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준엽 시사유튜버(대한민국 청아대)
북한의 해킹 능력이 또다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약 8조 원이 넘는 가상자산이 탈취된 사건의 배후로 북한 해킹 조직이 지목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북한 연계 조직인 ‘TraderTraitor’를 공격 주체로 공식 발표했다. 불과 20분 만에 천문학적인 자산을 빼돌린 것이다.
이번 사건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북한의 사이버 범죄가 일회성이 아니라는 데 있다. 지난해 2월에도 북한 연계 해킹 조직은 바이비트에서 약 15억 달러를 탈취했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외화 확보가 어려워진 북한이 사이버 공격을 새로운 외화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탈취한 자금이 핵과 미사일 개발 등 군사적 역량을 뒷받침하는 데 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이상 사이버 공격을 단순한 범죄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사이버 공간을 통해 상대국의 경제적 기반을 흔들고 군사적 자금까지 확보하고 있다. 총 한 발 쏘지 않고도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격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얼마나 철저히 대비하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금융기관과 가상자산 거래소는 물론 정부 부처, 공공기관, 방산업체와 에너지 시설까지 북한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국가 핵심시설의 보안망이 뚫린다면 금융거래 마비와 주요 정보 유출을 넘어 국가 안보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런데도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대책을 내놓는 식의 사후 대응에 머문다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의 역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사이버 안보는 민간 기업에만 맡겨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국가기관과 공공시설의 보안 취약점을 전면 점검하고, 기관별 보안 책임과 사고 대응 체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해킹을 가정한 실전 훈련을 정례화하고, 금융기관과 가상자산 거래소, 방산업체와도 실시간 위협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예산과 전문 인력 확보 역시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 사고가 터진 뒤 책임자를 찾는 것보다 사전에 취약점을 찾아내고 공격을 차단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앞으로 더욱 정교하고 집요해질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를 특정 기관이나 기업의 보안 문제로 축소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안보에는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국가 안보의 최전선은 군사분계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지금 당장 사이버 방어 태세를 점검하고 실질적인 대응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8조 원을 털린 사건을 남의 나라 일로 바라볼 여유는 우리에게 없다.
곽준엽 시사유튜버(대한민국 청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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