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모노메리스 케미칼, 선별 없는 복합 플라스틱 자원화 솔루션 제시
용융염 촉매 기술로 복합 쓰레기에서 플라스틱만 순수 가스로 직접 추출
기존 석유 공정 대비 에너지 최대 66% 절감 및 탄소 배출 저감 증명
이동형 컨테이너 장치 MELTA 개발, 폐기물 발생 현장에서 즉각 처리
이네오스와 공급 계약 체결, 인도·태국 이어 한국 파트너십 모색
지구촌 전역에 누적된 플라스틱 폐기물은 약 70억 톤에 육박하지만, 실질적인 재활용률은 전 세계 기준 10% 안팎에 불과하다. 자원화되지 못한 나머지 90%에 가까운 폐기물은 매립·소각되거나 자연환경으로 흘러들어간다. 분자 단위로 분해해 원자재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꾸준히 개발되어 왔음에도, 경제성 확보와 혼합 플라스틱 처리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대규모 상용화는 여전히 더디다.
제47회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ENVEX 2026)의 EU 비즈니스 허브에서 만난 프랑스 스타트업 모노메리스 케미칼(Monomeris Chemicals)은 이러한 교착 상태를 깨뜨릴 독창적인 화학적 공법을 선보였다.
ENVEX 2026 부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올리비어 캠프 CEO와 알렉시아 알바레즈 프랑코 마케팅 총괄
플라스틱을 다시 가스로, 탈중합이라는 역발상
원래 가스 상태였던 에틸렌, 프로필렌 등의 기체 분자들이 길게 연결되어 사슬 구조를 형성한 폴리머(중합체)가 플라스틱의 본질이다. 모노메리스 케미칼의 기술은 이 사슬을 끊어 결합 전의 원래 가스 상태인 모노머(단량체)로 되돌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분쇄된 혼합 플라스틱 폐기물이 반응기 내부의 용융염(녹은 소금)과 결합하는 즉시 사슬이 파괴되며 수 초 만에 가스화되는 방식이다.
올리비어 캠프 CEO는 “플라스틱의 기본 바탕은 본래 가스”라며 “저희 기술은 그 분자 사슬을 가위처럼 정밀하게 잘라내어 원자들이 결합하기 전의 상태인 모노머로 완전히 분리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추출한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가스는 석유에서 직접 시추한 것과 동일한 품질을 확보하여 화학 산업의 핵심 원자재로 즉각 투입 가능하다. 다시 플라스틱이나 섬유, 의약품, 도료를 생산하는 순환 구조가 확립된다.
이는 기존의 화학적 재활용 방식인 열분해(Pyrolysis)와 확연히 대비된다. 열분해 공정은 고온 가열을 통해 열분해유를 먼저 추출한 뒤, 이 오일을 다시 증기 분해기(Steam Cracker)에 투입해야 모노머를 얻을 수 있어 공정이 길고 탄소 배출량이 많았다. 반면 모노메리스 케미칼은 열분해유 단계를 생략하고 모노머 가스를 직접 생산하므로 거대한 증기 분해 설비가 필요치 않다. 알루미늄이나 종이가 접합된 과자 봉지 같은 다층 복합 폐기물에서도 플라스틱 성분만 가스로 증발시키고 알루미늄 등 타 소재는 원형 그대로 분리 수거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독자적인 소금 포뮬러가 이끄는 친환경 공정
반응기 내부에 채워진 약 40리터의 용융염 배합 비율은 이 기업의 핵심 자산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수천 종의 소금은 플라스틱 수지별로 반응하는 종류와 최적 온도가 제각각이다. 기술 창업자인 맥심 레피네(Maxime Lépinay)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에어버스 재직 시절 항공기 복합 폐기물 처리를 연구하던 중 원자력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융염 메커니즘에서 돌파구를 마련했다. 5년간의 연구개발을 거쳐 정립된 수지별 맞춤형 용융염 포뮬러는 현재 글로벌 12개국에 특허 출원이 완료된 상태다.
