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특집]메마른 땅, 흔들리는 아이들 삶…사막화 대응에 미래세대가 나섰다

지난 8월17일부터 28일까지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제17차 당사국총회(COP17)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신음하는 몽골

혹한 재난 ‘조드’ 발생 빈번해지고 토지 황폐화 … 유목 생활 넘어 아이들 건강·교육 위협

세이브더칠드런, 지속가능한 토지 복원 등 위해 아동·청소년 환경교육·주도적 참여 강조

지난 8월17일부터 28일까지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제17차 당사국총회(COP17)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번 총회에서 사막화와 토지 황폐화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삶과 권리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임을 분명히 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아동·청소년이 토지와 산림을 회복하는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몽골의 초원은 오랫동안 사람과 가축이 함께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었다. 몽골 전체 인구의 30% 이상이 목축에 의존하며 전통 유목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사막화, 토지 황폐화가 진행되면서 주민들의 일상도 흔들리고 있다. 목초지가 줄고 물을 구하기 어려워지면 가축에 의존하는 가정의 생계가 불안정해지고 그 영향은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 미래까지 이어진다.

특히 더운 여름 뒤 혹독한 겨울이 이어지며 가축이 대량 폐사하는 자연재난인 조드(Dzud)는 과거 10년에 한 번꼴로 발생했지만 최근 발생 빈도가 증가해 2022~23년과 2023~24년에는 2년 연속 발생했다. 2022~2023년 조드는 약 20만 명의 생계에 영향을 미쳤고 이 가운데 8만 명의 아동에게 인도적 지원이 필요했다. 반복되는 기후재난과 가축 손실은 가족의 생계 뿐 아니라 거주지와 생활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취약해진 유목 공동체가 도시로 이동하면서 아이들은 생계 불안과 대기오염, 교육과 미래의 일자리 문제까지 복합적인 어려움에 놓이게 된다.

메마른 초원 위, 아이들이 마주한 변화

몽골 날라이흐 지역 아동들이 ‘마이 포레스트 차일드’ 사업 조림지에서 묘목에 물을 주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가 몽골·베트남·네팔에서 추진하는 마이 포레스트 차일드 사업은 환경교육과 지역사회의 실천을 연결하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사막화와 토지 황폐화는 단순히 땅이 메마르는 문제가 아니다. 가족의 생계를 흔들고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 미래까지 위협한다. 최근 몽골 정부 발표에 따르면 몽골 국토의 80% 이상이 사막화와 토지 황폐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생활 속에서 아이들도 이 변화를 느끼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몽골사무소가 14~18세 아동 3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의견 수렴에서 아이들은 목초지 감소, 건조한 토양, 모래폭풍, 광산 개발, 물 부족 등을 사막화와 토지 황폐화의 문제로 꼽았다. 또 환경 문제를 교실에서 배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에코클럽 활동, 자연 속 수업, 나무 심기 실습, 태양광 활용 등 일상에서 실천하는 활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 17일부터 28일까지 몽골 울란바토르에서는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제17차 당사국총회(COP17)가 열렸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은 사막화와 토지 황폐화, 가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함께 논의하고 협력하는 국제협약이다. 이번 총회는 ‘리스토링 랜드(Restoring Land), 리스토링 호프(Restoring Hope)’이란 주제로 토지복원과 가뭄 회복력을 중심으로 방목지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목축민의 생계 및 토지이용권 보호, 물과 식량시스템과의 연계, 민관 재원 확대 등이 논의됐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번 총회에서 사막화와 토지 황폐화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삶과 권리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임을 강조했다. 지난 8월 24일 세이브더칠드런이 몽골 교육부와 공동 개최한 ‘토지복원과 더 푸른 미래를 위한 아동·청소년에 대한 투자’ 행사에서 몽골 아동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환경 문제와 자신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직접 발표했다. 또 몽골 교육부와 공동으로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환경교육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미래 환경 리더를 위한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국제사업부문의 황명화 부문장은 “아동·청소년이 기후변화와 환경 정책의 수립과 이행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제도화된 참여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동·청소년은 수혜자 아닌 변화의 주체

8월 26일에는 ‘토지복원을 위한 아동·청소년 주도의 변화를 이끄는 행동’을 주제로 한 부대행사도 열렸다. 세이브더칠드런을 비롯해 국내외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한 이 자리에서는 아동·청소년이 단순한 사업 수혜자가 아니라 토지와 산림을 회복하는 변화의 주체라는 점이 강조됐다. 행사에서는 몽골의 아동과 청소년, 청년 목축민, 지역 전문가, 국제 NGO 전문가들이 각자의 경험과 사례를 공유했다.

세이브더칠드런 협력기관인 독일-몽골 자원기술대학교 재학생인 아슐루 우아타는 패널로 참여해 청소년이 지역사회 환경복원에 나선 경험을 공유했다. 아슐루는 마이 포레스트 차일드(My Forest Child) 사업이 기후교육과 나무 심기, 학교 녹지 조성 등을 통해 아동·청소년의 환경 인식을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게 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아슐루는 동급생들과 함께 가축 뼈 폐기물을 활용해 토양의 수분을 장기간 유지하도록 돕는 하이드로겔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실서 배운 환경교육, 지역사회 행동으로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가 몽골·베트남·네팔에서 추진하는 마이 포레스트 차일드 사업은 환경교육과 지역사회의 실천을 연결하는 사례다. 이 사업은 나무 심기를 넘어 생태계 복원과 아동 참여, 지역사회 협력, 기후 적응형 생계를 함께 연결한다. 몽골 울란바토르 날라이흐 지역에서는 5㏊ 규모의 조림지를 중심으로 아동·청소년과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1차년도 사업을 통해 병풍림과 유실수 등 23종 4195그루의 나무가 심어졌고 식재된 나무의 생존율은 78%로 확인됐다. 기후변화교육에는 아동·청소년과 지역주민 2294명이 참여했으며 학생 주도의 에코클럽과 대중 캠페인을 통해 30만 명 이상에게 기후행동 메시지가 전달됐다.

날라이흐 지역 골롬트 중등학교에 다니는 바야스갈란은 학교 에코클럽 활동을 통해 환경 문제를 배우고 실천해왔다. 2024년 마이 포레스트 차일드 사업에 참여하면서 기후변화가 지역사회와 아이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고 에코클럽 친구들과 사업 조림지에 200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그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인 행동은 나무를 심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참여는 단순한 체험을 넘어 지역사회 안에서 토지복원과 환경보호를 이어가는 실천으로 확장되고 있다.

토지복원은 다음 세대의 권리를 지키는 일

기후위기와 사막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환경 문제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배움은 실제 행동과 연결되고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아이들이 에코클럽에서 기후변화를 배우고, 지역사회 조림지에서 묘목을 심으며, 지방정부가 부지와 제도적 기반을 지원하는 구조가 유기적으로 이어질 때 일회성 활동에 그치지 않는다.

사막화 대응과 토지복원은 나무를 심는 일에서 시작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끝나서는 안 된다. 땅을 회복하는 일은 물과 식량, 교육과 생계, 안전한 지역 사회를 함께 회복하는 일이다. 토지 황폐화와 기후위기의 영향을 가장 오래 마주하게 될 세대가 아이들이라면 회복의 과정에서도 당사자인 아이들의 목소리와 참여는 중심에 놓여야 한다.

메마른 땅 위에서 묘목을 심는 아이들의 손은 작지만 그 행동이 향하는 미래는 작지 않다. 토지복원은 다음 세대를 위한 환경 의제이자, 아이들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