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 굴 이더덕 오만둥이 녹아버릴까 걱정
“뜨거운 낮엔 꺼내볼 수도 없어 야간에 작업”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 바다에 펼쳐진 양식장 부표들과 어선들. /주성희 기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원전 앞바다에서 홍합 양식을 하는 어선에서 작업자가 홍합을 끌어올려 살펴보고 있다. 이들은 밤에 작업을 나가 다음 날 오전까지 일을 한다. 사진은 동이 틀 무렵이다. /최진홍
폭염으로 고수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경남 도내 패류 양식어민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양식하는 수산작물이 고온에 녹아내릴까봐서다.
지난주부터 이어진 폭염으로 도내 대부분 지역 최고온도가 40도 안팎을 오갔다. 바다도 뜨거웠다. 4일 기준 남해안 연안 수온은 27도에서 28도를 오르내리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를 기점으로 고수온 위기경보 ‘심각1’단계를 발령했다. 고수온 위기경보 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1·심각2 순이다. 이날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 송양도 수심 1m인 표층 수온은 29도였다.
국립수산과학원이 같은 날 오후 4시에 서·남해 내만 등 6개 해역에 고수온 경보를, 18개 해역에 고수온 주의보를 발표했다. 고수온 경보와 주의보는 해역 수온이 28도에 도달했을 때 차례로 발령된다. 도내 고수온 경보는 사천만에, 고수온 주의보는 창원 진해만과 통영 비진도 해역에 발령됐다. 바다에서 양식업을 하는 어민들은 대책 없이 수온이 내려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심야 작업엔 위험이 따라서 하진 않지만, 하는 수 없이 강행하는 어민들도 있다. 인건비도 더 줘야 하고, 해가 떠 훤할 때처럼 일을 수월하게 하지도 못하지만 일출 후엔 날씨가 뜨거워서 일을 하지 못하니 밤에라도 수산작물들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시간대는 저마다 다르다. 자정에 나가기도 하고, 새벽 3시에 출항해 오전 10시쯤 돌아오기도 한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원전리에서 홍합 양식을 하는 최진홍 창원홍합발전위원회 부위원장은 바다 양식이 어려운 이유를 말했다. 최 부위원장은 “농사처럼 땅이 말라 갈라지거나, 작물이 시든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없으니 지자체나 관련 기관에서 피해 정도를 실감하지 못한다. 가두리 양식장에는 액화 산소 공급이라도 할 수 있다지만, 바다 어패류 양식은 그 범위가 넓어서 액화 산소 공급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바다 양식장 규모는 ㏊ 단위다. 1㏊는 약 3025평이다.
종자도 문제다. 최 부위원장이 운영하는 양식장에서는 2024년에 고수온으로 홍합이 집단 폐사하고 종자가 사라졌다. 2024·2025년 2년 동안 작물을 수확하지 못했다. 올해 봄에 종자를 받아서 겨우 심었는데, 이번 고수온으로 또 폐사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는 “8월 말에 수확할 때 봐야 알겠지만, 2024년보다 수온이 높아서 불안하다. 종자가 잘 붙어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고현리에서 미더덕과 오만둥이 양식을 하고 있는 최윤덕 씨가 이번 여름에 겪는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방파제 너머 양식장이 보인다. /주성희 기자
어업인 최윤덕 씨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고현리에서 미더덕과 오만둥이 양식을 하고 있다. 이번 여름에 겪는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어민 최윤덕 씨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고현리에서 미더덕과 오만둥이를 양식하고 있다. 미더덕은 이번 7월에 무사히 수확했는데, 문제는 오만둥이다. 그물을 들어올려서 상태를 봐야 하는데 그 순간 오만둥이가 녹아 없어져 버릴 수 있다. 이번 8월 한 달은 강제적으로 휴식기가 돼버렸다.
최 씨는 “지난 해 여름에는 이러지 않았다. 8월 중순에 오만둥이를 수확해야 하니까 지금쯤 살펴봐야 하는데 함부로 들어보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비가 적게 왔고, 수온은 높아서 바다 환경이 좋지 않다. 염분이 많고 플랑크톤이 덜 생겨서 먹이가 풍부하지 못하다. 수확하더라도 잘 자라지 못한 작물을 거두게 될까 걱정하고 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창원지역 강수량은 256.4㎜인 데, 올해 7월은 63.4㎜에 불과하다.
최 씨가 양식하는 진동에서는 어업인들이 모두 고령이어서 배 위에서 작업을 길게 할 수도 없다. 새벽 4시부터 7시까지 바다에서 작업한 뒤 실내에서 작업하고 있다. 그는 “오전 10시, 11시만 되면 배 위에서는 더워서 작업을 할 수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최 씨가 고수온에 대응할 수 있는 건 부표 아래에 내리는 줄(수하연승줄) 길이를 조정할 뿐이다. 수심이 깊은 곳이 그나마 수온이 낮아서다.
어민들은 보험금 지급 등 사후 대책이 아닌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지만 수온이 내려가기만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게 현실이다.
/주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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