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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천년의 소리, 미래를 열다…2만 인파 홀린 하남이성산성문화제

고분벽화 속 그림으로만 전해지던 고대 타악기 ‘요고(腰鼓)’가 마침내 천년의 침묵을 깨고 웅장한 선율로 되살아났다.

지난 19일 경기 미사호수공원 잔디광장에서 이현재 하남시장이 대북을 치며 ‘2026 하남이성산성문화제’ 개막을 알리고 있다. 하남시청 제공

하남=박성훈 기자

고분벽화 속 그림으로만 전해지던 고대 타악기 ‘요고(腰鼓)’가 마침내 천년의 침묵을 깨고 웅장한 선율로 되살아났다.

경기 하남시의 유서 깊은 역사를 현대 문화 콘텐츠로 꽃피운 ‘2026 하남이성산성문화제’가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미사호수공원 잔디광장과 하남이성산성 일원에서 성황리에 펼쳐졌다.

‘하남의 역사, 미래를 두드리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축제는 도심 속 수변공간과 산성 유적, 골목상권과 시민의 일상을 하나로 엮어내며 주말 동안 누적 관람객 2만1000여 명이 운집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전통과 첨단 기술, 역사와 대중문화가 어우러지며 수도권을 대표하는 역사문화축제의 새 지평을 연 감동의 현장을 되짚어본다.

지난 19일 경기 하남시 미사호수공원 잔디광장에서 무용극이 동반된 미디어 아트쇼가 펼쳐지고 있다. 하남시청 제공

◇천년의 침묵 깬 고대 악기=축제의 첫날인 19일, 미사호수공원 잔디광장은 이른 아침부터 축제를 만끽하려는 인파로 활기가 넘쳤다.

육군 수도군단 군악대 소조밴드의 힘찬 연주가 울려 퍼지며 화려한 축제의 서막을 열었고, 잔디밭에 둘러앉은 관람객들은 군악대의 경쾌한 리듬에 박수를 보냈다. 오후 5시부터는 도시 성장의 주역인 시민들의 헌신을 되새기고 화합을 다지는 ‘하남시민의 날 기념식’이 열려 축제의 의미를 더했다.

어둠이 내린 오후 7시, 축제의 정점인 개막 주제공연이 시작되자 호수공원 일대는 거대한 야외 공연장으로 변모했다.

하남 이성산성에서 국내 최초로 실물이 발굴된 고대 타악기 요고를 모티브로 한 미디어아트 영상과 레이저 쇼가 밤하늘을 수놓았다. 무대 위에서는 한국예총 하남지회 대한무용협회하남지부, 한국국악협회하남지부 등 지역 예술단체 회원들의 혼이 담긴 퓨전 국악과 대형 요고, 대북의 심장 뛰는 울림이 어우러져 시청각을 압도했다.

이현재 하남시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 힘찬 대북 타북 퍼포먼스로 개막을 알리자 관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 펼쳐진 개막 축하공연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열기로 이어졌다. 가수 신유가 호소력 짙은 트로트 무대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고, 싱어송라이터 윤종신은 대표곡 ‘오르막길’ 등을 열창하며 초가을 밤의 낭만을 드리웠다.

피날레를 장식한 글로벌 아티스트 비비가 히트곡 ‘밤양갱’과 개성 넘치는 퍼포먼스를 쏟아내자 잔디광장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수천 명의 시민이 스마트폰 플래시를 흔들며 떼창으로 화답하는 광경은 천년 세월을 품은 요고의 울림이 현대 K-컬처의 에너지로 만개했음을 증명했다.

20일 경기 하남시 미사호수공원에 마련된 체험단에서 한 어린이가 북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하남시청 제공

◇“내가 백제 수비대이자 꼬마 고고학자”=이번 문화제는 역사를 온 가족이 직접 만지고 즐기는 생생한 놀이문화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미사호수공원에 마련된 역사문화 체험존은 행사 내내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발길로 북새통을 이뤘다.

