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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충북도의 탄소 배출 감축 40% 목표, 그 분모는 어디서 왔나

시멘트와 반도체로 대표되는 산업 배출이 그 격차를 만든다. 보고서는 이 구조에 대해 "지자체 탄소중립... 국가가 산업 부문 감축 목표를 세웠다고 해서 충북의 시멘트 공장과 반도체 공장의 배출 감축이 충북도...

충북도의 탄소 배출 감축 40% 목표, 그 분모는 어디서 왔나

청주일반산업단지 전경.

[충청리뷰 최산 기자] 충북 청주시 흥덕구 외북동. 아스팔트 도로 너머 회색 외벽의 공장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의 주요 생산라인이 밀집한 이 일대에서는 현재 M15X 공장 증설 공사가 한창이다. 2022년 착공해 15조 원이 투입된 이 공장이 완공되면 청주는 명실상부 세계 최대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 거점이 된다.

충북도는 현재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전기차 보급 확대와 건물 에너지 효율 향상, 음식물 쓰레기 감량 등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 목표 대비 달성률을 점검하고 이행 성과도 발표한다.

하지만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처럼 많은 전력을 소비하고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는 곳들은 감축 목표 분모 밖에 존재하고 있다. <편집자주>

68%의 침묵

충북도가 지난해 발표한 탄소중립 이행 목표는 구체적이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런데 이 숫자의 분모가 무엇인지를 물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도 탄소중립 기본계획서에는 충북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두 덩어리로 나눈 표와 그래프가 실려 있다. 2020년 기준 충북 총배출량은 약 3524만t이다. 그 가운데 도가 감축 목표를 세운 '관리권한 내' 배출량은 1127만t, 전체의 31.98%다. 나머지 68%인 약 2397만t은 '관리권한 외'로 분류돼 감축 목표 산정에서 빠진다.

도가 "40% 감축"이라고 말할 때 그 40%가 적용되는 기준은 충북 전체 배출량이 아니다. 32%짜리 조각에 한정된 목표다. 관리권한 내 5개 부문은 건물·수송·농축산·순환경제·흡수원이다. 지자체가 직접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영역들, 전기차 보급·건물 에너지 효율화·음식물 쓰레기 감량 같은 것들이다.

관리권한 외 4개 부문은 전환·산업·CCUS·수소다. 발전소, 공장, 탄소 포집 기술, 수소 인프라가 이 범주에 든다. 이 구분은 충북만의 설계가 아니다. 탄소중립기본법 체계 안에서 산업과 발전 부문은 국가 관리권한으로 분류된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분석한 경기연구원 보고서도 "대체로 지자체 관리권한 배출(전환부문과 산업부문 제외)을 중심으로 2030년까지 40% 감축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충북의 구조는 전국 공통이다. 그렇다면 충북이 유독 문제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같은 목표, 다른 현실

전국 17개 광역시도가 모두 같은 방식으로 탄소중립 계획을 세운다. 관리권한 내 배출량을 기준으로 40%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구조는 전국 공통이다. 그런데 그 '관리권한 내'가 전체의 얼마냐는 지역마다 전혀 다르다.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지역주도 탄소중립 현황과 대응과제' 보고서는 17개 시도의 총배출량 대비 관리권한 배출량 비중을 분석했다. 서울은 91%가 관리권한 내에 들어온다. 대전 81%, 광주 79%, 대구 75%로 도시화 비율이 높고 산업 비중이 낮은 대도시들은 비중이 높다. 반면 울산은 12%, 전남 20%, 충남 22%, 강원 26%, 경북 27%에 이어 충북은 32%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다. 서울이 관리권한 내 40%를 감축하면 전체 배출량의 약 36%가 실제로 줄어드는 효과가 난다. 충북이 같은 40%를 달성하면 전체의 약 13%를 줄이는 데 그친다. 같은 퍼센티지 목표가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실질 감축을 의미하는 것이다.

충북의 1인당 총배출량도 주목할 만하다. 2018년 기준 충북의 1인당 총배출량은 23.2t으로 전국 평균 14.1t의 1.6배를 웃돈다. 반면 1인당 관리권한 배출량은 7.5t으로 전국 평균 6.1t과 큰 차이가 없다. 총배출량은 전국 평균보다 훨씬 많이 내뿜고 있지만 지자체가 실제로 손댈 수 있는 배출량은 평균 수준이라는 뜻이다.

시멘트와 반도체로 대표되는 산업 배출이 그 격차를 만든다. 보고서는 이 구조에 대해 "지자체 탄소중립 책임과 권한의 불일치" 문제로 명시하며 관리권한 배출량 기준 재정립과 온실가스 총량제 도입 필요성을 제도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중앙

지방 각개전투

국가 NDC는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을 목표로 한다. 전환·산업·수송·건물 등 전 부문을 포괄하는 목표다. 산업 부문 11.4%, 전환 부문 45.9% 감축이 각각 국가 계획에 담겨 있다.

