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내부에 축적된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공중보건 차원의 대응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규제 및 표준화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체외진단과 정밀 분석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15일 캐나다 University of Victoria 연구에 따르면 일반인은 연간 약 7만4000개에서 최대 12만1000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섭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체내로 유입된 입자는 일부가 배출되지 않고 조직에 축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폐 조직과 동맥 내 플라크, 뇌 등 주요 장기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미세플라스틱은 체내에서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을 유발하고 세포 손상, 잠재적 발암 가능성과 연관될 수 있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인체 대상 대규모 임상 근거는 부족해 만성질환과의 인과관계는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노출은 일상화됐지만 과학적 근거는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셈이다.
표준화된 측정 기준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현재 미세플라스틱의 체내 축적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표준화된 검사법이 마련되지 않아 연구 결과 간 편차가 크고, 규제 기준 설정이나 임상 개입 논의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측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관리 역시 어렵다는 점에서 정책 공백이 지적된다.
이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은 최근 국가 차원의 대형 연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미 보건복지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ARPA-H)은 최근 약 1억4000만 달러(약 2100억원) 규모의 ‘STOMP(Systematic Targeting Of MicroPlastics)’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인체 내 미세플라스틱을 측정·분석·제거하는 통합 기술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STOMP는 △체내 미세플라스틱 부하량을 정량화하는 임상 검사법 개발 △장기별 이동 경로와 축적 메커니즘 규명 △염증 및 DNA 손상 등 독성 기전 분석 △플라스틱 종류별 제거 기술 확보 등 전주기 대응을 핵심으로 한다. 특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검증 체계에 참여해 표준화된 측정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향후 규제 우선순위 설정의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프로젝트는 미세플라스틱을 환경 이슈에서 공중보건 의제로 격상시킨 첫 사례로 평가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역시 미세플라스틱을 식수 오염물질 후보 목록(CCL 6)에 처음 포함시키며 향후 규제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산업계 파급효과도 주목된다. 인체 내 미세플라스틱을 측정하는 체외진단(IVD) 기술, 노출 수준을 분석하는 데이터 플랫폼, 체내 축적 물질을 제거하는 바이오 소재 등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임산부, 아동, 만성질환자 등 취약군을 중심으로 개인 맞춤형 관리 수요가 확대되면서 정밀의료 분야와의 융합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향후 식수·식품 안전 기준과 환경 규제 전반에서 미세플라스틱 관련 기준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체외진단 기술력과 반도체 기반 정밀 분석 인프라를 갖춘 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글로벌 표준화 논의에 조기 참여할 경우 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노출과 축적 여부만 확인된 단계지만, 향후 체내 미세플라스틱을 정량화할 수 있는 기술이 확보되면 관련 시장이 빠르게 형성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분석 기술과 소재 분야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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