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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출자만 하던 모태펀드 끝"…한국벤처투자, '플랫폼 전환' 시험대

이대희 한국벤처투자 대표가 취임 1주년을 맞아 모태펀드의 역할을 ‘출자기관’에서 ‘투자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 20년간 자금 공급 중심으로 성장해온 구조를 넘어, 민간 자금 유입과 글로벌·지역 연결까지 아우르는 인프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출자만 하던 모태펀드 끝"…한국벤처투자, '플랫폼 전환' 시험대

연기금 참여 첫발·투자 회복 신호…민간 중심 구조 전환

딥테크 중심 재편·글로벌·지역 투자 확대…성장관리 강화

초기투자 부족 여전…플랫폼 전환 속 구조적 한계도 병존

이대희 한국벤처투자 대표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년간의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오시내 기자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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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한국벤처투자 대표가 취임 1주년을 맞아 모태펀드의 역할을 ‘출자기관’에서 ‘투자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 20년간 자금 공급 중심으로 성장해온 구조를 넘어, 민간 자금 유입과 글로벌·지역 연결까지 아우르는 인프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연기금 참여 첫발·투자 회복 신호…벤처투자 생태계 구조 재편 시도

이대희 한국벤처투자 대표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모태펀드는 벤처투자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는 스타트업 성장까지 연결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출자에 머무르지 않고 투자 성과로 이어지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년간 한국벤처투자는 자금 유입 구조를 바꾸는 데 집중했다. 정부 재정이 중심이었던 벤처투자 시장을 민간과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스타트코리아펀드를 통해 민간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식이다. 실제 무역보험기금이 참여한 ‘첫걸음펀드’를 통해 연기금이 벤처투자 시장에 참여하는 구조가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투자 재원 확대를 넘어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그동안 모태펀드는 ‘마중물’ 역할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민간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정책 목표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과도 일정 부분 수치로 나타났다. 한국벤처투자는 지난해 약 2조원을 출자해 약 4조7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 조성을 이끌었고, 이를 통해 약 3조9000억원 수준의 투자가 집행됐다. 투자 위축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하반기 이후 시장 회복을 견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민간 투자 회복이 구조적으로 안착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투자 방향 역시 크게 달라졌다. AI, 바이오, 콘텐츠, 에너지, 방산·우주 등 이른바 ‘딥테크’와 국가 전략 산업 중심으로 투자 축이 재편됐다. 차세대 유니콘 프로젝트를 통해 초기 단계부터 스케일업, 글로벌 확장 단계까지 이어지는 지원 체계도 구축됐다. 기술 경쟁이 국가 단위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책금융을 산업 전략과 결합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대희 한국벤처투자 대표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년간의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오시내 기자

글로벌·지역 투자 확대…플랫폼 전환 속 ‘초기투자 한계’ 과제

출자 이후 관리 방식 변화도 눈에 띈다. 기존에는 펀드 운용 성과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투자 기업의 성장 기여도를 핵심 지표로 반영한다. 조합 운영을 점검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기업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모태펀드의 역할이 ‘투자자’에서 ‘성장 지원자’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투자자와 기업 간 연결 기능도 강화됐다. 한국벤처투자는 지역과 글로벌 단위 IR을 확대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정례화해 투자 기회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개별 기업 사례를 중심으로 투자 성과를 보여주는 방식도 도입했다.

글로벌 전략은 이번 간담회에서 강조된 부분 중 하나다. 현재 모태펀드 기반 글로벌 펀드는 80개 이상으로 확대됐으며, 이를 통해 국내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 벤처 캠퍼스’를 구축해 중기부 산하기관과 연계한 원스톱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현지 투자자, 기관, 기업을 연결하는 거점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사우디, 싱가포르, 홍콩 등과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하며 글로벌 자금과 시장을 연결하는 구조도 추진 중이다. 단순 해외 투자 유치가 아니라 국내 VC와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까지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는 모태펀드의 기능을 ‘국내 투자 플랫폼’에서 ‘글로벌 연결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지역 투자 역시 중요한 축으로 제시됐다. 한국벤처투자는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 모펀드를 조성하고 있으며, 지난해 4개 지역에서 펀드를 결성했다. 올해는 추가로 5개 지역에서 펀드 조성을 추진 중이다. 자금 부족으로 투자와 기업 성장이 동시에 정체되는 구조를 끊기 위해 ‘선투자’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같은 전략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구조적 한계가 여전히 지적된다. 특히 초기 투자 부족 문제는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이슈다. 딥테크 중심 투자 확대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초기 단계 자금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다. 초기 투자가 위축될 경우 생태계 전반의 기업 공급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인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초기 투자는 모태펀드가 가장 잘해야 할 영역”이라며 “지역 펀드와 창업기획자 중심으로 초기 투자 기능을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향후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 1년이 방향을 정립하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이를 성과로 증명해야 할 시기”라며 “한국벤처투자를 자금과 시장, 지역과 세계를 잇는 투자 플랫폼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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