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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추석 특집] 부디 아프지 마십시오, 다시 일어설 당신에게

올여름 참 힘드셨지요. 오래 이어진 기록적인 폭염은 사람을 지치게 했고 농작물과 가축에도 피해를 남겼습니다. 8월에는 많은 비가 거제와 통영을 덮쳤습니다. 도로와 집, 가게가 물에 잠겼고 하루아침에 삶터를 잃은 사람도 있습니다.

[추석 특집] 부디 아프지 마십시오, 다시 일어설 당신에게

폭염과 폭우로 힘겨운 여름 보낸 경남

추석 맞아 독자들이 건넨 위로 한마디

영화와 노래, 시에서 찾은 다시 걸을 힘

“오늘이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합니다”

올여름 참 힘드셨지요. 오래 이어진 기록적인 폭염은 사람을 지치게 했고 농작물과 가축에도 피해를 남겼습니다. 8월에는 많은 비가 거제와 통영을 덮쳤습니다. 도로와 집, 가게가 물에 잠겼고 하루아침에 삶터를 잃은 사람도 있습니다.

비가 그치고 물이 빠졌다고 재난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젖은 살림을 버리고 집 안에 쌓인 흙을 걷어내야 합니다. 무너진 집과 일터를 다시 세워야 합니다. 놀란 마음을 추스르고 평소 생활로 돌아가는 데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추석을 앞두고 독자들에게 물었습니다. 힘들 때 위로가 된 문장이나 책, 노래, 영화가 있는지 말입니다. 독자들은 자신이 지칠 때 힘이 된 말과 작품을 보내왔습니다. 그 마음을 올해 재난 피해를 본 경남 지역민에게 전합니다.

경남문예진흥원이 산청군 시천면 재난 피해 주민들과 문화예술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경남문예진흥원

(오른쪽부터)최영호 경남도의원, 박준 의장, 김성갑 도의원, 이관맹 도의원 지난달 24일 폭우 피해를 입은 거제시 둔덕면 한 포도밭을 찾아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경남도의회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임직원들이 집중호우 피해 지역에서 수해 복구 활동을 하고 있다.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경남본부가 26일 거제시 폭우 피해 복구 자원봉사 활동에 나섰다. /권민주 기자

농협 경남본부가 폭우 피해를 입은 거제 연초농협 복구 작업을 돕고 있다. /농협 경남본부

양산시자원봉사센터는 최근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거제시 거제면 외간마을을 찾아 피해 복구 지원에 나섰다고 25일 밝혔다. 복구 활동에는 각종 재난재해 상황에 대비하도록 운영하는 재난재해 선제대응팀과 자원봉사단체협의회 자원봉사자 등 35명이 참여했다.

통영시 공무원들이 주말 휴일을 반납하고 집중호우 피해지역에서 복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통영시

통영시 공무원들이 주말 휴일을 반납하고 집중호우 피해지역에서 복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통영시

“네 잘못이 아니야”

노경민(23·창원시) 씨는 영화 <굿 윌 헌팅>에서 심리학 교수 숀 맥과이어(로빈 윌리엄스분)가 윌(맷 데이먼분)에게 거듭 들려주는 말을 골랐습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It’s not your fault.)”

영화에서 숀은 윌에게 이 말을 반복해서 건넵니다. 뜻하지 않은 불행을 겪으면 사람은 자신에게서 까닭을 찾기도 합니다. 조금 더 대비했더라면,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피해를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재난까지 개인 잘못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노 씨는 “힘든 일이 일어났을 때 무조건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사람들은 자신의 탓이라며 자책하고 주저앉을 수 있는데, 이 문장에서 위로받고 다시 일어나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영화 <굿 윌 헌팅>에서 심리학 교수 숀 맥과이어(로빈 윌리엄스분)가 윌(맷 데이먼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갈무리

허연지(54·포항시) 씨는 성경 루카복음 6장에서 한 구절을 꺼냈습니다. 6장 20·21절을 볼까요.

“예수님께서 눈을 들어 제자들을 보시며 말씀하셨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 행복하여라, 지금 굶주리는 사람들! 너희는 배부르게 될 것이다. 행복하여라, 지금 우는 사람들! 너희는 웃게 될 것이다.”

여기서 허 씨가 주목한 건 마지막 “행복하여라, 지금 우는 사람들! 너희는 웃게 될 것이다”란 문구입니다.

그는 태풍 매미 당시 마산 바닷가에 있던 직장 지하와 이웃집이 물에 잠기는 일을 겪었습니다. 태풍 힌남노 때는 포스코 용광로가 피해를 보는 모습도 지켜봤습니다.

그는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오래 고민했다고 합니다. 자신도 재난을 겪었지만 이미 지난 일이기에 지금 아픈 사람에게 그 마음을 안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러웠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도 얄밉게 들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허 씨는 “어떤 위로가 가능할까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했다”며 “과거에 재난을 겪었다는 이유로 지금 피해를 본 분들 아픔을 안다고 말하기에는 면구스럽다”고 했습니다. 이어 “그래도 눈앞에 놓인 고단함을 세찬 물줄기로 진흙 얼룩을 씻어내듯 잘 이겨내시리라 믿고 응원한다”고 전했습니다.

