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롤드 로저스 임시대표가 새벽배송 현장에 참여한 모습/사진=쿠팡
쿠팡이 동일인 지정 논란과 1분기 어닝쇼크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그러나 시선을 조금 넓히면 다른 숫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해외에서 끌어들인 자본을 국내 고용과 인프라에 쏟아온 10년의 기록이다. 유통 대기업으로는 이례적인 규모의 직고용과 지방 투자가 쿠팡을 둘러싼 논쟁의 또 다른 축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 다음…직고용 8만명, 국내 2위 고용주
6일 국민연금공단 데이터 기준, 쿠팡과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국내 직고용 합산 인원은 2024년 말 기준 약 8만명이다. 삼성전자(약 12만5000명)에 이어 국내 기업 전체에서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현대자동차(약 6만9000명)와 LG전자(약 3만6000명)를 모두 웃돈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국내 제조 대기업을 고용 규모에서 따돌렸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17년 직고용 인원이 1만3400여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7년 만에 6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해럴드 로저스 쿠팡 한국 대표가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세마포 글로벌 이코노미 행사에서 쿠팡이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고용주라고 소개했을 때 좌중이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고용의 배경에는 물류 인프라 투자가 있다. 쿠팡은 창업 이후 해외 투자자로부터 유치한 자금 6조원을 국내 물류 인프라에 집중 투자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의 물류센터와 배송캠프를 구축했다. 수도권에 집중된 여타 유통·물류 기업과 달리 제주도·강원도·전라도·경상도 등 지방 거점을 촘촘하게 공략했다. 쿠팡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추가로 3조원을 투자해 경북·충북·부산·광주 등 9개 지역에 새 물류 인프라를 짓고 신규 직고용 인력 1만명을 추가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지방 물류센터의 고용 구조도 눈에 띈다. 올해 3월 기준 지방 물류센터 청년(2030 정규직) 고용 현황은 1만7000명을 돌파했다. 광주5물류센터의 2030 청년 비중은 84%, 대전1센터 85%, 경남 김해1센터 84%로 직원 10명 중 8명 이상이 20·30대다. 청년 취업난이 사회 문제로 부각된 상황에서 쿠팡의 지방 물류센터가 청년 일자리 공급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쿠팡 물류센터 직고용 일자리는 주 5일제와 4대 보험, 연차 사용, 육아휴직 복직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사진=쿠팡
소상공인 30만곳·연 거래액 20% 성장
쿠팡이 창출하는 경제 효과는 직고용에 그치지 않는다. 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 소상공인 수가 지난해 말 30만곳을 넘어섰다. 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기준으로 이들의 거래액은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했다.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환경에서 쿠팡 플랫폼이 소상공인의 판로 역할을 한 셈이다.
해외 진출 지원 효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인천의 김자반 제조업체 더 국민은 2015년 쿠팡 입점 후 10년 사이 10배 성장해 쿠팡에서만 연 35억원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쿠팡의 대만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첫 해외 수출에 성공했다. 경기 포천의 반려동물용품 업체 딩동펫은 입점 초기 3명이던 고용 인력이 현재 80여명으로 늘었고 매출도 1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20배 성장했다. 쿠팡을 통한 소상공인의 글로벌 진출이 지역 고용까지 끌어올리는 선순환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쿠팡이 단순 유통 기업이 아닌 기술 기업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신호도 뚜렷하다. 2023년 이후 AI 기술 스타트업에 총 8400만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했다. 창고 물품 포장·운반 자동화 로봇 기업 콘토로로보틱스 투자가 대표적이다. 물류 네트워크 전반에 자동화와 AI를 도입해 배송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비용을 절감하는 전략으로, 김범석 의장은 이번 컨퍼런스콜에서도 "자동화와 AI 도입이 서비스 수준 향상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실현하며 장기 마진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물동량이 줄면서 단기적으로 신규 채용 감소라는 역풍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쿠팡이 그간 쌓아온 고용과 투자의 성과가 사고 여파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쿠팡의 회복 속도가 8만명의 고용 온도계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번 개인정보 사고가 단순한 기업 이슈를 넘어 지역 고용 생태계 전체의 변수가 됐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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