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 ‘초연결 2.0’
삼성·현대차 모빌리티 고도화
車 인포테인먼트로 간편 설치
디 올 뉴 그랜저·EV9 등 적용
배터리·소재 분야로 협업 넓혀
5G 특화 스마트공정도 ‘스킨십’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 1월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서 삼성전자 전시관을 찾아 ‘깜짝 협업’을 제안해 이목을 끌었다. 정 회장은 현대차의 로봇 플랫폼인 ‘모베드’에 삼성전자의 가전 기술을 결합하자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삼성전자 로봇청소기 4개를 붙여서 모베드에 결합하면 뒤집어지지도 않고 조절도 잘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모델을 제안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이후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사장과 함께 삼성의 마이크로 RGB TV, 인공지능(AI) 냉장고 등을 두루 살펴보며 사업 협력 방안을 긴밀하게 논의했다. 이에 행사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양 사 간 협업 사례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실제로 23일 재계에서는 한국의 전자·반도체 및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삼성과 현대차가 모빌리티 부문을 중심으로 제조 동맹을 공고히 다져가고 있다는 평가에 힘이 실렸다.
양 사가 이날 출시한 ‘카투홈’ 기능을 보면 모빌리티 부문에서 한층 고도화된 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다. 카투홈은 차 안에서 집 안의 조명이나 에어컨·공기청정기 등을 조율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차로 퇴근하면 집 안의 공기청정기가 자동으로 가동되고 조명도 켜지고 출근할 때는 외출 모드가 가동돼 집 안 조명이 꺼지고 로봇청소기가 작동한다.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ccNC가 탑재돼 있다면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신규 서비스를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적용 모델은 디 올 뉴 그랜저, 디 올 뉴 싼타페, 더 뉴 아이오닉5, 더 뉴 K5, 더 뉴 쏘렌토, EV9 등이다.
업계에서는 AI 기술 발전에 맞춰 양 사가 내놓는 원격제어 서비스가 진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I가 퇴근 중인 운전자의 피로도나 기분 상태를 파악하고 이에 맞춰 집 안 온도 등을 자동 제어하는 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통해 이동과 거주 공간을 또 하나의 디지털 플랫폼으로 연결할 것”이라면서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략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과 현대차 간 협업은 모빌리티에 이어 배터리 등 소재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부터 2032년까지 현대차가 유럽 시장에 출시하는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하는 배터리를 공급한다. 공급 배터리는 6세대 각형 제품인 P6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사용해왔는데 삼성SDI와의 협업을 통해 소재를 다양화한 것이다. 양 사는 지난해 차세대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연구개발(R&D) 분야에서부터 손발을 맞춰가고 있다.
양 사가 5세대(5G) 특화망에 기반한 스마트 공정 분야에서 협업하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지난해 ‘5G 특화망 레드캡’ 기술실증을 진행한 바 있다. 이 기술은 초고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보낼 수 있는 통신체계로 차량 검사 장비나 소형 무선 공구 등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통합 제어하는 데 특화돼 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 회장의 협력을 바탕으로 양 사 간 제조 동맹이 공고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삼성이 1995년 완성차 사업에 진출한 후 두 회사 간 공식적인 협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2020년 이 회장과 정 회장이 삼성SDI 배터리 공장을 함께 방문한 일을 계기로 양 사 간 협업 모델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막대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만큼 삼성과 현대차 간 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라며 “빠른 기술 변화에 대응해 협업 분야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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