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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특별기고] 네팔 대홍수 재난구조의 '보이지 않는 시간'

“네팔 현지에서 우리 국민들에 대한 신속하고 안전한 수색과 구조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을 앞둔 임상우 정부합동 신속대응팀 단장은 취재진 앞에서 짧게 말했다.

[특별기고] 네팔 대홍수 재난구조의 '보이지 않는 시간'

라정일 일본 간사이가쿠인대학 재해부흥제도연구소 교수

▲ 라정일 일본 간사이가쿠인대학 재해부흥제도연구소 교수

“네팔 현지에서 우리 국민들에 대한 신속하고 안전한 수색과 구조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을 앞둔 임상우 정부합동 신속대응팀 단장은 취재진 앞에서 짧게 말했다.

지난 8월 26일 낮 12시 23분, 네팔 라수와 지역의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남동발전 직원이 법인장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대피 중.” 그 이후 직원들이 머물던 건물은 급류에 통째로 유실됐다.

두산에너빌리티 6명, 한국남동발전 3명, 총 9명의 우리 국민이 소재불명 상태에 놓여있어 두 회사는 침통한 분위기 속에 있다. 30일 현재 네팔 현지 사망자는 최소 734명, 실종자는 외국인 589명을 포함해 총 2천498명으로 집계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과잉 대응은 없다”며 가용 자원을 총동원한 수색·구조를 지시했다.

우리 정부의 초동 대응 자체는 신속했다. 사고 발생 다음 날 밤늦게 전문 인력이 현지에 도착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도로 40㎞와 다리 80개가 끊긴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신속대응팀이 실제 사고 현장까지 진입해 수색을 개시하기까지는 또 다른 시간이 걸린다.

네팔 정부 스스로도 자국민 800여 명의 실종자 수색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대응팀의 현장 접근과 작전 범위는 결국 현지 군·경의 헬기 배정과 협조 여부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카트만두 도착’과 ‘사고 현장 진입’은 전혀 다른 시간표라는 사실을, 이번에도 우리는 다시 확인하고 있다.

재난학에서는 이런 상황을 국가 행정 자체가 재난의 규모를 감당하지 못하는 ‘국가능력 붕괴형 재난(State-Capacity Collapse Disaster)’이라 부른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세계 각국이 구조대 파견을 제안했지만 일본이 실제로 수용한 것은 23개국뿐이었다. 한국 구조대는 심야 출발을 준비했으나, 국군 항공기의 일본 민간공항 착륙 허가 절차가 지연돼 다음 날 아침에야 출발했다. 대만 구조대는 일본이 수용 의사를 밝혔다가 현장 혼란을 이유로 이틀을 허비했고, 1995년 한신·고베 대지진에서는 스위스의 인명탐지견 구조대마저 검역 절차에 걸려 투입이 늦어졌다.

평시의 통상적 행정 절차-입국 심사, 착륙 허가, 검역, 현장 협조 요청-는 국가능력 붕괴형 재난 상황에서 오히려 구조의 골든타임을 갉아먹는 장애물로 돌변한다. 지금 우리 정부가 공군의 다목적 공중급유기 ‘시그너스’까지 준비해 놓고 네팔의 동의를 기다리는 모습은, 15년 전 대만 구조대가 겪었던 상황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방재 역량을 갖춘 일본조차 예외는 아니다. 향후 30년 내 65~90% 확률로 예측되는 난카이 트로프 거대지진 발생 시 직접사망자 약 29만8천 명, 이재민 1천230만 명이라는 피해가 예상된다. 이런 초광역 재난에서는 자국민 대응만으로도 행정력이 소진돼 외국인 구조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연간 방일 한국인이 946만명에 달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는 결코 먼 나라의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원칙은 단순하다. “국민의 생명은 우리 정부가 직접 책임진다”라는 것이다. 이는 재난이 터진 뒤 협의할 문제가 아니라, 평시에 조약이나 행정약정으로 미리 확보해야 할 권한이다.

첫째, 대규모 재난 시 자동 발동되는 ‘신속입국 패스트트랙’을 사전 합의해 착륙 허가·검역 절차를 면제하거나 대폭 단축해야 한다. 둘째, 현장 진입을 위한 헬기·수송 우선권을 사전 협정으로 확보해 매번 현지 군 당국의 배정을 기다리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셋째, 이러한 협력은 수용국의 대응체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부담을 덜어주는 상호이익의 구조로 이뤄져야 한다.

여전히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우리 국민 9명이 부디 안전한 곳에서 무사히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기를, 그리고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수송기는 준비됐지만 승인은 기다려야 하는 이 ‘보이지 않는 두 번째 골든타임’을, 다음 재난이 오기 전에 반드시 줄여야 한다. 재난은 언제나 우리가 미처 대비하지 못한 제도의 사각과 틈새를 정확히 파고든다.

중부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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