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생애 걸친 해양교육, 자연 이해의 기반
하나의 철학아래 유기적 연결된 정책필요
안보·대응 축적한 해군 경험 소중한 자산
박천억 SK오션플랜트 고문·前 해군제독
매년 7월이면 전국의 해수욕장이 문을 열고, 대한민국은 다시 바다의 계절을 맞는다. 부산 광안리와 해운대에는 요트와 서핑, 패들보드 등 다양한 해양레포츠를 즐기는 젊은이들로 활기가 넘친다.
바다는 이제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건강과 문화, 여가와 관광이 어우러지는 생활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민소득 향상과 함께 해양레포츠와 요트 문화도 새로운 생활문화로 정착하면서, 바다를 바라보는 국민의 인식 또한 점차 성숙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바다는 위험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물론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강화를 계기로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다.
하지만 바다를 위험을 피하는 공간으로만 인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안전수칙을 익히는 것은 기본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다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배우는 일이다. 이제는 안전교육을 넘어 국가의 미래와 연결하는 해양교육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이러한 인식 전환은 일회성 캠페인만으로는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전 생애에 걸친 체계적인 해양교육이 필요하다. 어린 시절에는 바다를 체험하고 자연을 이해하는 교육에서 시작하여, 청소년기에는 해양과학과 레포츠, 성인기에는 해양안전과 환경보전, 평생교육 단계에서는 해양문화와 국제 해양질서를 배우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해양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국민 모두가 바다를 생활 속에서 이해하고 활용하는 해양문화의 기반이 된다.
인류 생명의 시작은 바다였다. 인류 문명 또한 바다를 기반으로 발전해 왔다. 육지의 모든 강은 결국 바다로 흘러들고, 바다는 인간에게 식량과 에너지, 휴식과 치유를 선물해 왔다.
오늘날 해양바이오와 신약 개발, 미래 식량자원, 해양관광, 친환경 에너지, 해양환경 보전 등 미래 산업도 바다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바다는 단순한 자연환경을 넘어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생명의 터전이다.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인 대표적인 해양국가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랫동안 바다를 어업과 항만, 물류의 공간 정도로만 이해해 왔다.
이제는 국가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바다는 산업만의 영역도, 관광만의 대상도 아니다. 교육과 문화, 환경과 안보, 과학과 산업을 하나로 잇는 국가 전략의 핵심축이 되어야 한다.
아울러 국가 차원의 통합 해양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해양은 산업과 환경, 관광과 안전, 안보와 교육 등으로 나뉘어 추진되고 있지만 국민이 바라보는 바다는 하나다. 정책 역시 하나의 철학 아래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해양안보와 구조·구난, 잠수작전, 재난 대응 역량을 축적한 해군의 경험과 시스템은 국가 해양역량을 높이는 소중한 자산이다. 이를 해양안보를 넘어 국민의 안전과 교육, 국제협력까지 연계하는 국가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중동에서 계속되고 있는 군사 충돌은 우리에게 엄중한 현실을 경고하고 있다. 수출입의 대부분을 바다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에게 해상교통로의 안전은 곧 국가경제와 직결된다.
에너지 수송로와 국제 해상교통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은 더 이상 해군만의 과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가 함께 준비해야 할 생존 전략이자 국가적 책무다.
바다는 우리에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어머니가 모든 생명을 품듯 바다는 육지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새 생명을 길러낸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해양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바다를 이용하는 국가를 넘어 바다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삼면의 바다가 품은 가능성을 미래 세대의 희망으로 잇는 것, 그것이 오늘 우리가 다시 바다에서 배워야 할 대한민국의 국가철학이다.
/박천억 SK오션플랜트 고문·前 해군제독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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