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산길을 따라 달리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장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 능선에 올라서면 펼쳐지는 산의 풍경, 숲길을 달리는 즐거움, 마을 어귀에서 건네는 주민들의 응원이 어우러진다. 장수트레일레이스가 만들어가는 장수의 모습이다.
전체 면적의 약 75%가 산지인 장수군은 장안산과 팔공산을 비롯한 풍부한 산림자원을 품고 있다. 오랫동안 지역을 지켜온 산과 숲은 이제 전국의 러너들이 찾아와 도전하고 교류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장수트레일레이스는 짧은 기간 동안 참가 규모와 프로그램을 넓히며 장수의 대표 산악관광 콘텐츠로 성장했다. 장수군은 대회의 성장을 지역의 소비와 체류, 새로운 산업으로 이어가며 ‘한국의 샤모니’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 150명으로 시작한 작은 대회, 장수를 알리는 무대로 성장
장수트레일레이스의 출발은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수러닝크루가 주관한 첫 대회는 전라북도 청년공동체 활성화 사업에 선정돼 열렸다. 당시에는 38km 단일 코스에 약 150명이 참여한 작은 대회였지만, 장수의 산길을 달리는 경험은 이후 대회를 키워가는 밑거름이 됐다.
이듬해에는 봄 프리레이스와 트레일투어, 가을 본대회, 장거리 프로그램 등이 이어지며 참가 기회가 넓어졌다. 한 차례의 대회에서 출발한 시도가 계절과 거리, 참여 방식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확장된 것이다.
지역의 따뜻한 환대와 빼어난 자연환경, 완성도 높은 코스를 바탕으로 참가 규모도 꾸준히 커졌다. 2022년 약 150명으로 시작해 2023년 1천여 명, 2024년 3천여 명, 2025년 5천여 명이 참여했으며, 2026년에는 연간 대회 참가 신청 규모가 1만여 명에 이르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외 선수들의 참가도 이어지고 있다. 2024년 봄 대회에는 13개국, 2025년 봄 대회에는 12개국, 올해 봄 대회에는 10개국의 해외 선수들이 함께했다. 장수의 산과 숲이 국적과 언어를 넘어 도전의 즐거움을 나누는 무대로 넓어지고 있다.
▲ 첫 산길 달리기부터 100마일까지, 저마다의 도전이 있는 곳
트레일러닝은 산과 숲, 능선 등 자연 속 길을 달리는 운동이다. 오르막에서는 숨을 고르고, 내리막에서는 발밑을 살피며 지형에 맞춰 속도를 조절한다. 같은 길이라도 날씨와 계절에 따라 다른 모습을 만나고, 달리는 동안 자신의 체력과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장수트레일레이스는 다양한 거리와 방식의 코스를 마련하며 참여의 폭을 넓혀왔다. 짧은 거리에서 산길 달리기를 경험하려는 입문자부터 오랜 시간 훈련해 온 장거리 러너까지, 각자의 경험과 체력에 맞는 목표를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도입한 100마일 코스는 장수트레일레이스의 도전 정신을 보여준다. 약 170km에 이르는 산길을 이어 달리는 여정에는 강한 체력과 집중력,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낮과 밤을 지나 긴 거리를 달리는 선수들에게 장수의 산은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고 넘어서는 공간이 된다.
올해는 어린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코스도 마련해 대회의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어린이 코스는 긴 산길이 부담스러운 아이들도 달리기의 즐거움과 완주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장거리 러너들의 도전부터 어린이들의 힘찬 발걸음까지, 장수트레일레이스는 다양한 세대가 함께하는 대회로 참여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 봄과 가을을 넘어, 계절마다 다시 찾는 장수의 산길
장수트레일레이스의 또 다른 특징은 연중 이어지는 프로그램이다. 봄·가을 본대회를 중심으로 트레일러닝 캠프와 여름 대회 등이 연결되면서 계절마다 장수를 찾을 계기를 만들고 있다.
여름에는 쿨밸리 트레일레이스가 열린다. 올해는 장수종합경기장에서 방화동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약 18km 코스에 1천여 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장수의 청정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며 달리고, 여름 숲의 풍경을 만끽했다. 쿨밸리 페스티벌과 연계해 달리기 전후로 즐길 거리를 더한 점도 특징이다. 산길을 달린 뒤에는 축제장에 들러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며 장수의 여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트레일러닝의 도전과 성취감에 축제의 즐거움을 더하면서, 스포츠와 관광을 함께 즐기는 여름철 산악관광 콘텐츠로 매력을 넓혀가고 있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캐니크로스도 장수의 트레일 콘텐츠를 넓히고 있다. 캐니크로스(Canicross)는 개를 뜻하는 ‘Canine’과 ‘Cross Country’의 합성어로, 사람과 반려견이 한 팀을 이뤄 자연 속을 달리는 스포츠다. 장수에서는 승마로드를 코스로 활용해 반려견과 함께 달리거나 걸으며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반려견과 호흡을 맞추며 코스를 따라가고, 함께 완주하는 기쁨을 나눈다. 기록에 도전하는 러너부터 반려견과 특별한 추억을 쌓으려는 방문객까지, 장수의 자연을 경험하는 방식도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 군민들이 만드는 장수의 환대, 모두가 하나되는 축제같은 대회
장수트레일레이스의 매력은 코스에만 있지 않다. 대회 기간이면 평소 조용하던 마을에 응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군민들은 선수들에게 주먹밥과 같은 간식을 나눠주고, 힘찬 박수와 격려로 다음 발걸음을 응원한다.
