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즈포럼
최상규 청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축제의 성공은 무대의 크기나 초대가수를 보러 온 관람객의 수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주민이 얼마나 주인공이 되었는지, 방문객이 지역의 무엇을 기억했는지, 축제가 끝난 뒤 지역에 어떤 가치가 남았는지가 더 중요하다.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백곡천 일원에서 열린 생거진천 문화축제는 이러한 관점에서 기대와 과제를 함께 보여줬다.
그동안 축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생거진천 문화축제가 온갖 행사를 한데 모아 놓은, 개성이 부족한 백화점식 축제라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생거진천 문화축제를 3일 동안 풀타임으로 관찰한 결과는 축제 속에 살아 있는 ‘생거의 힘’을 발견한 것이다. 민속예술경연대회, 민속놀이, 군민 어울림 퍼레이드는 다른 축제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진정성과 역동성이 살아 있었다. 응원자는 참여자와 똑같은 즐거움과 안타까움으로 함께하는 모습이 표정과 몸짓에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생활체육 동아리와 읍·면 주민이 함께 도심을 통과하는 어울림 퍼레이드는 진천선수촌이라는 도시 자원을 연결한 점이 매우 긍정적이다. 김명식 진천군수, 임정열 군의장 등 지역사회 리더들도 퍼레이드의 격려자로 남아있지 않았다. 행렬 참여자들을 맞이하고 환영하며 함께 섞이어 덩실덩실 춤추며 군민과 하나가 되는 모습, 그것이 퍼레이드의 완성형인 것이다.
축제 개막의 하이라이트는 150여명의 군민 품격합창단 공연. 초등학생부터 할머니와 할아버지, 제복을 입고 참여한 의용소방대와 자율방범대 등 진심을 노래한 합창은 정말 개막식의 남다른 격을 보여줬다. 이 그림을 만들기 위해 주최측은 분명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폐막식 역시 중간중간 유명 가수가 출연을 했지만 지역민들의 밴드, 국악, 합창, 뮤지컬 등의 경연으로 주민 중심의 콘텐츠로 구성되었다.
올해 축제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스포츠, 출발진천행 등의 핵심주제를 반영하려 했고 군민을 관람객에서 참여자로 바꾸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생활문화 동아리의 공연과 전시는 주민의 일상을 축제의 중심으로 끌어들인다. 축제를 위해 외부의 볼거리를 들여오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안에 축적된 문화적 역량을 드러내려는 방향은 바람직하다. 함께 연습하고 무대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공동체의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가족 방문객을 고려한 꿈꾸는 키즈역과 진천 쌀을 활용한 로컬 팝업스토어 역시 좋은 기획이다. 어린이 전용 프로그램은 가족이 함께 머물 이유를 만들고, 쌀의 생산과정 소개와 시식·체험은 특산물 판매를 문화적 경험으로 확장한다. 전통예술과 현대공연, 평생학습, 건강박람회 등을 함께 배치한 구성에서도 세대 간 접점을 넓히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많다는 사실이 곧 축제의 경쟁력을 뜻하지는 않는다. 보완해야 할 우선 과제는 생거진천만의 대표 콘텐츠를 선명하게 만드는 일이다. 축제가 가진 생거의 에너지와 잠재력은 확인되었다. 민속경기, 어울림 퍼레이드의 역동성을 방문객의 영역으로까지 확장해야 한다. 또한‘출발 진천행‘이라는 주제가 공간 디자인과 프로그램 이름을 넘어 하나의 스토리 라인으로 이어져야 한다. 스포츠, 쌀, 역사와 문학 등 여러 자원을 엮어 방문객이 ‘이것이 진천의 축제’라고 기억할 수 있는 핵심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그 경험을 무엇으로 만들 것인가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생거진천문화재단이 출범한 지 아직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두 번째 생거진천 문화축제를 주도하면서 완성도를 조금씩 높여 가고 있다. 주제를 일관되게 반영하려는 노력과 축제의 품격을 높이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차별적 진천브랜딩과 방문객 질적 만족도 향상 측면의 정책판단이 필요하다. 수많은 음식과 판매부스, 건강박람회, 평생학습축제, 농특산물 소비촉진행사 등.. 계속 함께 가야할지 공간과 콘텐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상규 청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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