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취재수첩] 검찰 닮아가는 공정위의 담합 사실 공표

Google 검색에서 한국경제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취재수첩] 검찰 닮아가는 공정위의 담합 사실 공표

[취재수첩] 검찰 닮아가는 공정위의 담합 사실 공표

2026.07.12 17:39

2026.07.13 00:15

지면

A34

기사 스크랩

김대훈

Google 검색에서 한국경제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잦아지는 전원회의 사전 브리핑

기업들 '낙인 효과' 우려 커져

김대훈 경제부 기자

“로펌 입장에선 일거리가 늘겠지만, 친정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한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대형 로펌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공정위가 담합 등의 사건에서 최종 의사결정 기구인 전원회의 심의가 열리기도 전에 심사 대상인 기업의 유죄가 확정된 것처럼 언론에 알리는 일이 잦아졌다는 우려다.

공정위가 전원회의 의결 이후 이뤄지던 언론 공표 시점을 ‘심사보고서 상정 시점’으로 앞당긴 건 지난 2월 밀가루 담합 사건 때부터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생 담합에 초강력 대응을 주문한 뒤다.

공정위의 조급함은 물가 총력전 선봉에 선 검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월 2일 검찰이 “9조원대 밀가루·설탕 담합을 적발했다”고 발표하자 공정위도 같은 달 20일 밀가루 사건을 공개하며 “과징금이 최대 1조2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공개 주체는 사건 상정을 맡은 공정위 사무처였고, 1조2000억원이라는 과징금은 위원회 의결이 사무처 의도대로 ‘순조롭게’ 이뤄진다고 가정한 결괏값이었다.

이후 공정위 브리핑 시점은 본격적으로 앞당겨졌다. 전분당, 설탕 등 식품 담합과 플랫폼 갑질 사건에서도 ‘전원회의에 넘겼다’ ‘조사에 착수했다’는 식으로 발표했다. 이달 6일 검찰이 정유업계 담합 수사 결과를 공개하자 공정위 안팎에선 “또 검찰에 선수를 빼앗겼다”는 말이 돌았다.

경쟁법 전문가들은 공정위의 ‘사전 사건 공표’는 준사법기관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행보라고 지적한다. 핵심은 공정위가 검찰(조사)과 법원(심판)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한 지붕’ 조직이라는 데 있다. 일반 사법 체계에선 검찰이 수사 결과를 대대적으로 브리핑해도 검찰과 독립된 법원이 무죄를 선고할 수 있다.

공정위는 사정이 다르다. 조사 부서(사무처)가 조단위 과징금을 예고하며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사건을 같은 조직 내 심판 부서(위원회)가 뒤집고 무혐의와 심의 종결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공정위 안팎에선 최근 “전원회의에서 치열한 토론이 사라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위는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안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하기 위한 브리핑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투명성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훼손하는 명분이 될 수 없다. 투명성을 지나치게 앞세우면 여론에 따라 의사결정이 내려질 위험이 커진다. 이는 결정의 신뢰성을 되레 떨어뜨리는 결과로 작용한다. 조사와 심판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쥔 공정위가 지켜야 할 최대 가치는 치우치지 않는 공정함이다. 공정위의 입이 전원회의 의사봉이 울리기 전까지 무거워야 하는 이유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