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칼럼] 천국의 계단

오늘도 어김없이 천국의 계단에 올랐다. 아침마다 발밑에서 끝없이 밀려오는 계단을 오르며 땀 흘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운동을 시작하고 조금 시간이 흐르면 등에 땀이 배어 나오고, 조금 더 지나면 이마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며 숨이 차오른다.

[칼럼] 천국의 계단

행복을 여는 창

서종덕 충북교육문화원 원장

오늘도 어김없이 천국의 계단에 올랐다. 아침마다 발밑에서 끝없이 밀려오는 계단을 오르며 땀 흘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운동을 시작하고 조금 시간이 흐르면 등에 땀이 배어 나오고, 조금 더 지나면 이마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며 숨이 차오른다. 벌써 2년 넘게 반복하는 일상이지만, 천국의 계단은 여전히 나에게 쉽사리 곁을 내어주지 않는 고단한 상대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예전 같지 않은 체력을 실감하며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던 차에, 집 근처 대학교 스포츠 센터에 등록하게 되었다. 초기에는 평소 익숙한 러닝머신에 몸을 맡긴 채 다른 이들이 기구를 사용하는 모습을 눈치껏 살피며 조금씩 영역을 넓혀 나갔다. 그러다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이 일명‘천국의 계단’이었다. 나처럼 무릎 통증이 있는 사람에게 효과적인 운동 기구라고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과 러닝머신 위에서 뛰는 것보다는 덜 힘들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나를 그 위로 이끌었다.

그러나 막상 마주한 계단 위에서의 시간은 예상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나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이었다. 육체적 한계가 밀려오면 어김없이 내면의 갈등이 시작된다. 오늘은 피곤하니 여기까지만 할까 하는 유혹과 어제보다 1분이라도 더 버텨야지 하는 목표 의식이 팽팽하게 맞선다. 이 과정은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축소판과도 같다. 때로는 타인들은 모두 평탄한 길을 쉽게 걷는 것 같은데 나만 유독 가파른 길 위에서 힘겹게 땀 흘리는 듯한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고, 어느 날은 정해둔 목표를 생각보다 수월하게 달성하며 짜릿한 성취감을 맛보기도 한다.

이 반복된 걸음 속에서 깨달은 분명한 진리가 하나 있다. 시작하기 전에‘오늘은 딱 20분만 운동하자’라고 한계를 미리 정해두면, 신기하게도 그 수치에 도달하는 순간 참기 힘든 고통이 몰려오며 지속할 의지가 꺾여버린다는 사실이다. 한계를 스스로 규정짓는 순간, 성장은 멈추고 고통은 배가 된다. 자신만의 뚜렷한 목표나 진로 설정 없이, 노력하지 않고 운 좋게 성취를 맛본 이들은 세상을 얕잡아 보며 자만심에 빠져 결국 낭패를 보기 쉽다. 반대로 현실성 없는 목표에 매몰된 이들은 반복되는 좌절 끝에 사회에 대한 불만을 쌓아간다. 교육자로서 나는 이 계단 위에서 갈등을 반복하며 우리 학생들과 학교 교육의 역할을 깊이 생각하게 된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 교육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은 누군가 알려준 정답대로 자신의 진로와 꿈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체력과 보폭에 맞는 정직한 목표를 스스로 세우고, 이를 묵묵히 실천해 낼 수 있는 역량과 의지를 기르는 것이 본질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나아갈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하도록 돕고, 학생이 스스로 결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한다. 교육은 아이들이 가파른 계단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보폭을 믿으며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첫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미래의 삶을 개척할 힘을 키워주는 과정이어야 한다.

매일 아침 계단을 오르며 나는 단순히 근육만을 단련한 것이 아니고, 인생의 가파른 고비마다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연습했다고 생각한다. 비록 내일 아침에도 땀이 흐르고 숨은 여전히 차오르겠지만, 나는 기꺼이 그 계단 위에 설 것이다. 땀방울이 빚어내는 정직한 성취가 삶을 얼마나 단단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그 단단함이 모여 내면의 품격을 어떻게 높이는지 몸소 증명해내고 싶기 때문이다. 계단을 내려오는 순간 발바닥에 닿는 지면의 단단한 감촉이,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새로운 용기를 건네준다.

서종덕 충북교육문화원 원장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