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건국 80여년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오늘날처럼 나라 전체가 극심한 혼란에 휩싸여 국가적 위기를 겪은 적이 있었는지 깊이 성찰하게 됩니다.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가 바른 생각과 투명한 철학을 가지고 나아가면 온 국민이 자연스럽게 뜻을 모아 화합하며 따르는 법입니다. 그러나 지도자 개인의 아집과 편협한 생각이 앞서기 시작하면 나라는 심각한 갈등과 분열, 회복하기 힘든 국정 혼란에 빠져들고 맙니다.
독재적 방식으로 힘으로 밀어붙이며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당장은 수월해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독재는 필연적으로 역사상 가장 부패하고 가장 타락한 정부를 낳을 수밖에 없으며, 그 비극적인 결말은 스스로 무너지는 자멸에 이르고 맙니다. 민주주의라는 말이 무엇입니까. 나라의 주인이 바로 국민이라는 뜻 아닙니까. 마땅히 국민이 주인이 돼야 하거늘, 지도자 한 사람이 주인 행세를 하며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려 든다면 그것은 이미 온전한 자유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인간의 권력에는 반드시 견제와 균형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온전하시기에 홀로 절대적인 주권을 가지시지만, 불완전하고 연약한 인간은 그 누구도 절대 권력을 휘둘러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 이외의 모든 인간 권력은 제재를 받고 간섭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민주주의가 절대선은 아닐지라도 차선으로서 삼권분립의 원칙을 세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만일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견제와 균형을 잃고 어느 한 사람의 뜻대로 흐려지고 통제된다면, 그것은 자유민주주의를 버리고 독재와 사회주의, 전체주의로 나아가는 지름길일 뿐입니다.
오늘날 국가 지도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덕목은 바로 ‘국민의 눈높이’를 바라보는 일입니다. 교회로 비유하자면 목회자는 반드시 교인의 눈높이를 살펴 목회해야 합니다. 교인을 무시하고 목회자 자기 생각대로만 교회를 끌고 가려 하면, 교회가 꼴불견이 되고 부패가 드러나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까. 국정 운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도자가 국민의 눈높이를 헤아리지 못하고 독선에 빠질 때 국가는 길을 잃게 됩니다.
선거나 국정 전반에서 국민적 의혹과 부정이 불거졌다면, 이를 권력으로 덮거나 숨기려 할 것이 아니라 투명하게 밝히고 시정하는 것이 국가 시책의 기본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가장 엄중하고 깊이 있게 바라봐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젊은 청년들의 자발적인 외침과 움직임입니다. 올림픽공원 앞과 아스팔트 거리로 뛰쳐나온 2030세대 청년들을 보십시오. 누가 돈을 주고 시킨 것도 아니요, 조직적으로 동원된 것도 아닙니다. 넉 달 동안이나 그 살인적인 뙤약볕과 무더위 속에서도 자리를 지키며, 무너져가는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목청껏 외치고 있습니다.
자신의 생업과 학업, 미래를 준비해야 할 청년들이 왜 그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절규하고 있겠습니까.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며 스스로 떨쳐일어난 청년들의 그 순수하고 뜨거운 열정을 바라볼 때, 가슴이 뜨거워지며 동시에 기성세대로서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청년들의 자발적인 외침이야말로 나라의 무너진 기초를 바로 세우라는 시대의 준엄한 경고이자, 국민 눈높이의 가장 생생한 실체입니다.
지도자는 곁에서 듣기 좋은 말만 속삭이는 사람들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됩니다. 장관을 임명하고 참모를 둘 때도, 오직 권력자 자신을 보호하고 방패막이로 삼기 위한 인사를 내세워서는 안 됩니다. 국가를 바르게 운영하고 국민에게 실질적인 유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유능하고 바른 인재를 국민 앞에 세워야 마땅합니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결코 어리석지 않습니다. 지도자나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국민을 위한다고 내세우는 말들이 실상은 누구를 위한 계산인지 다 꿰뚫어보고 있습니다. 국민의 눈높이와 청년들의 아우성을 외면한 채, 민심과 정반대로 치닫는 정치는 결코 오래 지탱될 수 없습니다.
또한, 우리는 국제질서와 안보·경제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요즘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호황을 누리며 올라서고 있다고 자랑하지만, 그 내면의 본질을 냉철하게 보아야 합니다. 이것이 오롯이 우리 힘만으로 된 것입니까.
따지고 보면 미국 덕분입니다. 미국이 강력한 패권과 제재로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와 시장 진출을 단단히 막아서고 방어해줬기 때문입니다. 만일 미국이 중국의 빗장을 열어두었다면, 값싸고 질 좋은 물량공세 앞에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어떻게 오늘과 같은 호황을 누릴 수 있었겠습니까. 미국이 딱 가로막아줬기에 우리 기업들이 기회를 얻고 숨통이 트인 것입니다. 우리는 이 엄연한 국제안보와 동맹의 현실을 직시하고, 미국에 대해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가질 줄 알아야 합니다. 자만에 빠져 이를 당연하게 여기거나 외교적 우방의 고마움을 잊어버린다면, 언제라도 감당하기 힘든 경제적·외교적 고립과 어려움에 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 간절한 외침은 누구를 비난하거나 저주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풍전등화처럼 흔들리는 조국 대한민국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눈물과 가슴 저미는 사랑으로 드리는 신앙인의 권면입니다.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이 온전히 균형을 이루듯, 지도자들은 청년들과 국민의 눈높이에 자신을 맞추고 겸허히 국정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부디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지도자들이 되어, 대한민국이 올곧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세계 속에 우뚝 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박조준 목사(국제독립교회연합회•국제교회논평회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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