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안보 위기 높여야 유리
미국 표심은 유가·물가가 영향 커
북·가자로 눈 돌려 ‘해결사’ 부각
엇갈린 해법, 서로에 걸림돌 분석
지난 2월 이란을 상대로 대대적 공습을 벌이며 보조를 맞췄던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 발발 약 6개월 만에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이란과의 군사 충돌을 자제하는 한편 북한과 대화 재개를 모색하며 ‘피스메이커’를 자처하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은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공세를 퍼부으며 중동 내 안보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스라엘군이 22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서부 베이트 진에서 민간 차량을 공격해 민간인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지난 18일 시리아 북서부의 튀르키예 접경에 있는 아부 알주후르 공군 기지를 공습한 지 나흘 만이다.
이스라엘의 잇따른 무력 도발은 오는 10월27일 총선을 앞둔 정치적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톰 배럭 주튀르키예 미국 대사 겸 시리아 미국 특사는 이날 미국 인플루언서 마리오 나우팔과 인터뷰하면서 “하나의 가설은 이스라엘이 튀르키예를 자극하려고 했다는 것”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안보 위기를 고조시켜 집권 여당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는 정치적 계산이라는 취지다.
이스라엘 일간 마아리브도 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전투를 중단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총선을 방해하거나 연기할 의도로 가자지구 등의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공개적인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서안지구 내 대규모 정착촌 건설을 위한 시공사 입찰을 개시하고, 가자지구 공습을 확대하면서 미국 주도의 팔레스타인 평화 구상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반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안보의 무게추를 북·미 대화로 옮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를 재개하는 데 승부수를 띄우는 모습이다.
이 같은 차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처한 지정학적 상황, 트럼프 대통령·네타냐후 총리가 처한 정치적 환경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과 친이란 대리 세력의 실질적 위협을 가까이 둔 이스라엘은 안보가 선거 판도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극우 정당 지지 없이는 집권이 어려운 현실도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에서 물러서기 힘든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의 표심은 안보 위협보다 치솟은 유가와 물가의 공포에 더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피스메이커’를 자처하며 노골적으로 노벨 평화상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왔다. 이란 전쟁은 6개월째 이어지고 있고, 가자지구 평화합의안은 무산 위기에 놓인 상태에서 북·미 대화가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몇 안 남은 반전 카드로 해석된다.
엇갈린 양 정상의 해법이 서로에게는 걸림돌이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가 역내 안보 위기를 고조시키며 중동 정세를 뒤흔들수록 이란에 발목이 잡힌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문제에서 발을 빼기 어려워진다. 유가·물가 문제 해결은 물론 ‘해결사’ 이미지도 요원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군사 충돌을 자제하고 북·미 대화, 가자지구 평화 등 대화 국면으로 돌아설수록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좁아진다. 미국과 동떨어질수록 동맹과의 균열, 국제적 고립이라는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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