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지역 복지관 10㎞ 밖
이동 길어 요양 인력 구인난
생활권 기준 접근성 높여야
주간보호 거점화 대안 부상
오는 27일부터 전국에서 시행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노인과 장애인이 살던 곳에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함께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재가서비스 확대를 통해 시설 중심 돌봄 구조를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지방의 공간 구조를 고려하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챗GPT 생성 이미지
전국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도 시행을 앞두고 지방 노인돌봄의 실제 변수로 ‘이동거리’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행정 통계상 시설 수만 보면 돌봄 인프라가 부족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거주지가 넓게 분산된 지역은 실제 서비스 접근성이 낮아 방문형 돌봄 서비스 운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27일부터 전국에서 시행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노인과 장애인이 살던 곳에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함께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재가서비스 확대를 통해 시설 중심 돌봄 구조를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지방의 공간 구조를 고려하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월 발간한 <보건복지포럼>에 실린 조성아 KAIST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조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지방 소멸위험지역에서는 노인 돌봄 수요와 돌봄 자원 사이의 ‘공간적 불일치’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멸위험지역은 노인 인구 비중이 높고 돌봄 수요 역시 상대적으로 컸다. 일반 시군구의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평균 21.5% 수준인 반면 소멸위험지역은 평균 44%로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장기요양 인정자와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대상자 비율 역시 일반 지역보다 높았다.
행정 통계와 다른 실제 접근성
하지만 행정 통계만 보면 지방의 돌봄시설 공급 수준이 크게 부족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일부 소멸위험지역은 노인 인구 대비 시설 수 지표가 일반 지역보다 높게 나타났다.
문제는 실제 생활권 기준 접근성이다. 조 교수는 시군구 단위 행정 통계 대신 1㎞ 격자 단위 인구 데이터를 활용해 노인의 실제 거주 위치와 돌봄시설 분포를 비교했다. 여기에 직선거리가 아닌 실제 도로망을 따라 이동하는 ‘네트워크 거리’를 적용해 접근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지방의 상황은 행정 통계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노인복지관 접근성의 경우 일반 지역에서는 평균 약 5㎞ 안팎에서 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소멸위험지역은 평균 10㎞ 이상 떨어진 경우가 많았다. 산간 지형이 많은 지역에서는 도로망을 따라 이동해야 하는 실제 거리가 더 길어지는 사례도 확인됐다.
행정구역 기준으로 보면 시설 수가 충분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생활권 기준에서는 시설까지 이동거리가 길어 이용 여건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조 교수는 이러한 격차를 노인 돌봄 수요와 돌봄 자원이 서로 맞지 않는 ‘공간적 불일치’ 문제로 설명했다.
재가서비스 인력 확보 비상
이 같은 공간 구조는 방문요양이나 방문간호 같은 재가서비스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재가서비스는 종사자가 이용자의 가정을 직접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다. 따라서 이동거리가 길어질수록 실제 서비스 제공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정은 전 숭실사이버대 요양복지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소멸위험지역은 거주지가 넓게 분산돼 있어 방문요양이나 방문간호 같은 재가서비스에서 이동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동시간은 서비스 시간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거리가 멀어질수록 종사자가 하루에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건수가 줄어드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환경에서는 요양보호사 등이 인구 밀집 지역으로 이동하게 돼 지방에서는 서비스 인력 확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현실적인 대안은 주간보호 중심 돌봄 구조라는 입장이다. 김 전 교수는 “방문요양은 하루 이용시간이 짧고 가가호호 이동해야 해 인력 부담이 크다”며 “주간보호 시설을 활용하면 한 곳에서 여러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적은 인력으로도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재 주간보호는 경증 이용자 중심으로 운영돼 중증자는 이용이 어려운 구조”라며 “AIP를 실현하려면 중증자도 일정 비율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주간보호가 지역 돌봄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방문형 의료서비스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현장에서는 병원 진료와 달리 환자 가정을 방문하는 구조에서 이동시간과 비용 부담이 커 의료진 참여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관련 기사: 재택의료센터, 국민 인식 제고 없인 공염불
접근성 중심 정책 전환 필요
연구는 지방의 돌봄 문제를 단순히 시설 부족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설 숫자보다 실제 생활권에서 얼마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지가 정책 효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돌봄 정책도 공급 규모 중심에서 접근성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실제 거주 노인의 이동거리와 이용 가능성을 고려해 돌봄 자원을 배치하고 방문형 서비스와 같은 찾아가는 돌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인구 감소 지역에서는 폐교·마을회관 등 지역 유휴시설을 활용해 소규모 돌봄 거점을 확충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생활권 안에 돌봄 시설을 확보하면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시설 확충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지방소멸 위기 상황에서 노인돌봄 정책은 단순한 시설 확충을 넘어 실제 생활권 접근성을 고려한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IP= Aging in Place의 약어. 고령자가 요양원이나 병원 등에 입소하지 않고 자신이 평소 살아온 집과 지역사회에서 노후를 보내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선 의료, 요양, 돌봄 서비스가 거주지를 중심으로 제공돼야 한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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