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을 돌파한 9일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모니터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원유 위기경보 '주의' 격상…비축유 방출 초읽기
[포인트데일리 강준호 기자]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석유 수급 위기가 눈앞으로 다가오자 정부가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격상하고 대규모 물량 확보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오후 3시를 기해 원유 위기경보를 기존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높였다.
중동 주요 산유국의 생산시설 파괴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실제적인 수급 위협이 발생했다는 판단에서다. 전쟁 이후 브렌트유가 약 40% 상승하는 등 시장 변동성이 커진 점도 고려됐다.
위기경보가 2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정부는 공급 확대와 수요 관리를 대폭 강화한다.
우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을 특사로 한 전략경제협력특사단이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원유 1800만 배럴을 추가로 긴급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이로써 지난 6일 도입된 물량을 포함해 UAE로부터 총 2400만 배럴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국내 일일 원유 소비량의 8배가 넘는 규모다.
UAE 측은 향후 비상 상황이 지속될 경우에도 한국에 최우선적으로 원유를 공급하기로 약속했으며 양국은 장기적 수급 안정을 위한 공급망 협력 MOU 체결에도 합의했다.
동시에 정부는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공조해 2246만 배럴 규모의 비축유 방출 계획을 이번 주 내에 발표할 예정이다.
수요 관리 차원에서는 공공 분야 의무 절약 대책을 시행하며 필요시 민간 대상 ‘차량 부제 운행’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며 원유 수급과 민생 안정을 함께 달성하겠다”며 “국민들도 위기 극복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李대통령 “위기를 자본시장 개혁과 새로운 출발 기회로”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를 주재하고 최근의 시장 변동성을 자본시장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중동 전쟁 여파로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이런 위기 때야말로 필요한 개혁 과제를 완수해야 한다”며 “그것이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특히 과거 주가가 조정 없이 6000 중반대까지 올랐던 상황을 언급하며 현재를 시장을 견고히 다지는 계기로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기업지배구조 문제, 주가조작 등 불공정성, 지정학적 리스크, 산업 정책의 예측 불가능성 등을 꼽았다.
이 중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많이 과장되어 있으며 정치권이 불필요하게 악용해 불안감을 증폭시킨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불공정 행위 엄단에 대한 강력한 의지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을 하면 그 조작에 동원된 현금까지 몰수하는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며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단속 인력을 확충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상법 개정 등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과 부동산으로 쏠린 자금의 자본시장 유입 필요성도 역설했다.
아울러 박용진 규제합리화부위원장의 제안을 인용하며 주식 매도 후 대금 지급 주기(T+2)를 단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를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자본시장 활성화는 대한민국 경제와 산업 발전에 정말 중요한 요소”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 코리아 프리미엄이 가능하도록 정부 차원의 조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억원 "자본시장 체질 개선…코스닥 2부리그 도입"
금융당국이 저평가된 기업의 명단을 공개해 개선을 유도하고 코스닥 시장을 2개 리그 구조로 개편하는 등 강도 높은 자본시장 체질 개선에 나선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8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이같은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우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네이밍 앤드 셰이밍(naming and shaming)’ 방식을 도입한다.
리스트를 대중에 공개함으로써 시장 평가를 통해 기업 스스로 가치 제고에 나서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일반 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해 모회사와 자회사의 중복 상장도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자회사를 분할해 별도로 상장할 때 기존 주주의 가치가 훼손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엄격한 심사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코스닥 시장은 ‘성숙한 혁신 기업’과 ‘성장 중인 기업’으로 구분해 운영한다. 기업 성장에 맞춰 리그를 이동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시장의 경쟁력과 역동성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한 대책도 강화된다. 금융당국은 합동 대응단을 확대하고 통신조회권과 특별사법경찰의 인지수사권 등 수사 권한을 높이기로 했다.
한편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해 현재 100조원 규모 이상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사태가 길어질 경우에 대비한 추가 확대 방안도 이미 마련한 상태라고 금융위는 밝혔다.
코스피가 5% 넘게 급등해 5900선을 재돌파한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코스피 비중 사상 첫 40% 돌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동반 급등하면서 두 기업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18일 장 마감 기준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234조2445억원으로 코스피 전체(4892조8357억원)의 25.22%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752조6137억원으로 15.38%를 차지했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1986조8582억원에 달하며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40.61%를 점유했다. 국내 증시 역사상 두 기업의 비중이 40%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7.53%, 8.87% 폭등하며 시총 규모를 키웠다.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컴퍼니즈마켓캡닷컴 기준)에서도 삼성전자는 13위로 한 계단 올라섰고 SK하이닉스는 22위를 기록하며 21위인 마이크론을 바짝 추격했다.
주가 급등의 배경으로는 간밤 뉴욕증시에서 실적 발표를 앞둔 마이크론이 4.5% 상승하며 국내 반도체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점이 꼽힌다.
또한 삼성전자가 주주총회에서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하고 노무라증권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32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점도 매수세를 자극했다.
◇삼성전자 노조, 5월 총파업 선언… 현실화시 창사 두번째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오는 5월 총파업을 결의하면서 업황 반등으로 실적 회복에 나선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지난 9일부터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93.1%의 찬성률로 쟁의권을 확보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투표에는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 3개 노조 조합원 8만9874명 중 6만6019명이 참여해 6만1456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노조는 오는 4월23일 집회를 시작으로 5월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지난 1969년 창사 이래 두 번째 파업이 된다.
업계에서는 총파업 시 영업이익 손실액이 최대 9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원 상당수가 반도체(DS) 부문 소속이어서 생산 차질에 따른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최초 HBM4 양산 등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이번 파업으로 경영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중동 사태로 인한 원재료비 상승 등 대외 불확실성까지 겹친 상황이다.
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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