배움과 도전에는 끝이 없습니다

조현석(29·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는 밴드 부산 혼성 록밴드 보수동쿨러의 노래 ‘0308’ 가사 첫 구절을 골랐습니다.

“삶은 누구에게나 실험이고 중독의 연속이다.”

조 씨는 “새로운 것이 너무나 빨리 나오고 기존 것이 같은 속도로 버려지는 세상에서 내가 배운 것이 문득 쓸모없어지고 사라지는 것처럼 보일 때 이 노랫말에서 위로와 응원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이어 “배움과 도전은 몸의 기능이 크게 떨어지기 전까지 계속 시도해 볼 수 있는 일”이라며 “끝이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다시 해볼 힘을 얻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영화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한 장면. 다친 영화 촬영 기사 로이와 병원에서 만난 어린이 알렉산드리아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이해해 가는 판타지 작품이다. /갈무리

영화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한 장면. 다친 영화 촬영 기사 로이와 병원에서 만난 어린이 알렉산드리아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이해해 가는 판타지 작품이다. /갈무리

최현아(29·밀양시) 씨가 고른 영화는 타셈 싱 감독의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입니다. 다친 영화 촬영 기사 로이와 병원에서 만난 어린이 알렉산드리아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이해해 가는 작품입니다.

최 씨는 “살다 보면 도저히 이겨내지 못할 것 같은 일을 만나 무력감에 휩싸이기도 한다”며 “내가 처한 상황 하나조차 인정하고 너그러이 품기 어려운데, 나와는 엮일 일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을 만나 그를 이해하고 배려해야 할 때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영화 속 주인공도 그런 일을 겪는다”며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되찾고 기운찬 일상을 살아가고 싶을 때 다시 보는 영화”라고 소개했습니다.

황무지에서도 사랑은 피어납니다

김동희(32·서울시) 씨는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추천했습니다. 그가 영화와 함께 보낸 문장은 짧았습니다.

“황무지에서도 사랑은 피어난답니다.”

<바그다드 카페>는 미국 사막에 자리한 낡은 카페를 배경으로 합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여성이 만나 마음을 열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어울리지 못하던 사람들이 함께 지내며 카페와 자신의 삶을 조금씩 바꿔갑니다.

영화 <바그다드 카페> 한 장면.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여성이 만나 마음을 열어가는 이야기다. /갈무리

영화 <바그다드 카페> 한 장면.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여성이 만나 마음을 열어가는 이야기다. /갈무리

장병곤(55·부산시) 씨는 존 바에즈가 부른 ‘500마일’을 골랐습니다. 그는 “노래를 들으면 큰 위로를 받고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했습니다.

‘500마일’은 고향에서 멀리 떠나온 사람의 마음을 담은 노래입니다. 무엇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조용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말로 마음을 달래기 어려울 때는 익숙한 노래 한 곡이 곁을 지켜주기도 합니다.

오늘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합니다

이예나(44·창원시) 씨는 시댁 어른에게 들은 말을 전했습니다.

“오늘이 행복해야 내일이 행복한 거야.”

육아와 여러 사정으로 지쳐 있을 때 들은 말입니다. 이 씨는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며 “삶의 고단함에 빠져 정작 일상에서 만나는 작고 소중한 기쁨을 못 본 척하지 않았나 돌아봤다”고 했습니다.

이어 “행복해서 웃는 일보다 웃어서 행복해지는 일이 더 많았다”며 “모두에게 웃어서 행복해질 일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서헌(55·창원시 내서읍) 씨는 나태주 시인 시 ‘멀리서 빈다’에서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란 구절을 보내왔습니다. 애틋함이 가득한 가을 인사입니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나태주 ‘멀리서 빈다’ 전문)

서 씨는 이 문장을 “하루하루를 힘겹게 건너온 사람에게 건네는 가을 안부”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많이 지치고 때로는 흔들려도 괜찮다”며 “지금까지 잘 견뎌온 것만으로도 고맙고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이어 “깊어 가는 가을처럼 마음에도 따뜻한 햇살이 머물기를 바란다”며 “오늘보다 내일은 조금 덜 아프고 오래도록 평안하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명절이라고 모두가 넉넉하고 즐거운 것은 아닙니다. 지난 8월 폭우로 거제시와 통영시에서는 주택과 상가가 물에 잠기고 도로와 농경지가 피해를 봤습니다. 폭염까지 겹치면서 농민과 자영업자들은 힘겨운 여름을 보냈습니다. 피해를 수습하고 일상을 되찾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이번 추석에는 “잘 지내십니까”라는 인사에 한마디를 더 보태보면 어떻겠습니까.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천천히 다시 시작해도 된다고, 무엇보다 부디 아프지 말자고 말입니다.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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