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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춤추던 로봇이 교대 근무를 시작했다

인더스트리뉴스 박현우 기자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Figure AI)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송출했다. 피규어AI는 라이브를 통해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03...

춤추던 로봇이 교대 근무를 시작했다

[인더스트리뉴스 박현우 기자]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Figure AI)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송출했다.

피규어AI는 라이브를 통해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03(Figure03)’ 3대가 사람의 개입 없이 3교대 형태로 24시간 작업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 로봇들은 38시간 근무 동안 약 4만7000여개의 택배를 분류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150시간이 넘게 작업을 진행하는 현장이 실시간 공개되고 있다.

피규어AI의 ’피규어03’ 밥이 택배 분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피규어AI]

물류 창고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선 휴머노이드 로봇 ‘개리(Gary)’, ‘프랭크(Frank)’, ‘밥(Bob)’은 택배 상자와 비닐들을 하나씩 집어 올려 바코드 방향을 확인하고, 정위치에 맞게 돌려 벨트 위에 올려놓는 작업을 반복했다.

이 세 로봇은 택배 상자의 바코드 방향을 정확히 맞춰 컨베이어 벨트에 올리고, 비닐 포장된 택배의 경우 바코드 인식을 위해 손으로 눌러주는 세밀한 작업까지 별 탈 없이 처리했다.

한 로봇의 배터리가 소진되면 대기 중이던 다른 로봇이 즉시 투입되고, 기존 로봇은 스스로 충전기로 이동하는 교대 시스템도 실시간으로 시연됐다.

이번 시연은 당초 8시간 연속 운영이 목표였지만 사고 없이 진행되자 방송을 계속 이어갔다. 그 결과, 최종 38시간이 넘는 연속 작업 시연이 됐고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택배 분류 작업은 인간에게는 단순 반복 작업이지만, 돌발 변수가 많아 자동화가 어렵다고 여겨졌던 영역이다. 이번 피규어AI의 시연을 계기로 쿵푸 동작을 하거나 춤을 추는 로봇이 아닌, 산업 현장에서 직접 뛰는 로봇의 도입이 코앞까지 왔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AI의 피규어03은 단순 데모용 기기가 아니다. 2025년 10월 공개된 피규어03은 카메라 프레임 속도가 피규어02의 두 배, 지연 시간은 4분의 1로 줄었으며, 카메라당 시야각도 60% 넓어졌다. 각 손가락 끝에는 3그램의 힘도 감지할 수 있는 촉각 센서가 탑재돼 있다.

피규어03을 움직이는 것은 피규어AI의 자체 개발 AI 모델인 ‘헬릭스-02’다. 헬릭스-02는 시각, 촉각, 고유 감각(proprioception) 등 온보드 센서 전체를 하나의 통합 비주모터 신경망으로 연결해, 모든 액추에이터를 동시에 제어한다.

피규어AI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헬릭스-02’를 통해 움직인다. [사진=피규어AI]

시스템-0(S0)은 1000시간 이상의 인체 동작 데이터와 시뮬레이션-현실 강화 학습으로 훈련된 전신 제어 파운데이션 모델로, 기존 10만9504줄의 수작업 C++ 코드를 단일 신경망으로 대체한다.

즉 로봇이 걷고, 균형을 잡고, 물체를 집어 올리는 행동이 각각 별개의 프로그램으로 제어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AI가 전신을 동시에 통합 처리하는 구조다. 라이브 시연에서 로봇이 겹쳐 쌓인 상자 앞에서 잠깐 멈췄다가 스스로 재설정하고 작업을 재개한 것도 이 자동 복구 메커니즘 덕분이다.

한편 로봇은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찍혀나오고 있다.

피규어AI의 자체 생산 시설 ‘BotQ’는 과거에는 120일 이내에 피규어03 1대를 생산했지만 지금은 시간당 1대로 생산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3세대 로봇 350대 이상을 출하했다. 피규어AI는 연간 1만2000대 생산을 목표로 규모를 확장 중이다.

다만 이번 시연에 대한 시선이 모두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오하이오주립대 공학대학의 로봇공학자 아야나 하워드(Ayanna Howard)는 이번 시연의 로봇들을 상업적 배치 준비가 된 기기라기보다 ‘과학 프로젝트’ 수준의 기계로 평가했다.

여기에 더해 이번 시연이 피규어AI 자체 운영 환경에서 진행된 만큼, 외부 독립 검증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실제 물류 현장 투입 가능성을 확정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23kg를 거뜬히 들어올리는 현대차-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지난 18일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최대 주주로 있는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가 공식 유튜브를 통해 대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의 작업 역량을 선보였다.

‘아틀라스, 음료수를 가져다줄래?’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아틀라스는 23kg에 달하는 소형 냉장고를 전신을 활용해 들어올린 뒤 머리와 상체를 180도 회전해 사람이 있는 테이블 위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가 소형 냉장고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보스턴 다이내믹스]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아틀라스는 대규모 시뮬레이션 기반 강화 학습을 통해 단 몇 주만에 이 동작을 학습했고, 실제 학습 기간 동안에는 45kg의 달하는 냉장고를 운반하는 데도 성공했다.

