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편성 군불 때는 정부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과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이 6일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달 31일 정부가 26조2000억원 규모의 올해 첫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고작 엿새 만인데, 2차 추경의 군불을 때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확장 재정’ 기조에 서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2차 추경이 현실화될 경우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25조원대 초과 세수에 기댄 1차 추경과 달리 나랏빚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1차 추경안에 따른 올해 말 나랏빚 전망이 1400조원을 넘어가는데, 더 불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올해 나라 살림 적자 폭도 역대 최대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434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제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추경안 마련 엿새 만에 “추가 추경 필요”
박홍근 장관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중동 전쟁으로 인한 2차 추경 가능성에 관해 “상황이 정말 장기화되고 또는 심대한 타격이 더 추가적으로 있을 경우에는 재정 여력을 봐가면서 판단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원유 가격이 우리 예상보다 더 폭등할 수도 있지 않느냐. 그런 것들은 다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부분들”이라며 “(2차 추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렇게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홍익표 정무수석도 이날 한 인터뷰에서 “하반기에 추가적인 추경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도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중동 전쟁 상황이 몇 개월 갈지 모르는 상황이고, 종전되더라도 바로 원유 등 공급망이 정상화되는 게 아니라 최소 3∼4개월 정도 시간이 걸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추경안이 불가피하고, 또 추가 추경도 필요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래픽=박상훈
2차 추경 땐 나랏빚 증가
만약 두 차례 추경이 현실화될 경우 올해 말 1400조원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나랏빚은 더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차 추경에 따른 올해 말 국가 채무를 1412조8000억원으로, 당초 기존 본예산 편성 당시 전망치(1413조8000억원)보다 1조원 줄어든다고 내다봤었다.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 재원 96.2%를 초과 세수 25조2000억원으로 마련하기 때문이다. ‘국채 발행 없는 추경’이라고도 설명하면서, 국채도 1조원어치 상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차 추경부터는 초과 세수가 아니라 적자성 국채로 추경 재원 대부분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나랏빚은 더 불어날 수밖에 없다.
1차 추경 기준으로 107조6000억원으로 전망되는 올해 말 재정 적자(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흑자분을 뺀 관리재정수지 기준)도 추가 추경을 하면 역대 최대 폭인 2022년(117조원) 수준을 넘어갈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2차 추경에 따른 국고채 발행 증가로 국고채 금리가 올라가면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시중 유동성이 늘면서 실물 수요 증대로 주택 가격 상승도 우려된다”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비기축통화국 중 부채 비율 상승 1위
이미 우리나라의 나랏빚 사정은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빠른 속도로 악화되는 추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작년 10월 발표한 재정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중앙·지방 정부·비영리 공공기관 부채) 비율은 작년 말 53.4%에서 2030년 64.3%까지 10.9%포인트 악화된다. 5년간 상승 폭이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비(非)기축통화국 11국 가운데 1위다. IMF는 달러, 엔화, 유로화 등 기축통화를 쓰지 않는 노르웨이·뉴질랜드·덴마크·스웨덴·싱가포르·아이슬란드·안도라·이스라엘·체코·한국·홍콩 등을 선진국이지만 비기축통화국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에 이어 체코(8.5%포인트 상승), 싱가포르(3.1%포인트 상승) 등의 순이다. 여기에는 올해 추경 등은 반영되지 않은 것이어서, 실제 우리나라의 부채 비율 상승 폭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임기 내 10차례 추경을 편성한 문재인 정부의 ‘추경 중독’이 이재명 정부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는 “전쟁 장기화 여부를 보고 판단했으면 좋았을 텐데 벌써 2차 추경 얘기하는 건 섣부르다”며 “애당초 추경을 너무 일찍 결정했다”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이번 추경은 매표 추경, 포퓰리즘 추경”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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