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특별기고] AI는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관건은 ‘제도의 선택’

지난달 24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AI 규제를 두고 뚜렷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특별기고] AI는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관건은 ‘제도의 선택’

이영세 前 대구사이버대 총장, 'AI경제와 국가전략' 저자, 경제학박사

지난달 24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AI 규제를 두고 뚜렷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시진핑 주석은 AI를 인간의 통제 아래 두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규제 없이 자유롭게 경쟁해야 AI가 발전한다며, 이름도 인공지능(AI) 대신 초지능(SI)으로 바꾸자고 했다.

국제적 합의로 AI를 규제하지 않으면 인류가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는 오픈AI 샘 올트먼 CEO 등의 경고에 양국 정상이 각자의 답을 내놓은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AI가 10억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AI 덕분에 인류가 ‘보편적 고소득(universal high income)’ 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기업 자율규제를 주장하는 등, AI의 미래를 두고 백가쟁명이 펼쳐지고 있다.

그 이면에는 AI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이 깔려 있다. 레이 커즈와일은 일찍이 AI가 인간 지능을 추월하는 특이점(singularity)을 예견했고, 젠슨 황은 지금이 바로 그 지점이라고 말한다. 기술은 멈추지 않고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그 기술이 인간을 호모 데우스로 만들지, AI의 노예로 전락시킬지는 결국 인간이 어떤 제도를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머스크도 보편적 고소득 시대에 이르기 전에 ‘거친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고 했다. 노동이 AI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대량실업과 계층의 급격한 부침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AI가 지식을 대체하고 대부분의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게 되면 가격과 화폐의 의미마저 옅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머스크는 AI가 최고의 의사보다 유능해질 테니 의대에 가지 말라고 조언한다. 박사·의사·변호사처럼 지식을 생산하고 유통해 온 ‘사(士·師)’자 전문직의 위상은 낮아지고, AI 기술자와 경영자에게 부가 집중될 것이다.

‘AI 국부론’의 저자 이승현은 권력 구조도 바뀔 것으로 본다. 행정은 대부분 AI가 맡게 되어 관료제가 점차 축소된다. 반면 제도를 만들고 고치는 입법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며, 사법은 AI와 인간이 협업하는 형태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거친 조정기가 반드시 불황의 모습으로 오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센터·반도체·전력 등 AI 인프라 투자가 과열되면서 오히려 호황이 나타나고, 자금 수요가 늘어 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호황이 일자리를 늘리지 않는 ‘고용 없는 호황’이라는 점이다. 자본과 기술을 가진 쪽은 투자 수익과 자산 가격 상승을 누린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은 이들은 고금리와 물가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 성장률 지표는 좋아 보여도 체감 경기는 얼어붙는, 양극화의 조정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냐 경쟁이냐의 이분법이 아니다. 조정기의 충격을 흡수하고, AI가 창출한 부를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미국 알래스카주는 석유 수익을 기금으로 적립해 주민에게 해마다 배당금을 나눠 준다. 이처럼 AI가 만들어 낸 막대한 생산성의 과실을 국민 모두에게 돌려주는 ‘AI 국민배당’ 같은 제도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필자는 AI 시대가 인간을 생계를 위한 노동에서 해방시키기를 희망한다. 모든 국민이 AI 배당으로 생활하면서 저마다 의미 있는 일에 몰두하는 ‘AI 유토피아’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AI는 유토피아로도, 디스토피아로도 갈 수 있다. 결국 갈림길은 AI가 아니라 우리 인간의 선택과 제도이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