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극심한 장중 변동성을 뚫고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8,000 피’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13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200.86포인트(2.63%) 폭등한 7,844.01로 장을 마감했다. 장 초반 미국발 인플레이션 우려와 반도체주의 약세로 1% 넘게 급락하며 출발했지만, 미·중 정상회담 기대감과 반도체 대장주를 향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드라마틱한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시장은 그야말로 ‘널뛰기 장세’였다. 장 초반 7,402선까지 밀려났던 지수는 장중 450포인트가 넘는 등락 폭을 기록하며 역대 4위에 해당하는 변동성을 보였다. 최근 전쟁 초기와 급락장이 연출됐던 며칠 사이의 흐름이 모두 역대급 변동폭 기록에 이름을 올릴 만큼 투자 심리가 극도로 예민해진 모습이다. 특히 외국인이 최근 5거래일간 24조 원이 넘는 매물을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과 기관이 각각 1조 8,000억 원대와 1조 6,000억 원대의 동반 순매수로 대응하며 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밀어 올렸다.
시장의 반등을 이끈 결정적 계기는 정보기술(IT) 업종의 ‘전약후강’ 흐름이었다. 하락 출발했던 SK하이닉스는 장중 8% 이상 폭등하며 199만 원이라는 기록적인 신고가를 경신했고, 결국 7.68% 상승한 197만 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 역시 하락세를 딛고 1.79% 반등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길에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동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수급이 급격히 개선된 것이 지수 반전에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종목별로는 실적 기대감이 커진 자동차와 유통주가 강세를 보였다. 현대차가 9.91% 폭등했고, 신세계(9.29%)와 롯데쇼핑(5.54%) 등 백화점 관련주도 내수 소비 회복 전망에 힘입어 동반 상승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일부 대형주와 코스닥의 에코프로 그룹주 등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은 하락하며 온도 차를 보였다. 코스닥 지수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를 이기지 못하고 0.20% 내린 1,176.93으로 마감했다.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전 거래일보다 0.7원 오른 1,490.6원으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1,499.9원까지 치솟으며 1,500원 돌파 우려를 키웠다. 이는 지난달 7일(1,504.2원) 이후 약 한 달 만에 다시 1,500원 선을 위협한 것이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해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였고, 달러 강세가 이어진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시장이 매크로 변수보다는 수급과 뉴스 흐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높은 물가나 지정학적 불안보다 단기적인 수급 변화가 지수 방향성을 결정하고 있다”며 “특정 시총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장중 변동성이 확대되는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결국 이날 코스피의 흐름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외국인 자금 이탈, 반도체 업황 기대, 미·중 정상회담이라는 복합적 요인이 맞물리며 극심한 변동성을 연출한 가운데, 개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린 사례로 기록됐다.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지만, ‘8,000 피’ 시대를 눈앞에 둔 만큼 투자자들의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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