그런데 이 국가 계획과 충북 탄소중립 계획은 수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국가가 산업 부문 감축 목표를 세웠다고 해서 충북의 시멘트 공장과 반도체 공장의 배출 감축이 충북도 기본계획에 반영되는 것이 아니다. 산업 부문 배출은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중앙정부가 관리하고 도는 그 과정에서 실질적 권한을 갖지 못한다. 국가는 국가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각자의 목표를 세우는 구조다. 두 계획이 같은 지역의 같은 배출원을 두고 따로 움직인다.

탄소중립기본법은 지방정부의 역할을 법적으로 명시했다. 모든 광역·기초 지자체가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이행점검도 받아야 한다. 충북 계획서는 관리권한 외 4개 부문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는 포함되지 않으나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감축사업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감축 목표는 없고 '정성사업'으로만 관리된다는 뜻이다.

충북 전체 배출량의 68%가 관리권한 밖에 있지만 그 68%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 도가 계획한 일은 사실상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멘트 46%, 반도체 2배

관리권한 외 배출량의 내용을 뜯어보면 충북의 산업 구조가 드러난다. 직접배출량 중 가장 큰 항목은 광물산업이다. 2020년 기준 814만t으로 관리권한 외 전체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시멘트 제조 기업들의 집적지가 충북이다. 계획서도 "온실가스 다배출업종인 시멘트사 입지(전체 배출량 대비 46%)"라고 스스로 명시했다. 시멘트 생산 공정에서 석회석을 분해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연료 연소와 별개로 화학반응 자체에서 나온다. 에너지원을 바꿔도 줄일 수 없고 유일한 감축 수단으로 꼽히는 탄소포집(CCUS)은 비용 문제와 기술 한계로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또 눈에 띄는 항목은 전자산업이다. 계획서는 이를 "집적회로 또는 반도체"로 분류하는데 2016년 약 40만t이던 배출량이 2020년 약 84만t으로 4년 사이 두 배 이상 뛰었다. 청주에 주요 생산라인을 둔 SK하이닉스의 증설 효과가 반영된 수치다. 2020년 이후 이 수치가 얼마나 더 가팔라졌는지는 계획서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그런데 공공데이터포털에 공개된 2024년 기준 할당대상업체 현황을 보면,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전사 온실가스 배출량은 484만 8541t이다. 충북 계획서가 2020년 기준으로 충북 전체 전자산업에 잡은 수치(약 84만t)의 약 6배에 달하는 규모다. 물론 이는 이천·용인 등 경기도 사업장을 포함한 전사 수치다. M15X 신축 공사가 완공되고 생산이 본격화되면 이 수치는 더 올라갈 것이다. 충북의 경제 성장 엔진이 돌아갈수록 관리권한 외 배출량은 커진다. 그러나 그 숫자는 충북 탄소중립 목표의 분모 안에 들어오지 않는다.

서울 소재 전기차 충전소.

공장 전기, 어디서 오나

탄소중립 전환의 핵심 기술로 불리는 이차전지. 그 배터리를 만드는 공장들이 충북 오창에 밀집해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비엠 등 이차전지 관련 기업이 집적한 오창과학산업단지는 충북 산업 성장의 또 다른 축이다. 그런데 이 공장들이 소비하는 전력이 어디서 오는지는 충북 탄소중립 계획 어디에도 추적되지 않는다. 배터리를 만드는 공정 자체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2023년 기준 충북의 전력자립률은 10.8%로 전국 하위권이다. 경기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충북의 발전량은 3192GWh인 반면 전력수요량은 2만 9451GWh에 달한다. 오창 공장들이 소비하는 전력의 90% 가까이는 다른 지역 발전소에서 송전망을 타고 들어온다. 그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환 부문으로 분류돼 국가 관리권한이다. 충북의 배터리 산업이 커질수록 다른 지역 발전소의 배출량이 늘어나는 구조지만 그 연결 고리는 충북 탄소중립 계획의 어느 항목에도 잡히지 않는다. 도도 이 구조를 모르지 않는다. 도는 최근 2050년까지 전력자립률 100% 달성을 목표로 연료전지 보급 확대 계획을 밝혔다.

