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감리교회 천보환 목사.
“아이들과 함께 문을 두드리면 반기지 않는 집이 없었습니다.”
부여군 외산면에서 4년째 이웃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천보환(44) 외산감리교회 목사.
천 목사가 외산에서 이어온 작은 실천들이 주민과 외부 봉사단의 참여로 이어지면서 마을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의 활동은 성탄절 치킨에서 시작됐다.
천 목사는 3년째 성탄절이면 관내 100여 가구를 찾아 치킨을 전달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집집마다 방문해 음식을 건네고 안부를 묻는다. 한 번의 방문으로 끝내지 않고 해마다 같은 이웃을 찾아가면서 자연스럽게 관계가 이어졌다
외산감리교회에서 나눔 활동을 하고 있다.<부여군 제공>
올해부터는 장날이면 외산시장으로 향한다.
어묵꼬치와 토스트, 팝콘, 커피, 화채 등을 준비해 시장을 찾은 주민들에게 무료로 건넨다. 지난 추석에는 후원받은 음료 170여 개를 시장에 전달했다.
어린이집 아이들과 외부 청년들이 함께 노래하고 음식을 나누는 행사도 열었다. 최근에는 시장 주변 상가까지 찾아가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교류의 폭을 넓히고 있다.
천 목사는 “처음에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그래도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시작했더니 외부에서 후원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일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의 활동은 시장에만 머물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대전지역 교회 봉사단과 함께 이웃 노인 가정을 찾아 1박2일 동안 LED 전등을 교체했다. 풀 뽑기와 방역, 복날 식료품 전달, 미용 봉사 등 생활 속 불편을 살피는 활동도 이어졌다.
외부 봉사단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외산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봉사단원들<부여군 제공>
지난해 대전지역 봉사단에 이어 올해도 여러 차례 외부 봉사단이 외산을 찾았다. 오는 3일에는 인천지역 청년 25~30명이 외산을 방문해 밤 줍기와 고춧대 정리 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처음에는 천 목사와 교회가 시작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후원자와 봉사자, 어린이와 청년들이 함께하는 활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천 목사는 “나를 위해 시장에 가는 것은 아니지만, 장날마다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처음 시장에 나갔을 때와 지금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규모가 아니다.
“작은 일이라도 계속하다 보면 누군가 관심을 갖고 함께해 줍니다. 혼자서는 어렵지만 한 사람, 두 사람이 더해지면 할 수 있는 일이 달라집니다.”
윤나순 외산면장은 “천 목사의 꾸준한 활동을 계기로 외부 봉사단과 후원자들이 외산을 찾고 있다”며 “사람이 찾아오고 주민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 자체가 지역의 활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이 주도한 사업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자발적인 실천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지역을 위해 묵묵히 활동하는 주민들의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공동체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외산에서 천 목사가 이어온 발걸음은 거창한 사업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성탄절 치킨 한 마리, 장날 어묵 한 꼬치, 어르신 집의 낡은 전등 하나를 살피는 일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한 사람의 꾸준한 실천에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 합류하면서 외산을 찾는 발걸음도 늘고 있다.
‘먼저 찾아가는 사람’이 생기자 ‘찾아오는 사람’도 생겼다.
천보환 목사의 4년간의 발걸음이 외산에 사람과 사람을 잇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부여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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