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 외치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출처=연합]
총파업 직전까지 치닫던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급반전됐다. 사측이 핵심 쟁점인 성과급 상한 폐지까지 논의하겠다는 전향적 태도를 내비치면서다. 이번 교섭은 변화한 사업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 삼성의 보상 체계를 재정비하는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25일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에 따르면 노사는 전일 미팅을 갖고 교섭 재개에 합의했다. 사측은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의 투명화와 함께 상한 폐지를 포함한 논의를 제안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에서 기존 교섭은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며 노사 분위기가 이전과 달라졌음을 시사했다.
분위기 변화 배경에는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의 직접 등판이 있다. 지난 23일 약 1시간 30분간 진행된 면담에서 전 부회장은 직원 불만을 인지하고 있으며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왔고 대표이사와의 미팅에서도 동일하게 상한 폐지를 요구했다"며 "회사 측이 이를 포함해 교섭하자고 하면서 협상 재개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노사는 3개월 넘게 임금 협상을 이어왔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가장 큰 쟁점은 성과급 상한 폐지다. 삼성전자는 1년에 한 번 초과이익분배금(OPI)을 지급한다. 연봉의 50%를 상한으로 두고 있으며 경제적 부가가치(EVA) 등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노조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처럼 상한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성과급 상한(기본급 1000%)을 폐지하고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하는데 합의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평균 연봉은 삼성전자보다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급 차이로 보상 격차가 확대되며 '연봉 역전' 현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따른 불만이 고조되며 노조의 OPI 상한 폐지 요구는 거세지고 있다.
사측은 사업부 간 형평성 훼손, 성장 투자가 시급한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대신 기존 협상에서 임금 인상률 6.2%, 전 직원 자사주 20주 지급, 반도체(DS)부문 특별 보상 등을 포함한 패키지를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보상 체계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거부했다. 실제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는 93.1%가 파업에 찬성하며 압도적 지지를 보냈고 노조는 오는 5월 총파업 돌입을 예고한 상태였다.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삼성전자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 인사말을 하고 있다.[출처=삼성전자]
이번 교섭 재개로 대화의 물꼬는 트였지만 긴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노조는 교섭은 교섭대로 투쟁은 투쟁대로 병행한다며 파업 카드를 거두지 않았다. 노사는 25일 실무 교섭을 시작으로 26~27일 집중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이 단순한 임금 인상 논의를 넘어 보상 체계 전반을 재설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OPI 제도는 2001년 도입 이후 20년 넘게 유지돼 왔지만 인공지능(AI) 반도체 중심으로 실적 규모가 급격히 확대된 현재의 사업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당시 약 2조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은 최근 수십조원대로 확대됐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회사가 다시 1등 기업 위상을 회복한 만큼 이에 걸맞은 총 보상 우위에 대한 입장을 제시했으면 한다"며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분쟁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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