캠프 CEO는 “맥심 CTO의 독보적인 자산은 다양한 플라스틱 수지에 완벽히 대응하는 소금 배합 포뮬러를 찾아낸 것”이라며 “이 배합 기술을 정립하기까지 방대한 연구개발 기간이 소요되었기에 경쟁사들이 단기간에 모방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ENVEX 2026 전시장에 마련된 모노메리스 케미칼 부스 전경
공정 가동 온도는 일반 혼합 플라스틱 기준 300도에서 455도 사이며, 가전제품 폐기물(WEEE) 등 경질 플라스틱을 처리할 때도 최대 650도 이하로 제어된다. 전 공정에서 물을 전혀 소비하지 않으며, 용융염 촉매는 100% 정제하여 반복 재사용한다 . 기존 석유 기반 폴리에틸렌(PE) 생산 방식과 비교할 때 공정 에너지를 최대 61%에서 66%까지 절감하며, 재활용 플라스틱 1톤당 최대 4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거두었다. 최종 가스 전환 수율은 75%에서 94%에 달한다.
현장 밀착형 컨테이너 장치와 비즈니스 상생 모델
해당 기술이 집약된 장비가 바로 MELTA다. 표준 해상 컨테이너 규격(길이 5m, 폭 2.3m, height 2.5m)으로 제작된 모듈형 플러그 앤 플레이 유닛으로, 쓰레기 매립지나 선별장, 재활용 시설 등 폐기물이 발생하는 거점 현장에 즉각 배치할 수 있다.
장치 유닛 한 대당 연간 최대 6000톤의 혼합 플라스틱 처리가 가능하며, 처리 물량에 맞춰 여러 대를 병렬로 연결해 용량을 확장할 수 있다. 평균 전력 소비는 340kW 규모이며, 약 100㎡의 부지와 8개월의 준비 기간이면 가동 준비를 마칠 수 있다. 모노메리스 케미칼은 스스로를 장비 조립 기업(Assembler)으로 규정하며, 핵심 가치인 용융염 화학 포뮬러 설계와 촉매 제조 기술 고도화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수익 구조 또한 시장 친화적이다. 모노메리스 케미칼은 MELTA 유닛을 지자체나 민간 재활용 기업에 대당 약 220만 유로로 공급하고, 장비에서 생산된 순환 가스를 계약 조건에 따라 다시 매입한다. 이후 매입한 가스를 정제해 대형 석유화학 기업에 최종 재판매하는 구조다.
캠프 CEO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매립과 소각에 투입되던 막대한 지출을 절감하는 동시에, 현장에서 생산된 가스를 매각해 새로운 자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기존의 비용 발생 지점이 매력적인 수익 센터로 전환되는 셈”이라고 역설했다.
석유화학 기업들 역시 글로벌 유가 변동 리스크에서 탈피해 고정된 가격으로 고순도 친환경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어 협력 요인이 뚜렷하다. 유럽연합(EU)의 포장재 및 포장 폐기물 규정(PPWR)이 2030년부터 플라스틱 포장재의 재생 원료 의무 사용 비율을 10%에서 35%까지 요구함에 따라 규제적 시장 수요도 견고하다. 장비를 도입한 고객사의 투자비 회수(ROI) 기간은 평균 4년에서 7년으로 확인된다. 이러한 사업성을 인정받아 최근 글로벌 화학 기업인 영국 이네오스(Ineos) 그룹과 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모노메리스 케미칼은 향후 2년 내 프랑스 마르세유 인근 석유화학 단지에 연간 5만 톤에서 10만 톤 규모의 순환 가스를 본격 공급할 예정이다.
탄소 감축과 플라스틱 복합 폐기물 순환 경제를 지향하는 프랑스 모노메리스 케미칼의 기업 로고.
한국 제조 인프라와의 파트너십 제안
모노메리스 케미칼은 이미 인도에서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장비를 현지 생산 중이며, 내년에는 태국 시장 진입을 확정 지었다. 캠프 CEO는 한국 시장에서도 동일한 글로벌 파트너십 모델을 적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강력히 전했다.
캠프 CEO는 “한국은 자원 제한이라는 지정학적 여건 속에서도 세계 전자 및 부품 산업을 선도하는 강력한 제조 인프라를 일궈냈다”며 “역량 있는 한국 기업들과의 라이선스 계약이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MELTA 장치를 한국 현지에서 공동 생산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의 구조상 공급망 위기가 발생하면 산업 전체가 타격을 입기 쉽다. 그러나 국내에서 매년 발생하는 수백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소각하는 대신, 원점에서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같은 기초 가스로 직접 자원화한다면 환경 보호와 원자재 자립이라는 국가적 당면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캠프 CEO는 “한국의 지자체 및 석유화학 파트너들과 손잡고 완전한 순환 경제 모델을 현지에 정착시킬 준비가 언제든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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