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부장(취재팀)
대한민국이 마약 사각지대에 놓였다.
마약이 우리 일상 속 깊은 곳까지 파고든 지가 이미 오래 전이다. 하지만 최근 벌어지는 사건들을 보면 그 심각성은 이미 경고 단계를 넘어섰다.
과거 연예인과 사회지도층 자녀들의 마약 투약 사건이 언론보도를 장식했지만 이제는 일반을 뛰어넘어 10대 청소년에게까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마약류 감정 종수가 14만건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10대 청소년층의 합성대마 남용이 심각한 수준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발간한 ‘마약류 감정백서 2025’를 보면 지난해 마약류 감정 종수(감정물별로 의뢰된 마약 성분 시험항목 수)는 14만775건으로 집계됐다.
신종 마약류 비중도 31.5%에 달해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를 보였다.
신종 마약류 중에서는 환각 효과가 강한 합성대마류(15.1%)와 케타민(10.6%)이 주요 남용 물질로 확인됐다.
특히 10대 청소년층의 합성대마 남용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10대의 합성대마 남용 사례는 364건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자녀를 둔 부모로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죽하면 노파심에 초등생 자녀에게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료나 과자를 절대 먹으면 큰일 난다”며 엄포 아닌 엄포까지 놓을까.
14세 중학생이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을 집으로 배달시켜 투약한 뒤 실신한 사건을 보면 까무러칠 정도다. 그만큼 마약은 이미 도처에 뿌리내리고 있다.
10대 마약사범의 증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마약 구매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속칭 ‘던지기 수법‘을 통해 손에 마약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SNS를 통하면 1만~3만원에 5분도 되지 않아 대마(0.1~0.5g)나 필로폰 1회 투약분(0.03~0.05g)을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반입된 마약을 전달할 때 주로 ‘던지기 수법‘을 사용한다.
텔레그램·다크웹 등 SNS를 통해 접촉한 구매자가 비트코인 등 전자화폐로 입금하면 마약 숨겨둔 장소(좌표)를 넘겨준다. 구매자는 이 좌표에 적힌 주소 등에서 마약을 가져간다.
실제 충북경찰에 붙잡힌 중국 마약 밀수 조직의 국내 총책과 판매책도 이런 수법을 사용했다. 이들은 마약을 텔레그램 등을 통해 판매했는데 주로 원룸 단지 청소함이나 창틀 사이, 담장 틈 등에 숨겨놓고 구매 희망자에게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액상 전자담배에 합성대마 원액을 섞어 만든 신종 마약류를 텔레그램을 통해 유통한 일당이 붙잡히기도 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전자담배 액상에 합성대마를 혼합하는 신종 수법이 확인되면서 마약 확산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자담배 액상은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사용 방식도 일반 전자담배와 크게 다르지 않아 외관상 구별이 쉽지 않다.
마약이라는 인식 없이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청소년과 젊은 층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경찰에 붙잡힌 구매자들은 전국 각지에 거주하는 20~30대로, 회사원과 일용직 근로자, 자영업자 등 직업군도 다양했다.
“한번도 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마약에 가장 잘 통한다. 그만큼 마약은 한 번 맛을 보면 쉽게 헤어나지 못한다. 특히 뇌 발달이 완전하지 않은 청소년은 더욱 그렇다. 마약이 우리 청소년의 꿈과 희망을 빼앗아가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사회구성원이 나서야 한다. 무너진 경각심을 다시 일깨우고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성진 부장(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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