그런데 이 연료전지 보급 계획 자체가 충북 탄소중립 기본계획상 '관리권한 외' 과제로 분류돼 있다. 전력자립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노력이 감축 목표 계산 안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성장과 감축

충북의 실질 지역내총생산 성장률은 지난해 4.4%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반도체·전자부품을 중심으로 한 광업·제조업이 7.6% 성장하며 지역 경제를 견인한 결과다.이 성장이 충북의 탄소 배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충북도 탄소중립 이행 점검표에서는 묻지 않는다. 산업 성장과 탄소 감축이 충돌하는 지점이 계획서 어디에도 명시적으로 다뤄지지 않는다.

재정 규모를 봐도 이 비대칭이 드러난다. 충북 탄소중립 기본계획이 10년간 투자하겠다고 밝힌 예산은 8조 8509억 원이다. 그 가운데 수송 부문이 5조 3705억 원으로 가장 크다. 이 중 3조 4000억 원 이상이 전기차 구매 시 소비자 자부담 비용이다. 계획서 스스로도 "수송 부문이 전기차 보급 위주로 제시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취약계층 에너지 복지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연간 6억 7700만 원이다. 전체 예산의 0.008% 수준이고 그나마 내용은 LED 조명 교체다.

밀양의 기억

지난 1일 충북도청 앞에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충북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옥산·영동 주민대책위원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청주YWCA, 충북기후위기비상행동 등 10개 단체가 이름을 올렸다. 충남·전북 지역 대책위도 연대 참석해 전국적 연대의 신호탄을 쐈다.대책위 발족선언문에 따르면 용인 국가산단 가동에 필요한 전력은 10GW에 달하지만 산단 내 LNG 발전소 건설 용량은 3GW에 그쳐 나머지 전력 대부분을 호남·강원 등 타 지역에서 장거리 송전으로 공급받을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충북에는 신계룡-북천안 345kV 노선(청주·진천 통과), 신평창-신원주 노선(제천 통과), 신장수-무주영동 노선(영동 통과) 등 3개 초고압 송전선로가 지나갈 예정이다.

출범대회에서 옥산면 주민대책위 관계자의 발언은 더 직접적이었다. "우리 지역은 이미 당진발 최고압 송전탑이 지나가서 피해를 보고 있다. 피해 보는 지역에다가 다시 한 번 또 송전탑이 온다고 한다. 이 지역은 이미 살 수가 없다. 차라리 살 수 있게 이주라도 시켜달라“

청주YWCA 관계자는 일각의 '지역 이기주의' 비판에 이렇게 반박했다.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국가가 구조적으로 설계해 온 국가적 불평등을 이제야 제대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 혜택은 수도권이 독식하고 피해와 고통은 비수도권이 고스란히 떠안는 것, 이것이 바로 국가가 설계한 불평등이다“

이 발언은 충북 탄소중립 기본계획이 설계된 방식과 정확히 겹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소비할 전력을 위한 송전탑은 충북 농촌을 관통한다. 그 클러스터의 탄소 배출은 국가 관리권한이고 도의 감축 목표 밖이다.

그런데 여기서 확인이 끝나선 안 된다. 충북 역시 전력의 90% 가까이를 다른 지역에서 끌어다 쓰는 수전 지역이다. 2023년 기준 충북의 전력 수요량은 2만 9451GWh인데 자체 발전량은 3192GWh에 불과하다. 부족한 전력을 채우는 송전망은 어딘가 다른 지역의 땅을 관통하고 있다.

충북이 용인 클러스터 송전탑에 피해를 호소하는 동시에 충북 자신의 전력 수요를 채우는 송전선이 다른 누군가의 터전을 지나고 있다는 뜻이다.

피해가 발생하는 구조는 용인 클러스터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앙집중형 에너지 공급 체계 자체의 문제다. 공장이 성장할수록 전력 수요는 늘고 전력 수요가 늘수록 어딘가의 땅에 송전탑이 세워진다. 충북도 그 어딘가 중 하나다.

한계 안에서의 선택

이 구조적 한계를 지방정부의 책임만으로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현행 탄소중립기본법 체계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은 건물·수송 등 지역 기반 부문에 집중돼 있으며, 대형 공장과 발전소 등 주요 배출원에 대한 규제 권한은 대부분 중앙정부에 있다

그러나 이 한계를 알면서 어떻게 말하느냐는 지방정부의 선택이다. 도가 "40% 감축 목표 19.3% 달성"이라고 발표할 때 그 숫자의 분모가 전체 배출량의 32%라는 사실을 함께 발표했는지는 별개의 질문이다.

무엇을 감축하고 무엇을 감추는지. 무엇을 목표로 삼고 무엇을 분모에서 지우는지. 충북 탄소중립 계획이 표방하는 숫자는 그 선택들의 결과물이다. 충북 곳곳의 산업단지에서는 지역경제 발전 기대 속에 새 공장 건설이 이어지고 있다. 그 공장이 내뿜을 온실가스는 충북 탄소중립 목표의 어느 항목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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