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반도체의 호남지역에 대한 반도체 공장 건설 등을 두고 여야와 청와대가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반도의 물, 서남권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실장은 글에서 “한반도 문명은 쌀농사와 함께 시작됐다. 벼농사는 물을 기반으로 하는 농업이고, 그 중심에는 오랫동안 호남의 곡창지대가 있었다”며 “수천 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농업용수를 활용해 온 지역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서남권이다. 국내 최초의 대규모 저수시설인 삼국시대 벽골제도 이 땅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김 실장은 이어 “박정희 시대 다목적댐을 연이어 건설하며 급격한 산업화의 물 수요를 슬기롭게 감당했다”며 “2000년대 이후 반도체 산업이 대형화되고 수도권 입지규제가 완화되면서 수도권의 물과 전기는 국가적 현안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까지는 기존 수도권 인프라가 감당할 수 있는 사실상의 한계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며 “반도체 수요는 앞으로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제2 반도체 클러스터의 입지와 전력·용수 공급체계를 국가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야당에서 제기하고 있는 물 논쟁과 관련해 “너무도 상식 밖의 주장이 횡행하고 있다”며 “서남권에는 물이 없다. 과연 사실일까”라고 적었다. 이어 “서남권에 대규모 산업용수 공급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수자원이 부족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한반도 문명의 젖줄을 대온 수자원은 서남권에도 영남과 수도권 못지않게 존재한다. 댐 여유량, 수십 년간 과배분된 미사용 물량, 농업용 대형 보와 저류시설, 하수 재이용수까지, 흩어져 있을 뿐 수자원 풀은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김 실장은 “댐 증고와 농업용수 재배치 등 이미 검증된 수자원 관리기법을 활용해 하루 100만t 규모의 산업용수 확보도 가능한 것으로 검토되고 있다”며 “핵심은 물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다. 국가 차원의 물 관리와 인프라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라고 적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필요한 최적의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이들 기업이 정부의 압박에 투자에 나서는 것 아니냐고 공세를 퍼부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호남에도 영남이나 수도권만큼 물은 충분하다”고 언급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일방적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농업용 저수지의 물을 활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국가 백년대계인 반도체 산업은 정치적 선전의 도구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대통령과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 멱살 잡고 끌고 민주당이 뒤에서 부추기니 400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반도체 인프라가 한 지역에 뚝딱 떨어지는 형국”이라며 “대한민국 1년 치 예산의 절반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그 어떤 법적 근거도 없이, 정부 재정도 아닌 민간 기업의 자본으로, 청와대가 주도해 특정 지역을 점찍어 투자를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비판에 동참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만성적인 물 부족이 예견된 지역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는 것이 누구를 위한 발상이냐”며 “이재명 정권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대통령은 전력, 인력, 부지, 소부장 이야기는 한마디도 안 하고 왜 물만 얘기하느냐”며 “모든 지방이 간절하게 유치하고 싶은 ‘삼전닉스’의 반도체 공장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도, 공정한 유치경쟁도 없이 호남으로 간다면 정치·경제적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도 청와대를 지원하며 야당의 주장에 반박 논평을 냈다. 이주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두 기업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검토는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첨단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기조에 호응한 결과”라며 “대통령이 기업의 팔을 비틀어 억지로 투자를 강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국가 미래를 위해 마땅히 수행해야 할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과거 국정농단 사태의 불법적인 재단 출연금 강요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황당한 억지이자 어불성설”이라며 “저급한 단어들을 남발하며 흑색선전에 몰두하는 것은 기업의 투자 의지마저 꺾어 국가 경제와 공동체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는 무책임한 범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이건태 민주당 의원도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첨단산업 투자와 기업과 정부의 협력을 박근혜 정부의 미르·K스포츠재단과 같은 것으로 몰아가는 발언은 황당하기 그지없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윤준병 의원도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에 필수요소인 용수가 부족한 지역에 검토도 없이 초대규모 공장설립 계획을 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며 “호남에도 영남이나 수도권만큼 물은 충분하다. 하루 100만t의 산업용수 공급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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