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김태선 음성 동성고 교장
며칠 전 딸과 함께 산책을 하며 선크림과 비타민 D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집으로 돌아올 무렵, 강하던 햇볕은 어느새 구름 뒤로 숨어버렸다. 그때는 산책을 마칠 때라 다행이라고만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이었다. 창문을 열어 보니 하늘은 온통 잿빛 구름으로 덮여 있었다. 외출 준비를 하던 딸이 화장대 위 선크림을 집어 들다가 다시 내려놓으며 물었다.
“엄마, 오늘은 흐리니까 안 발라도 되지?”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
우리는 햇빛을 눈으로 판단한다. 하늘이 맑으면 자외선도 강할 것 같고, 흐리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피부는 조금 다르게 느낀다. 피부가 반응하는 것은 하늘의 밝기가 아니라 자외선이기 때문이다.
사실 자외선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하늘이 흐리면 자외선도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자외선은 기온이나 밝기와는 다른 원리로 지표면에 도달한다. 덥지 않다고 해서 자외선이 약한 것도 아니고, 밝지 않다고 해서 자외선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피부 손상을 느낄 무렵에는 이미 자외선이 피부에 영향을 준 뒤인 경우가 많다.
구름은 햇빛의 일부를 가려 하늘을 어둡게 만든다. 하지만 자외선은 구름을 상당 부분 통과할 수 있다. 기상 조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흐린 날에도 적지 않은 양의 자외선이 지표면에 도달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Radiation: Ultraviolet (UV) Radiation – Questions and Answers*」에서 구름이 낀 날에도 상당한 양의 자외선이 통과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으며(https://www.who.int/news-room/questions-and-answers/item/radiation-ultraviolet-%28uv%29),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Learn About the UV Index*」에서 흐린 날이라도 자외선지수(UV Index)를 확인해 필요한 자외선 차단을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https://www.epa.gov/sunsafety/learn-about-uv-index).
그래서 요즘은 날씨예보를 볼 때 기온뿐 아니라 자외선지수(UV Index)를 함께 확인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자외선지수는 눈으로 보이는 하늘보다 피부가 실제로 얼마나 강한 자외선에 노출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다. 맑은 날이든 흐린 날이든, 피부를 보호하는 데는 하늘의 색보다 자외선지수가 더 믿을 만한 기준이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또 다른 이유로 흐린 날 자외선에 더 쉽게 노출되기도 한다. 흐린 날에는 덜 덥게 느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밖에서 더 오래 걷고, 공원에 더 오래 머무르며, 선크림도 바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피부를 더 쉽게 상하게 만드는 것은 구름이 아니라 “오늘은 괜찮겠지.”라는 우리의 방심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흐린 날 야외 활동을 오래 한 뒤 예상보다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르거나 햇볕에 탄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 이야기를 듣던 딸은 잠시 창밖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흐려도 자외선은 계속 있는 거네.”
“맞아. 하늘이 흐리다고 자외선까지 쉬는 건 아니니까.”
딸은 다시 선크림을 집어 들었다.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우리를 가장 쉽게 속이는 것은 구름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려는 습관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눈은 흐린 하늘을 보며 안심하지만, 피부는 보이지 않는 자외선을 그대로 기억한다.
과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실을 알려 주는 가장 든든한 안내자다. 그래서 흐린 날의 선크림은 비를 대비하는 우산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자외선을 위한 작은 준비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또 하나 궁금한 점이 생긴다. 그렇다면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실내에서도 선크림을 발라야 할까? 그 이야기는 다음 칼럼에서 함께 알아보기로 하자.
김태선 음성 동성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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