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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시대에 철학이 주목받는다는 풍문이 들린다. 소문의 진원지는 세계적 테크 기업들의 행보다. 37세 철학자 아만다 아스켈은 앤스로픽에 근무하며 거대언어모델(LLM) ‘클로드’의 윤리 강령을 설계했다. 팔란티어 창업자 알렉스 카프가 독일 괴테대에서 철학 박사를 받은 사실도 회자된다. 화룡점정은 최근 구글 딥마인드가 헨리 셰블린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철학자’라는 직함으로 채용한 소식이다.
이런 흐름이 국내 대학 입시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도 나온다. 철학과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서울대 철학과 수시 경쟁률은 2020학년도 9.92대1에서 최근 15.56대1로 뛰었다. 경북대 정시에선 철학과 경쟁률이 전체 학과 중 가장 높았다. 과학기술 중심 대학인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이례적으로 하버드대 출신 철학자 2명을 교수로 임용했다.
변화무쌍한 세상이다. 기자가 대학을 다니던 2010년대 초만 해도 철학과는 과학기술과 가장 먼 학과였다. PPT조차 없는 석기 시대 같은 수업에 타과생들이 놀라 뒷걸음질 치는 일이 잦았다. “전공을 살려 취업한다”는 말은 논리적 모순으로 여겨졌다. 한때 철학을 전공한 이들은 ‘AI 시대 철학의 부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철학과 무관한 일에 종사하는 과 동기 및 선후배들의 반응을 수집했다.
“제발 나도, 나부터 데려가지. 필요한 논리 어떻게든 만들어 바칠게요.”(기회주의자)
“고집불통이라 AI랑도 싸움.”(논쟁가)
“심리철학 수업에서 들었던 서얼의 ‘중국어 방’ 사고 실험이 AI로 구현된 세상이 온 것 같다.”(학구파)
이 정도가 긍정적(?) 반응이었다. 다수는 비판을 쏟아냈다. 철학과에는 의심이 일상인 회의론자가 많다. 데카르트의 제1원리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를 과잠(학과 점퍼)에 새기던 성정이 어디 가겠나.
“AI는 무슨, 그저 로스쿨 때문.”(회의론자 1)
“이런 뉴스는 10년 전에도 있지 않았나? 돈 받고 철학하는 바늘구멍.”(회의론자 2)
“마구잡이로 기술 만들어 놓고 걷잡을 수 없게 되니 ‘모신다’는 게 꼴사나움. AI 시대에 도리어 인문학이 중요하다는 식으로 거창하게 부풀려 말하는 게 불편함. 초거대 기업의 아주 일부분에만 기능하는 것뿐이고, 실제 다수 인문학 전공자가 일하는 일터의 환경에서 인문학적 논의가 일어나느냐? 절대 아님.”(회의론자 3)
회의론자들의 말처럼 테크 기업의 ‘모셔 가기’는 일부 사례다. 더군다나 그들이 원하는 철학자(AI 의식 및 윤리 연구)는 학부 수준에서는 도달할 수 없는 고도의 전문 분야다. 그러니 테크 기업 취직을 위해 철학과를 가겠다는 발상은 성급한 결정일 것이다. 하지만 ‘생각하는 힘’을 기를 목적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회의론자들의 답변에서 시류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읽었다. 자기 전공을 낭만화하길 바라는 기자의 유도심문에도 넘어가지 않았다. 대신 의심하고, 따지고, 되받아쳤다. 졸업한 지가 언젠데. 여전히 생각을 멈추지 않고 인간이길 고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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