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녹색경제신문(AI 제작)
코스피가 사상 처음 7000선을 돌파하며 한국 증시가 캐나다를 제치고 세계 7위 시장으로 올라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앞세운 반도체 랠리에 외국인 자금이 몰리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까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 상장기업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 71% 증가한 4조5900억달러를 기록해 캐나다 증시 시총 4조5000억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시장 열기 이면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빚투’와 부동산 불안, ETF 과장 광고 논란까지 동시에 확산하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최근 ETF 광고와 증권사 마케팅 전반에 대한 점검에 착수하면서 하나자산운용·신한자산운용·미래에셋증권 등 일부 금융사들이 사실상 감독 사정권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코스피 상승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지금 시장은 실물경제 개선보다 유동성과 레버리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측면이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이 신용융자를 통해 고점 추격 매수에 나서는 현상은 과거 급등장 말기와 유사한 위험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7위 오른 한국 증시…반도체가 끌어올린 ‘7000피’
한국 증시의 급등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끌었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과 AI 투자 확대 흐름이 맞물리며 두 종목이 사실상 지수 전체를 끌어올렸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70% 넘게 급등한 배경에도 반도체 대형주 쏠림 현상이 자리한다.
문제는 상승 속도다. 지수가 단기간 급등하자 개인투자자들의 레버리지 투자도 함께 불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5조4639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 24조5793억원, 코스닥시장 10조8836억원 규모다.
일부 증권사가 증거금률을 높이고 신용융자 제한 조치에 나섰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추격 매수는 멈추지 않고 있다. 상승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포모’ 심리가 빚투를 더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시장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초대형주에 자금이 쏠리는 구조인데, 이런 장세일수록 뒤늦게 들어온 개인들이 레버리지를 크게 쓰는 경향이 있다”며 “조정이 시작되면 손실 속도는 일반 투자보다 훨씬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긴장…“상승장 끝나면 반대매매가 먼저 온다”
신용융자는 상승장에서는 수익률을 극대화하지만, 주가가 급락하면 담보 부족으로 반대매매가 한꺼번에 쏟아진다. 시장 충격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금감원도 시장 과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증권사 신용융자 담당 임원들을 불러 금리 이벤트와 수수료 마케팅 경쟁을 점검하고, 변동성 확대 시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지수 상승 자체보다 상승장에 편승한 레버리지 확대와 고위험 상품 판매 경쟁을 더 큰 리스크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시장 상승기에 감독이 느슨해지면 피해는 하락기에 한꺼번에 드러난다”며 “레버리지 투자, 고위험 상품 판매, 광고 심의 전반을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자산운용, ‘스페이스X ETF’ 광고 논란…본지 질의엔 무응답
금융당국의 시선은 ETF 광고 시장으로도 향하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자산운용사 준법감시인들을 소집해 ETF 상품 운용과 광고 과정에서 투자자 오인 소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경고했다. 운용사들에는 최근 1년간 집행한 디지털 광고 자료 제출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른 곳은 김태우 대표 체제의 하나자산운용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고, 하나자산운용 대표이사 임기는 2026년 12월 말까지로 알려졌다.
하나자산운용은 ‘1Q 미국우주항공테크 ETF’ 광고에서 스페이스X 투자 노출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스페이스X 지분을 보유한 미국 ETF를 활용한 간접 투자 구조였고 관련 투자 비중도 0.3%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감원은 지난달 하나자산운용을 상대로 현장점검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니투데이는 금감원이 ‘스페이스X 편입’ 과장 광고 논란을 빚은 하나자산운용에 대해 현장점검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본지는 하나자산운용 측에 스페이스X 직접 투자 오인 가능성, 실제 편입 비중, 금감원 점검 및 광고 심의 절차, 김태우 대표 체제 이후 ETF 마케팅 과열 논란 등에 대해 질의했으나 기사 작성 시점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회신이 오는 대로 기사에 반영할 예정이다.
신한자산운용, ‘삼전·닉스’ 비중 논란…SK스퀘어까지 묶어 홍보했나
신한자산운용도 금감원 점검 국면에서 이름이 거론된다. 신한자산운용은 올해 1월 이석원 대표이사가 취임했으며, 회사 연혁에도 2026년 1월 이석원 대표이사 취임 사실이 명시돼 있다.
