로 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내가 한번 해내보자’는 마음도 컸다”며 “그런 생각이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학교 밖에서는 더 이상 학교 이름이 아니라 ‘나 자신’으로 평가받는다”며 “학교를 떠난다는 것이 실패가 아니라 새 가능성을 찾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송정인 기자 haha2388@hankooki.com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