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30년까지 공적주택 119만 가구를 공급하는 ‘주거안정플랜’을 제시하면서 10년 이상의 안정적인 거주와 청년·신혼부부·고령층은 물론 중산층까지 ‘살 만한 집’을 제공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주택자와 취약계층의 주거복지를 실현하면서 전월세 시장의 안정을 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보편형 공공임대주택 도입 등 공적주택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수요자 맞춤형 주거복지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재원 마련 방안과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거안정플랜을 통해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외연은 크게 확장된다. 그동안 공공임대가 저소득층과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정책이라는 성격이 강했다면 앞으로는 청년·신혼부부·양육가구는 물론 중산층까지 연령대별, 소득 수준별 다양한 계층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주거 안전망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공적주택 118만 8000가구를 공급하고 이 가운데 77%인 92만 가구를 수도권에 배치한다. 1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장기공공임대 재고도 2024년 193만 1000가구에서 2030년 250만 가구 이상으로 늘려 전체 주택의 1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임대주택은 공공택지 등에 건설하는 건설형 35만 가구, 도심 공급 속도가 빠른 매입형 31만 3000가구, 기존 민간 주택을 활용하는 전세형 23만 가구, 공공지원 민간임대 5만 2000가구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급한다. 특히 3기 신도시 등에는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공공분양 24만 3000가구(수도권 21만 1000가구)를 공급하고 주거비 부담을 줄이는 모델로 지분적립형 또는 수익공유형도 도입한다.
동시에 정부는 19만 가구 규모의 ‘보편형 공공임대’를 새로 도입한다. 기존 공공임대의 좁은 면적과 열악한 입지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역세권과 도심 등 선호 지역에 중형 평형과 품질을 갖춘 주택을 공급하고 다양한 계층이 부담 가능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올해 4분기부터 2027년 말까지 입주 가능한 공적주택이 전국 15만 가구, 수도권 10만 가구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새로 집을 구하는 국민에게 실제 입주 가능한 선택지가 늘어나 전월세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역별·유형별 물량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현재 단계에서는 10만 가구가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지만 실현 가능성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119만 가구라는 숫자만으로 주거 안정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전체 물량에는 신축 매입과 기축 매입을 합친 매입형 임대가 약 31만 가구, 전세형 공공임대가 23만 가구가 포함된다. 매입 임대는 건설 임대보다 공급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결국 시장에서 적정한 주택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특히 신축 매입 임대는 사업자가 토지를 확보하고 사업성을 맞춰야 실제 착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에는 자금 조달 부담과 사업성 문제 등을 감안해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사비 연동, 선착공 등 제도를 잇따라 손질할 정도로 공급 과정의 어려움도 나타나고 있다. 기축 주택 역시 정부가 원하는 입지와 품질을 갖춘 주택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물량은 늘어도 실제 수요자가 원하는 주거 안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전세임대 23만 가구도 마찬가지다. 기존 민간주택을 활용하는 방식인 만큼 계획 물량만큼 실제 전세주택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입지와 품질을 끌어올리면 토지비와 건축비가 함께 오른다”며 “좋은 입지, 좋은 집일수록 임대료가 비싸지는 자기모순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재정 부담도 변수다. 공공임대는 건설비나 매입비뿐 아니라 장기간 운영·관리 비용이 뒤따르는 만큼 공급 확대가 곧바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 특히 정부가 ‘부담 가능한 임대료’를 강조하는 만큼 공공이 얼마나 비용을 부담하고 입주자가 어느 정도의 보증금과 임대료를 내게 될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번 주거안정플랜은 ‘얼마나 많이 지을 것인가’에서 한발 더 나아가 ‘누구에게, 어디에, 어떤 품질의 집을 제공할 것인가’로 공공주택 정책의 초점을 옮겼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와 관련해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단순히 공공임대 물량을 늘리는 데서 벗어나 ‘공공임대의 보편화·고품질화·수요자 맞춤형 복지’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겼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다양한 계층을 포괄하는 주거 안전망을 구축하려면 계획 물량을 실제 주택으로 전환하는 공급 실행력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재정 규모, 그리고 입주자가 감당할 수 있는 보증금·임대료 수준까지 함께 제시돼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편형 공공임대는 더 넓은 면적, 고급화된 내장, 역세권·도심 등 선호 입지를 내세우지만 이런 사안들은 임대료와 직결된다”며 “주택의 품질에 부합하는 임대료를 책정할지, 낮게 책정된 임대료를 공공이 커버할지 등이 구체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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