논란은 ‘SOL AI반도체TOP2플러스 ETF’ 광고 과정에서 불거졌다. 신한자산운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 비중을 강조했지만, 일부에서는 SK하이닉스 직접 편입 비중에 SK스퀘어 편입 비중까지 더해 실제보다 SK하이닉스 노출도가 높아 보이도록 홍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경제는 신한자산운용이 SK하이닉스 편입 비중에 SK스퀘어 비중을 더해 실제보다 높게 홍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ETF는 투자자가 상품명과 광고 문구만 보고 투자 구조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TOP2’, ‘삼전·닉스’ 등 표현이 실제 편입 구조 이상으로 특정 종목 집중도를 인식하게 만들 경우, 투자자 오인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이 장기 분산투자 상품이라기보다 사실상 테마주 마케팅 경쟁처럼 변질되는 분위기가 있다”며 “AI·우주항공·반도체 같은 유행 키워드에 투자자들이 현혹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본지는 신한자산운용 측에 SK하이닉스·SK스퀘어 비중 합산 홍보 논란, ‘TOP2’ 표현의 소비자 오인 가능성, 금감원 및 금융투자협회 자료 제출 여부, 광고 심의 내부통제 체계 등에 대해 질의했으나 기사 작성 시점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회신이 오는 대로 기사에 반영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도 ‘스페이스X 마케팅’ 구두 경고 논란
금융당국의 점검은 운용사의 ETF 광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증권사의 해외 비상장 투자상품 마케팅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분위기다. 시장 과열 국면에서 금융사들의 공격적 고객 유치 경쟁이 투자자 오인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래에셋증권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미래에셋증권은 김미섭·허선호 각자대표 체제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 3월 두 대표가 재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스페이스X 공모주 국내 배정 추진과 관련해 투자자 관심을 끌어모았지만, 실제 배정 물량과 일반 투자자 청약 가능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케팅이 과도하게 앞서갔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울경제는 금감원이 스페이스X 공모주 국내 배정을 추진 중인 미래에셋증권에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하라는 취지의 구두 경고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사들이 스페이스X 같은 글로벌 인기 기업을 활용해 투자자 관심을 끌어모으는 경쟁에 나서고 있다”며 “실제 투자 가능 여부나 리스크 설명보다 기대감 부풀리기가 앞서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본지는 미래에셋증권 측에 스페이스X 공모주 국내 배정 추진 과정의 홍보 방식, 실제 배정 물량 및 일반 투자자 청약 가능 여부, 금감원의 구두 경고 사실 여부, 투자자 오인 가능성 검토 여부 등에 대해 질의했으나 기사 작성 시점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회신이 오는 대로 기사에 반영할 예정이다.
증시는 뛰는데 부동산 민심은 흔들
증시 랠리와 달리 부동산 시장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달 27일 기준 181.4까지 치솟았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 범위에서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 부족을 의미하는데, 180대는 2020~2021년 전세대란 수준으로 평가된다.
정부의 강한 대출 규제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에 수요가 몰리면서 서울 중저가 지역의 집값 상승세도 빨라지고 있다. 전세 물량 부족이 심화되면서 월세 부담 역시 커지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주식으로 번 돈이 결국 다시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시 상승이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기보다 자산시장 안에서만 순환하는 구조가 굳어질 경우, 자산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체감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증시 상승에도 소비 회복이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투자 수익이 다시 부동산과 자산시장으로 재유입되기 때문”이라며 “자산 가격만 뛰고 실물 체감경기는 따라가지 못하는 자산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축포보다 필요한 건 냉각 장치”
코스피 7000은 분명 한국 자본시장 역사에서 상징적 사건이다. 오랜 저평가 논란에 시달리던 한국 증시가 글로벌 시장에서 재평가받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장 과열과 투자자 보호 부실 논란까지 함께 커지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낙관론만 앞세우기는 어렵다. 지수는 뛰는데 빚투는 사상 최대치로 치솟고, ETF 광고는 과열 양상을 보이며, 증권사들은 해외 비상장 인기 기업을 앞세워 투자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불안까지 겹치며 실물 체감경기와 자산시장 사이의 괴리는 더 커지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지금 시장은 상승 자체보다 상승 과정의 건전성이 더 중요해진 국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상승장에서는 모두가 낙관론자가 되지만, 조정장이 시작되면 그동안 숨겨졌던 부실과 과열이 한꺼번에 드러난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축포보다 냉각 장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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