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청년주택 명분 ‘개발 속도전’에…“공원화 결정 바꿀 근거 부족”

정부가 서울 용산공원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에 속도를 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청년주택 명분 ‘개발 속도전’에…“공원화 결정 바꿀 근거 부족”

용산공원’ 용도 변경 논란

김윤덕, 택지 활용 가능성 제기

“장교 숙소 등 녹지 기능 상실”

국민 공감대 얻은 ‘공원화’ 번복

“준공업지 활용부터” 반대 거세

정부가 서울 용산공원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에 속도를 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청년층 주거 부담이 큰 만큼 용산공원에 청년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이미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합의한 국가 상징 공간까지 택지로 꺼낼 만큼 다른 공급 수단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용산공원을 활용한다고 해서 주택 공급이 실제로 빨라지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용산공원 중) 공원·녹지 기능을 일부 상실한 곳에 제한적으로 주택, 특히 청년주택 공급을 검토하겠다”며 “장교 숙소, 군인 아파트 등 녹지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지역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용산공원을 주택 공급지로 꺼내든 이유는 서울 도심의 주택 공급이 절박한 상황에서 도심 한복판이라는 입지와 함께, 별도의 토지 보상 절차가 필요 없는 ‘빈 땅’이라는 점 때문이다.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도 이날 TV조선 인터뷰에서 “이 큰 땅을 다 공원으로 만드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힘든 규모”라며 “어떻게 쓰는 것이 제일 좋을지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8·13대책엔 이미 용산공원 택지화를 수월하게 할 ‘사전’ 방안도 담겼다. 공공주택지구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68개월에서 37개월로 단축하기 위해 내놓은 전략환경영향평가 생략과 오염토 외부 반출 허용 등이다.

원래 미군기지인 용산공원은 중금속·기름 등 토양 오염이 심각하다. 오염토 현황을 평가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을 건너뛰면 첫 단추인 공공택지 지정이 약 8개월 빨라진다. 오염토는 법에 따라 공사 현장 내부 정화가 원칙인데, 외부로 반출하면 관련 절차가 6개월 줄어들어 착공을 그만큼 앞당기게 된다.

도심 고밀개발 등 대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빈 땅만 찾다가 공원·녹지를 동원하는 데 이르렀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9·7대책, 올해 1·29대책 등 이재명 정부 들어 주택 공급 대책은 모두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와 학교용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등 미개발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역세권 저층주거지나 준공업지대를 활용하면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이 얼마든지 생긴다”고 말했다. 서울 전체 준공업지역 면적은 20㎢(약 600만평)로, 1기 신도시인 성남 분당의 주거지 면적과 맞먹는다. 8·13대책에서 준공업지역 활용 방안은 2030년까지 2000가구 착공으로 비중이 극히 적다.

빈 땅 활용이 공급 속도가 특별히 빠르다고 보기도 어렵다. 9·7대책에서 학교용지 활용을 제시했지만 1년 가까이 지나 8·13대책에서 서울 강서고 등 후보지가 처음 나왔다. 주민공동시설, 공원으로 쓸 수 있는 땅을 택지로 바꾸면 주민 반발도 지연 요인이 된다.

특히 용산공원을 두고는 특별법을 제정해 미군기지 반환 등 역사성·상징성을 담은 공원 조성 계획을 세웠는데, 이를 뒤집을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주택 가격 상승에 대응하며 다양한 공급 논의가 있었지만 용산 미군기지만큼은 국민적 공감대에 기초해 공원화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면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지 특별히 다른 점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20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용산공원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지만 접점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