가장 큰 인기를 끈 프로그램은 ‘이성산성 유물발굴장’이었다. 피톤치드가 감도는 편백나무 큐브 모래장 안에서 어린이들은 고고학자가 되어 숨겨진 유물 모형을 발굴했다.

미션을 완료한 아이들에게 수여된 ‘어린이 고고학자증’은 미래 세대에게 성취감과 역사적 자긍심을 안겨줬다.

이날 현장을 찾은 학부모 임유정 씨는 “책으로만 접하던 발굴을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아이가 직접 경험할 수 있어 유익했다”며 “도시의 역사를 배우는 훌륭한 교육의 장이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산성을 지키던 병사들의 기개를 체험하는 ‘이성산성 수비대 훈련소’ 역시 호응이 높았다. 참가자들은 직접 꾸민 방패를 들고 성문을 지키는 방어 미션에 도전했고, 과녁을 향해 활을 당기며 옛 산성 수비대의 기개를 체험했다.

백제 시대의 장군 갑옷과 투구를 입고 칼을 찬 채 기념사진을 남기는 ‘백제 갑옷·병장기 체험 포토존’ 앞에도 가족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만들기 체험존에서는 친환경 종이접시 등을 활용해 고대 타악기를 손수 조립하는 ‘친환경 요고 만들기’, 알록달록한 수수깡으로 성벽과 망루를 쌓는 ‘수수깡 성문 만들기’가 아이들의 창의력을 자극했다.

시민들이 색칠한 그림으로 거대한 깃발을 완성해 축제장 입구를 장식한 참여형 프로그램은 시민이 주인이 되는 감동을 선사했다. 전문 바리스타가 드립 기술을 선보이며 시원한 음료를 제공한 ‘커피 바리스타쇼’와 에어바운스 키즈존, 플리마켓과 먹거리 부스는 축제의 풍성함을 배가했다.

역사 강사 ‘큰별쌤’ 최태성(오른쪽)이 지난 20일 경기 하남시 미사호수공원 잔디광장에서 ‘역사 콘서트 & 역사 퀴즈쇼’를 진행하고 있다. 하남시청 제공

◇바퀴 달린 역사박물관 ‘하남여행버스’=‘축제를 보러 왔다가, 하남을 여행하다’라는 기치 아래 운영된 ‘하남여행버스’ 투어는 축제의 무대를 시 전역으로 확장한 독창적인 기획으로 찬사를 받았다.

사전 예약 오픈 직후 총 10회차가 전석 조기 매진된 버스 투어는 전문 문화관광해설사가 동승해 명소마다 얽힌 역사와 생태 이야기를 들려주며 달리는 역사 학습관 역할을 해냈다.

제2행사장인 하남이성산성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해발 209m, 둘레 1925m에 달하는 웅장한 포곡식 산성에 매료됐다. 참가자들은 성벽을 따라 걸으며 옥수수알 모양으로 정교하게 다듬어진 성돌의 축조 기술을 확인했다.

8각형 사직단과 9각형 천단 건물지, 동문지를 둘러보며 이성산성에서 요고뿐만 아니라 수많은 목간과 철제마 등 고대 국가의 제사의식과 생활상을 증명하는 보물들이 출토된 비화를 들으며 역사 속 현장을 실감했다.

어린이들은 유물 탐색 및 스토리텔링 체험을 통해 살아 숨 쉬는 고대 역사를 온몸으로 마주했다. 유물발굴체험에 나선 아이들은 보물찾기하듯 모래 곳곳을 살피며 숨겨진 유물 조각을 찾아 나섰다. “선생님, 이것도 진짜 옛날 보물 같아요”라며 장갑을 낀 손으로 기와 조각과 유물 모형을 들어 올리는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탄성이 이어지자 현장은 일순간 야외 고고학 교실로 변했다.