긴 거리를 달리는 선수들에게 보급소는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출발할 힘을 얻는 곳이다. 물과 먹거리를 건네고 지친 선수들을 살피는 손길이 이어진다. 관내 단체와 마을이 보급소 운영에 참여하면서 대회는 지역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행사, ‘모두가 하나되는 축제같은 대회’로 자리 잡고 있다.
지역 학생들도 자원봉사자로 힘을 보탠다. 선수와 주민, 운영진과 자원봉사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대회를 완성한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의 기쁨 뒤에는 산길 곳곳에서 이어진 응원과 도움이 있다.
장수의 산길을 달린 기억에 사람의 온기가 더해지는 순간이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주민들의 따뜻한 환대가 함께 남는 경험은 장수트레일레이스가 지닌 소중한 경쟁력이다.
▲ 달리는 즐거움이 지역의 활력으로 이어지도록
장수군은 대회를 찾는 발걸음이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선수들이 장수에서 식사하고 머물며 지역의 먹거리와 농특산물을 접하는 과정까지 대회의 가치로 이어가겠다는 방향이다.
올해 봄 대회에서는 참가비 일부를 장수사랑상품권으로 돌려주는 방식을 운영하고, 관내 농특산물 판매와 홍보를 함께 진행했다. 주민들의 대회 참여와 더불어 지역의 상품과 먹거리도 방문객들에게 소개한 것이다.
앞으로는 대회 참가를 계기로 장수를 더 오래 경험할 수 있도록 관광자원과의 연결을 넓혀갈 계획이다. 산길에서 시작된 관심이 지역의 맛과 문화, 마을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다음 방문의 이유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할 기반 조성도 추진한다. ‘K-샤모니 장수군 조성사업’을 통해 트레일로드와 스테이션 등 산악레저 기반을 확충하고, 트레일빌리지 인프라 구축을 통해 방문객을 위한 휴게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추진하는 트레일 베이스캠프 조성사업에는 체류 기반 확충과 체크인센터 조성, 대회 국제화와 시즌투어 등 프로그램 고도화가 포함돼 있다. 대회에 참가하는 날뿐 아니라 평소에도 장수를 찾아 운동하고 쉬어갈 수 있는 여건을 갖춰가는 구상이다.
지역자원을 활용하는 창업기업 발굴과 육성도 함께 추진한다. 트레일을 중심으로 관광과 새로운 사업이 성장할 기반을 마련해 대회의 활력을 지역산업으로 이어가려는 것이다.
150명이 함께했던 첫 출발에서 연간 참가 신청 1만여 명 규모에 이르기까지, 장수트레일레이스는 장수의 산과 숲이 가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러너들의 도전과 주민들의 환대, 지역과 함께 성장하려는 노력이 모여 장수의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다. 그 길 위에서 ‘한국의 샤모니’를 향한 장수의 도전도 계속되고 있다.
< 최훈식 장수군수 인터뷰 >장수트레일레이스는 장수의 산과 숲이 가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회입니다. 장수의 산길을 달리기 위해 찾아오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어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대회의 가장 큰 힘은 아름다운 자연과 군민들의 따뜻한 환대입니다. 선수들은 산길을 달리며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군민들은 주먹밥을 나누고 보급소 운영과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선수와 주민이 함께 만드는 ‘모두가 하나되는’ 축제라는 점이 장수트레일레이스의 특별한 매력입니다.
100마일 코스는 참가 자체가 큰 도전이고, 완주는 러너들에게 특별한 성취이자 명예가 됩니다. 선수들이 안전하게 도전하고 좋은 기억을 안고 돌아갈 수 있도록 운영의 내실을 다져가겠습니다.
앞으로 장수를 주축으로 무주와 진안을 잇는 ‘무진장 트레일레이스’ 추진도 검토하며 도전의 무대를 넓혀가겠습니다. 대회를 지역 관광과 농특산물, 상권과 잘 연결해 방문객의 발걸음이 군민 소득과 지역경제의 활력으로 이어지도록 하겠습니다. 장수의 자연과 군민들의 정을 바탕으로 국제산악관광도시 ‘한국의 샤모니’ 장수를 만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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