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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채드 바운 선임연구위원 “삼전·닉스 메모리 투자 다변화…공급망 안보 관점에서 검토를”

통상 전문가인 채드 바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지난달 31일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채드 바운 선임연구위원 “삼전·닉스 메모리 투자 다변화…공급망 안보 관점에서 검토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채드 바운 선임연구위원

통상 전문가인 채드 바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지난달 31일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트럼프 이후의 질서’ 국내 출간

핵심광물 연대, 미국 포함해야

수요 높은 물건들 만드는 한국

무역시장서 중국 대안 가능성

지난해 재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선포한 ‘관세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과도 대미투자 이행을 놓고 긴장이 높아지면서 안보 협의까지도 차질을 빚고 있다.

통상 전문가인 채드 바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31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메모리 투자가 기존 한·미 간 합의 일부로 다뤄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공급망 안보의 관점에서 해외로의 생산거점 다변화”를 검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버락 오바마·조 바이든 민주당 행정부에서 국무부 수석이코노미스트 등을 지낸 그는 중국의 시장 지배력 강화에 대응해 미국이 유럽, 한국, 일본 등 동맹들과 관세·보조금 관련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운 위원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이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봤다. 다만 무역전쟁이 ‘상수’인 시대에 인공지능(AI) 메모리·배터리·조선 강국인 한국은 “세계가 필요로 하는 물건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간 <트럼프 이후의 질서>(원제: How to Win a Trade War) 국내 번역 출간에 맞춰 방한한 바운 연구원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 트럼프는 중국과 ‘딜’을 만드는 데 더 관심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단독으로는 중국의 위협에 맞서기에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중국은 14억명의 소비자가 있지만 미국은 3억4000만명에 불과하다. 캐나다, 유럽, 한국, 일본 등이 힘을 합쳐야 경쟁할 수 있다. 최우선 목표는 중국이 희토류 등 필수 투입재에 대한 시장 지배력을 무기화하지 못하도록 중국 바깥에서 대체 공급원을 만드는 것인데, 여기에는 비용이 든다. 여러 나라들이 유사한 정책을 취하면 비용을 분담할 수 있다.”

- 한·미관계도 쿠팡이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 투자를 놓고 삐걱거린다.

“한국 기업들은 주로 국내 생산능력 확장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는데, 미국 정부는 분명 미국 내에서도 메모리를 생산하길 원할 것이다. 다만 한·미 관세 합의 자체가 좋은 합의였는지 의문인 만큼, 미국 내 메모리 투자를 합의에 포함해야 한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 현실적으로 바람직한 대응 방안은.

“공급망 안보나 회복력 관점에서 보면 미국 또는 한국 바깥에서 (메모리 생산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대만 TSMC 사례에서 보듯 하나의 지리적 장소에 집중된 생산은 지정학적 문제뿐 아니라 지진이나 기후변화 등 온갖 위험이 따르고, 한국도 어느 정도 비슷하다. 동맹국끼리 서로 경쟁하지 않고 정책을 잘 조율하는 것이 시급하다.”

- 다음달 미·중 정상회담 전망은.

“기대가 크지 않다. 비민감 품목에 대한 관세 조정이 이뤄질 수 있고, 그러면 중국이 동맹들보다 낮은 관세를 적용받는 역설적 상황이 될 수 있다. 핵심은 중국이 희토류 등에서 엄청난 지렛대를 갖고, 미국 자동차 산업의 잠재적 셧다운까지 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필수 광물의 대체 공급선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중국에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

- 핵심광물 분야에서 캐나다 등이 주도하는 ‘중견국 연대’에 대한 평가는.

“글로벌 공급망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산 희토류와 영구자석을 대체하려면 채굴·정제·가공 전반에서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결국 보조금, 가격 하한제, 중국산 광물에 대한 관세 등의 조치가 있어야 중국 밖에서 공급원을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중견국들은 상호 시장 개방을 이야기할 뿐이다. 대중국 무역장벽이 매우 낮은 이들 국가가 진지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지난해 중국의 (네덜란드) 넥스페리아 차량용 반도체 수출통제로 캐나다 혼다 공장이 생산을 일부 중단한 것과 같은 경제적 강압에 놓일 수 있다.”

-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리더십이라기보다는 미국과 함께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그러려면 미국이 보조금을 지급하고 대중국 관세 인상에 동참하게끔 하는 매력적인 제안을 해야 하는데, 동맹국들에 관세 부담을 지게 하면서 어려운 정책에 동참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 미국의 관세는 미 중간선거 결과나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계속 유지될까.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으로도 차기 행정부가 관세를 폐지하는 게 매우 어려울 것이다. 관세는 미국 정부에 일정한 세수를 가져다준다. 재정적자를 완전히 메우거나 소득세·법인세를 폐지할 정도의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다른 세원을 확보하지 않고는 없애기가 어렵다.”

- 한국과 같은 수출 주도형 경제는 상시적 어려움을 겪게 될 것 같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앞으로도 존재할 문제이고, 결코 과거와 같은 세상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물론 차기 미국 정부가 동맹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무역전쟁은 어떤 식으로든 지속될 것이다. 다행히도 한국은 세계가 필요로 하는 물건을 만들고 있다. 그로 인해 다른 나라들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도 있다. AI용 메모리 칩을 만드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없었다고 생각해보라. 메모리만이 아니라 배터리, 조선 등도 한국은 세계 최고 선두주자다. 중국 외에 대안을 찾고 있는 나라들에는 한국이 그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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