원도심 전통시장 방문 코스는 축제의 열기를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으로 확산시킨 상생 모델을 제시했다. 회차별로 덕풍시장과 신장시장·석바대 상점가를 순회하는 코스가 이어진 가운데, 전통시장 현장에는 이현재 하남시장이 깜짝 방문해 도착한 하남여행버스에 직접 올라타며 투어 참가자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현재 시장은 참가자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며 “우리 하남의 전통시장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넉넉한 장터 인심도 듬뿍 느끼고 맛있는 로컬 먹거리와 다양한 체험을 마음껏 즐기며 풍성한 추억을 가득 담아가길 바란다”고 따뜻한 환영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참가자들은 다가오는 추석을 맞아 전통시장의 푸근한 정을 만끽하며 풍성한 장보기를 즐기는 등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세계적인 안무가이자 하남시 홍보대사인 카니(왼쪽)가 이현재 하남시장과 하남 이성산성문화제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남시청 제공

◇지신밟기 플로깅부터 카니·최태성까지=축제 이튿날인 20일에는 친환경 가치와 대중문화의 열정이 어우러진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오전 10시 잔디광장에서는 전통 민속의식과 환경 정화 운동을 결합한 ‘지신밟기 플로깅 프로젝트’가 열렸다.

풍물패 연희KR의 신명 나는 장단에 맞춰 시민들은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들고 호수공원 산책로를 걸으며 환경 정화 활동을 펼쳤다. 마을의 안녕을 빌던 선조들의 지혜가 현대적인 생태 보호 실천으로 승화된 순간이었다.

오전 11시부터는 잔디광장이 젊음의 열기로 가득 찬 댄스 플로어로 변신했다. 크리에이터 ‘ENJ’와 세계적인 안무가 카니가 스페셜 MC로 등장하자 청소년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청소년 스포츠 에어로빅팀의 오프닝에 이어 펼쳐진 ‘플래시몹 랜덤 플레이 댄스’ 배틀에서는 수백 명의 참가자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최신 K-POP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오후 2시 무대에 오른 역사 강사 ‘큰별쌤’ 최태성의 ‘역사 콘서트 & 역사 퀴즈쇼’는 축제의 교양을 더했다. 최태성 강사는 한강 유역을 차지하기 위한 삼국의 치열한 격전지로서 이성산성이 지닌 가치를 명쾌한 입담으로 풀어냈다.

요고의 음악사적 위상과 산성 축조의 비밀을 알기 쉽게 설명해 학부모와 어린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어진 퀴즈쇼에서는 하남의 역사 유적을 퀴즈로 풀며 자부심을 되새겼다. 배우 이동준의 열정적인 무대와 ‘지역예술인(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하남지부)과 함께하는 3인 3색 콘서트’는 깊어가는 가을 정취 속에서 시민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흥겨움을 선사했다.

축제의 대단원은 오후 5시 세계적인 안무가이자 하남시 홍보대사인 카니가 이끄는 ‘랜덤 플레이 댄스’가 장식했다. 시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K-POP 챌린지 댄스를 역동적으로 즐기며 이틀간의 찬란했던 축제 여정에 화려한 마침표를 찍었다.

◇‘철통 안전’과 촘촘한 교통 복지=하남시는 안전관리책임자와 진행요원, 구급대원이 상주하는 현장종합상황실을 운영하며 경찰, 소방 등 유관기관과 실시간 비상 연락 체계를 유지했다. 차량 동선과 관람객 동선을 완벽히 격리했고, 부스 간격을 1.5m 이상 확보해 병목 현상을 차단했다.

축제 첫날 위례와 감일 신도시 주민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감일창대교회와 성안교회의 민관 협력을 이끌어내며 셔틀버스를 1일 4회 맞춤 운행했다. 자가용 대신 5호선 미사역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머문 자리를 깨끗이 정리한 시민의식이 더해져 축제는 모범적인 안심 행사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 시장은 “이번 2026 하남이성산성문화제는 땅속에 잠들어 있던 고대 악기 ‘요고’의 역사적 울림을 매개로 과거와 현재, 미래 하남이 하나로 이어지는 화합의 대축제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남은 천년 세월의 유구한 역사문화를 품고 있으면서도, 미사아일랜드 K-컬처 복합 콤플렉스(K-스타월드)를 통해 세계적 문화 콘텐츠 허브로 도약하고 있는 도시”라며 “앞으로도 이성산성문화제를 명품 브랜드 축제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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