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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팔만대장경 판각법 전승 체계 마련 필요"

특히 방대한 경전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활용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의 보조적 역할을 적극 도입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AI는 경판 이미지에서 문자 추출, 원문과 번역문의 정렬, 인명·지명 등 개체명 식별, 주제어 생성...

"팔만대장경 판각법 전승 체계 마련 필요"

해인사, 4월 9일 학술세미나

역사·과학·예술·미래 가치 조망

전통각법 전승·활용 전략 모색

법보종찰 해인사는 4월 9일 보경당에서 ‘팔만대장경, 그 찬란함’을 주제로 팔만대장경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올바른 계승 방안을 모색하는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팔만대장경 판각 기술은 고려시대 기술의 총체이자 예술성과 완성도를 겸비한 전통입니다. 해인사가 전통 판각법과 조판 기술, 장정 방식을 원형대로 계승·재현해 지속 가능한 전승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법보종찰 해인사(주지 혜일 스님)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올바른 계승 방안을 모색하는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해인사가 추진 중인 팔만대장경 복각 불사의 의미를 재확인하고, 전통각법 기술의 전승과 미래 활용 전략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4월 9일 해인사 보경당에서 ‘팔만대장경, 그 찬란함’을 주제로 열린 학술세미나에는 주지 혜일 스님과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성원 스님, 총무국장 향록 스님, 승가대학장 원걸 스님, 호국사 학암 스님, 백련암 일엄 스님을 비롯한 사부대중 200여 명이 참석했다.

“미래세대에 가치 전하는 자리”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문화부장 성원 스님이 대독한 축사에서 “팔만대장경은 선조들의 간절한 서원과 불심이 일심으로 빚어낸 결정체”라며 “부처님의 가피력으로 국난을 극복하고자 했던 한 자 한 자의 지극한 정성은 8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경판 하나하나에 서려 있어 우리에게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오롯이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세미나는 과거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미래세대에게 그 가치를 온전히 전하는 중요한 자리”라며 “오늘 이 자리가 팔만대장경의 인류사적 가치를 다시금 확인하고, 그 속에 담긴 부처님의 지혜가 현대인의 삶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팔만대장경은 국가적 위기 속에서 선조들의 지혜와 염원이 집약된 ‘살아 있는 역사’”라며 “국가유산청은 다양한 정책과 지원을 지속하고 지역 사회와 종교계, 학계와 함께 협력하는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가겠다”고 축사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신성범 국회의원도 축사에서 세미나를 통해 팔만대장경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문화유산의 보존·계승 방안을 위해 지혜를 모아 나갈 것을 약속했다.

기조강연을 하는 해인사 주지 혜일 스님.

“우리 시대 ‘지혜의 대장경’ 써야”

주지 혜일 스님은 기조강연에서 팔만대장경이 인류에게 주는 의미를 짚었다. 혜일 스님은 “우리 선조들이 전쟁이라는 가장 힘든 시기에 팔만대장경을 새긴 것은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와 미래에 대한 희망의 표현”이라며 “이 점에서 팔만대장경은 인간 정신의 승리를 상징하는 세계사적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팔만대장경은 오늘날 우리에게 지속가능한 가치에 대한 신념, 공동체적 연대의 힘, 정신적 가치의 회복, 위기 속 새로운 가치 창조라는 메시지를 전한다”며 “우리 또한 이 불확실한 시대에 새로운 ‘지혜의 대장경’을 써내려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판각·조판·장정 기술 원형 계승”

세미나에서는 고려시대 판각 사업의 실상을 분석한 연구와,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활용 방안을 제시한 발표가 이어지며 전통과 미래를 아우르는 논의가 진행됐다.

최연주 동의대 교수는 ‘경판에 새겨진 각수의 전승과 계승 발전’ 발표를 통해 팔만대장경 판각 사업이 고도의 조직성과 전문성을 갖춘 국가적 프로젝트였음을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한 명의 각수가 하루에 새길 수 있는 글자는 30~50자에 불과하며, 경판 한 면을 완성하는 데만도 10일 이상이 소요된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전체 경판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숙련 각수와 보조 각수가 체계적으로 조직된 분업 구조가 필수적이었다.

특히 6년 이상 장기 참여한 각수들은 ‘전승의 핵심 주체’로, 판각 작업뿐 아니라 신규 각수 양성과 교육에도 깊이 관여하며 기술 전승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했다.

최 교수는 “팔만대장경 판각 기술은 고려시대 기술의 총체이자 예술성과 완성도를 겸비한 전통”이라며 “해인사가 전통 판각법과 조판 기술, 장정 방식을 원형대로 계승·재현해 지속 가능한 전승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식정보 아카이브로 재개념화”

김상헌 상명대 교수는 ‘팔만대장경의 찬란한 미래’를 주제로 기록유산의 현대적 활용 가능성을 집중 조명했다. 김 교수는 그간 팔만대장경의 번역·전산화 등은 상당 부분 이뤄졌으나, 문헌 속에 담긴 의미와 맥락을 추출하는 ‘지능형 탐색’ 차원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지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팔만대장경을 ‘지식정보 아카이브’이자 ‘헤리티지 IP’로 재개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방대한 경전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활용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의 보조적 역할을 적극 도입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AI는 경판 이미지에서 문자 추출, 원문과 번역문의 정렬, 인명·지명 등 개체명 식별, 주제어 생성 등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불교 경전의 특성상 해석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인간이어야 하며, AI는 이를 보조하는 도구로 활용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교수는 “AI가 초안을 만들고 연구자가 이를 검증하며, 기관이 표준화와 품질 관리를 담당하는 삼중 구조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체계가 갖춰질 때 팔만대장경은 차세대 지식유산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구조화된 지식은 연구·교육·전시·디지털 서비스·창작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며 새로운 가치사슬을 형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세미나에서는 신은제 해인사 대장경연구원 상임연구원이 ‘팔만대장경 조성 당시 시대적 배경과 해인사의 역할’, 서정욱 충북대 교수가 ‘800여 년을 견딘 팔만대장경 판재의 과학적 특성’을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박용진 국민대 교수, 위광철 한서대 교수, 석혜영 경북대 강사, 조영훈 공주대 교수가 참여했다.

합천 해인사=성낙두 경남지사장

성낙두 경남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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