회사 관계자는 “아틀라스가 연구실 수준의 데모를 넘어 변수가 많은 산업 현장에서도 작업을 수행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올해 1월 CES 2026에서 제품형 아틀라스 로봇을 공개하며 즉시 생산에 돌입했다. 2026년 생산분은 현대차그룹의 로봇 메타플랜트 애플리케이션 센터(RMAC)와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에 전량 배정됐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미국 조지아주 사바나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포함한 글로벌 네트워크 전반에 투입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배치는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RMAC는 2026년 개소 예정이며, RMAC에서 훈련받은 아틀라스는 2028년부터 HMGMA에서 부품 시퀀싱 작업을 시작하고, 2030년부터는 조립 등 더 복잡한 공정에 투입된다.

올해 CES에서 공개된 ’아틀라스’ [사진=현대자동차]

제품형 아틀라스는 이전 세대의 유압식 구동계를 완전 전동식으로 교체했다. 56개의 자유도를 갖춘 아틀라스는 허리와 팔다리에 360도 회전 관절을 탑재해, 발을 움직이지 않고도 뒤쪽에서 부품을 집어 앞쪽에 배치할 수 있는 초인간적 동작 범위를 구현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아틀라스 사업부 GM 잭 재코프스키(Zack Jackowski)는 “새 아틀라스는 우리가 지금까지 설계한 로봇 중 양산 친화성이 가장 높다”며, “이번 세대는 고유 부품 수를 크게 줄였고, 모든 컴포넌트가 자동차 공급망과의 호환성을 고려해 설계됐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아틀라스 배치와 함께 주목하는 것은 데이터 축적이다. RMAC는 휴머노이드 제조 기술 훈련을 위한 세계 최대 데이터셋을 구축하는 ‘데이터 팩토리’로 설계됐으며,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 글로벌 시설 전반에 수만 대의 로봇을 배치하는 엔진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과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연간 3만 대 규모의 로봇 전용 공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자동차 공장에서 물류 창고까지 투입되는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AI와 현대차-보스턴 다이내믹스만이 아니다. 복수의 플레이어가 산업 현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하고 있다.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의 휴머노이드 로봇 ’디짓(Digit)’은 토요타 캐나다 우드스탁(Woodstock) 공장에서 RAV4 물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토요타는 지난 2월 로봇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로봇 서비스(Raas, Robots-as-a-Service)’ 방식으로 어질리티 로보틱스와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디짓’이 물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어질리티 로보틱스]

디짓은 물류 작업 전용으로 설계된 이족 보행 로봇이다. 키 180cm, 무게 76kg의 디짓은 뒤로 꺾이는 독특한 구조의 다리 설계를 통해 좁은 공간에서도 안정적인 균형과 기동성을 확보한다.

최대 16kg까지 들어올릴 수 있고, 라이다(LiDAR), 인텔 리얼센스(Intel RealSense) 뎁스 카메라 4대, MEMS 관성 측정 장치(IMU), 근접 및 힘 센서 등으로 구성된 지각 시스템을 탑재했다.

앞서 언급한 피규어AI는 이번 스트리밍 이전에도 BMW 스파턴버그 공장에 피규어02를 투입해 3만 대 이상의 차량 생산을 지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회사는 이를 발판으로 피규어03의 상업 배치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관측된다. 액센추어(Accenture)는 SAP, 보다폰 프로큐어 앤드 커넥트(Vodafone Procure&Connect)와 함께 독일 뒤스부르크 물류 창고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파일럿을 진행했다.

이 로봇들은 NVIDIA 옴니버스(Omniverse) 기반 디지털트윈 환경에서 훈련됐으며, 반복적인 단일 기능을 넘어 모방 학습과 강화 학습을 통해 새로운 스킬을 습득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 파일럿에서 피지컬AI 오케스트레이터(Physical AI Orchestrator)를 이끈 액센추어의 첨단 로봇 부문 책임자 크리스티안 수슈(Christian Souche)는 “디지털트윈에서 훈련하고 피지컬AI로 구동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작업자 부상과 창고 안전 사고를 줄이고 초과근무 비용 및 임시 인력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한국은 어디쯤에 있나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한국기계연구원(기계연)은 올해를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원년(상업적 임계점)’으로 규정했다. 기계연은 한국이 반도체·배터리·통신 인프라 등 하드웨어 강점을 보유하고 있으나, AI 파운데이션 모델 부족과 전용 부품 공급망 취약성이 약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응 전략으로 액추에이터·제어 시스템 등 핵심 부품 내재화와 글로벌 AI 기업과의 협력을 병행하는 투트랙(Two-Track) 방안을 제안했다.

한편 국내외 15개 기관이 참여하는 ‘AI 휴머노이드 얼라이언스’는 현대자동차·HD현대미포·한국항공우주산업·LG전자 등의 제조 현장에서 실증을 추진하며, 2030년까지 AI 휴머노이드 밀도(근로자 1만 명당 운용 중인 휴머노이드 대수)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이미지는 AI를 통해 생성됨 [이미지=인더스트리뉴스]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LG전자는 로보티즈가 개발한 AI 워커를 연구용으로 도입했다.

로보티즈는 AI 워커를 지난해 76대 판매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본격 양산에 돌입해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10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K-휴머노이드 연합에는 로봇 제조사·수요기업·부품사·대학 등이 참여해 제조 현장 상용화를 목표로 부품 표준화와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기계연 기계정책센터 김희태 선임연구원은 “단순한 기술 과시용 데모는 끝났고, 이제는 실제로 현장에서 얼마나 빨리 돈을 벌어다 주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030년까지가 기술·시장 패권이 결정되는 골든타임으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인프라를 지렛대 삼아 핵심부품 국산화와 AI 기술 흡수를 통해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로봇 경제로 극복하는 전략적 대응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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