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무신사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가 가라앉기도 전에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무신사의 7년 전 광고를 소환했다.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과 6월 민주항쟁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광고"라고 규정한 것이다. 그런데 무신사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있다. 이미 2019년 당시 박종철기념사업회를 직접 찾아가 유족에게 사과했고 조만호 대표는 그 이후 지금까지 사업회 회원으로 활동해왔다. 7년 전 잘못을 인정하고 조직적 개선까지 마친 회사가 타사의 논란에 편승해 다시 도마에 올랐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20일 유통가에 따르면 문제의 광고는 지난 2019년 7월 2일 무신사 공식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양말 카드뉴스다. 슬리퍼형 양말의 '속건성'을 강조하는 홍보 문구로 "책상을 탁 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표현을 썼다.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당시 경찰이 내놓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는 발언을 패러디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비판이 쏟아졌다. 무신사 측 설명에 따르면 홈페이지 게시 과정에서 해당 문구는 삭제됐으나 SNS 발행 과정에서 검수 결과가 반영되지 않은 채 그대로 올라갔다. 검수 시스템의 구조적 허점에서 비롯된 사고였다.
당시 무신사의 사후 대응은 지금 기준으로 봐도 상당한 수준이라는게 패션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논란이 불거진 직후 게시물을 즉시 삭제하고 공식 사과문을 냈다. 사과문 발표에 그치지 않았다. 2019년 7월 9일 조만호 대표이사와 사업본부장 3명, 콘텐츠 편집 팀장이 직접 남영동 대공분실을 방문해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관계자들에게 사과했다. 유족과 관계자들은 이 사과를 받아들였다. 후원금 전달도 이뤄졌다. 조만호 대표는 그 이후 현재까지 박종철기념사업회 회원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최태성 강사를 초빙해 역사 교육을 진행했고, 마케팅 콘텐츠와 홍보물 제작 과정에서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엄격히 검토하는 다중 검수 체계도 구축했다.
그럼에도 무신사는 20일 이 대통령의 지적에 다시 공식 입장을 냈다. "2019년 저지른 잘못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히면서 "7년 전의 뼈아픈 과오는 무신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엄중한 교훈으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무신사 재소환이 지나치다는 시각도 있다. 스타벅스 탱크데이는 2026년 5월 18일 당일 의도적으로 기획된 것인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현재 진행형이다. 반면 무신사의 2019년 광고는 이미 당시 충분한 사과와 실질적 재발 방지 조치가 이뤄진 사안이다. 해당 단체가 사과를 수용했고 대표가 7년간 관련 사업회 회원으로 활동을 지속해왔다는 사실이 그 진정성을 뒷받침한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형식적 사과로 넘어가는 기업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제보받은 것인데 진짜인지 확인해 봐야겠다"고 단서를 달았다는 점도 주목된다. 사실 확인을 전제로 한 문제 제기였던 만큼 이미 처리된 사안에 대한 재론이 적절한지 따져볼 여지가 있다는게 유통가의 대체적 분위기다.
이번 논란이 더 아쉬운 것은 타이밍 때문이다. K푸드·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과를 내는 가운데 K패션은 그 다음 타자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도 K패션을 미래 핵심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했다.
무신사는 이 K패션 생태계의 사실상 유일한 플랫폼 대표 주자다. 국내 1만6000여개 브랜드의 유통 창구이자 해외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난 황금연휴 기간에는 외국인 매출이 전주 대비 30% 증가하고 명동 매장의 외국인 비중이 70%를 넘어서는 등 K패션 플랫폼으로서의 글로벌 가능성을 실증해가는 중이다. IPO를 앞두고 기업가치 10조원 이상을 목표로 해외 기관 투자자들과 접촉하는 시점에 7년 전 이미 처리된 사안이 재소환된 것은 무신사뿐 아니라 K패션 산업 전체에 불필요한 노이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신사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도 당시의 반성과 다짐이 퇴색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올바른 역사 인식과 책임 있는 자세로 고객 여러분을 마주하겠다"고 밝혔다. 스타벅스발 역사 감수성 논쟁의 파장이 유통가 전반으로 번지는 지금, 과거에 잘못을 저지르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조치를 마친 기업과 현재 진행형의 논란 기업을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이 공정한 잣대인지 업계 내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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