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정연구원 청년 유출 분석
경력 이을 노동시장 제한적
주거, 교통, 돌봄 여건도 영향
창원에서 청년이 빠져나가는 이유는 단순히 일자리 부족이 아니라 현재 일자리에서 더 나은 직무·경력으로 이동할 선택지가 좁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대학 진학과 취업 과정에서 빠져나가는 청년을 지역 산업과 다시 연결하고, 취업 이후에도 창원 안에서 이동할 수 있는 경력 사다리가 없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창원 20~39세 인구 비중은 2020년 25.4%에서 2026년 8월 21.6%로 매년 낮아지고 있다.
창원지역 청년 유출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올해 1월 본지가 인터뷰한 장채연 씨 모습. 당시 국립창원대학교 4학년인 그는 일자리를 구하려고 서울로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남도민일보DB
상층 노동시장 좁아
창원시정연구원이 10일 발표한 ‘창원특례시 청년 유출 요인 진단과 대응과제’ 보고서에서 창원 청년 유출은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에서 두드러졌다.
25~29세 순유출률은 2015년 -3.48%에서 2024년 -8.47%까지 높아졌다. 30~34세도 같은 기간 -1.07%에서 -5.12%로 악화했다.
연령별로 떠나는 이유도 달랐다. 20대 초반에는 교육을 이유로 한 유출이 두드러졌고, 20대 후반에는 교육과 직업이 함께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30대 초반부터는 직업을 이유로 한 유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런데 창원의 일자리 상황을 단순히 ‘불안정하다’고 보기 어렵다.
2024년 창원지역 중소기업 상용직 비율은 90.2%로 전국 평균 87.3%, 동남권 평균 87.6%보다 높아 일자리가 없는 도시가 아니었다.
창원지역 중소기업 상용직 비율은 전국 평균, 동남권 평균보다 높다. 사진은 창원국가산업단지 전경.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
하지만 창원 청년 확장실업률은 높았다. 2024년 18.5%로 전국 17%, 동남권 17.2%를 웃돌았다. 확장실업률은 ‘그냥 쉬었음’ 등 비경제활동인구와 초단기 취업자까지 노동시장에 충분히 진입하지 못한 청년 규모를 보여준다.
연구원은 두 지표를 종합하면 창원 청년 일자리 문제는 일자리의 절대량보다 노동시장 부조화와 경력 이동 문제라고 밝혔다. 창원이 안정적인 고기술 중소기업과 중간층 노동시장을 광범위하게 보유하지만, 상층 노동시장이 좁고 직종·직무 다양성이 부족해 청년이 노동시장 안에서 상향 이동할 기회가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년들이 지역 노동환경을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피고용자 노동환경 인식조사에서 안전·위생 분야를 제외한 조직문화, 물리적 공간, 일·생활 균형, 고용 안정성, 시간당 임금 등 항목 대부분이 기준점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임금과 조직문화에 대한 만족도가 낮았다. 연구원은 “청년은 취업 이후 해당 직장에서 임금과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자신의 경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선택지가 충분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직업·평생교육 부족
이러한 상황은 20대 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창원 청년 800명 대상 인식조사에서 약 40%가 창원 밖으로 이주할 의사가 있거나 실제 이주계획이 있었다. 특히 생애주기별로 보면 첫 직장에 관심을 둔 청년 178명 가운데 57.9%(103명)가 이주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첫 직장을 어디에서 구하느냐보다 그다음 직장을 어디에서 구하고 어떤 경력을 만들 수 있느냐가 창원 청년 유출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갈수록 기술전환 주기가 짧아지고 새로운 직무역량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청년은 평생직장보다는 생애 안정성과 일자리 만족도를 중시하고 있다.
그런데 창원지역 대학은 전통 제조업과 연계된 취업·산학협력 측면에서 강점이지만 고급 평생·직업교육 기능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창원 대학의 인구 1만 명당 대학유래 특허는 전국 평균을 100으로 놓았을 때 43.2, 학교당 연구비 수혜는 63.5에 그쳤다. 창원은 수도권보다 첨단제조업과 사업서비스업 등 고도화된 산업 비중이 작은데, 이와 관련한 대학 교육과 인력 양성도 부족한 상황이다.
연구원은 “창원 20대 후반 청년이 교육을 사유로 대규모 순유출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적 요구와 대비한 창원 직업·평생교육, 포괄적 인적역량 형성 체제의 불비가 중요한 원인을 구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중교통 열악도 영향
또 30대 청년 유출 이유는 직업뿐 아니라 주거와 문화·여가, 생활환경 등으로 다변화됐다.
창원지역 주거비와 주택 상태, 생활환경을 함께 고려할 때 청년은 원하는 주거지를 선택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생활환경이 좋은 지역은 주택가격이 높은 반면 일부 지역은 주거비가 낮지만 노후주택과 생활기반 시설이 부족한 문제가 있다고 했다.
돌봄은 30대 여성에게 중요한 문제였다. 30대 여성 67%가 고령자 등 취약계층 돌봄 여건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중소기업 육아휴직률도 2022~2024년 8% 안팎 수준으로 전국 20%대보다 낮았다.
교통도 청년 생활 반경을 넓히는 데 걸림돌로 지목됐다.
동남권 비통근통학 네트워크 그래프. 창원시정연구원은 동남권 주된 광역 네트워크는 부산-김해-양산 사이에서 형성되며 창원은 상대적으로 고립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창원시정연구원
창원 청년들은 광역교통뿐 아니라 노선체계와 배차시간 등 기초 대중교통에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연구원은 “창원지역 대중교통 분담률은 정체 상태를 보이는 동안 창원 청년은 동남권 광역 네트워크에서 고립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동남권 주된 광역 네트워크는 부산-김해-양산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며 “창원은 기초 지리 여건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실제 연결중심성이 낮게 형성되는 데 이는 창원의 광역 교통망 제약이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원은 이번 보고서에서 △성장생태계 구축 △생활권 중심 안정화, 네트워크 활성화·기반시설 구축 세 가지를 청년 유출 대응 대안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청년 스킬패스, 창원형 디지털 전환(DX)·인공지능 전환(AX) 징검다리, 좋은 일터 전환 프로젝트, 청년마을 운영자 양성, 공동체 돌봄, 교통혁신 모니터단, 사회연대기금 조성 등을 제안했다.
황인식 연구원장은 “청년에게 지원금을 더 주는 방식보다 청년이 지역 안에서 역량을 키우고, 새로운 일자리를 얻고, 직무를 전환하고, 가족을 꾸린 뒤에도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원시는 앞서 지난 9일 연구 결과 보고회를 열고 정책 적용 방안을 논의했다. 황선복 인구정책담당관은 “이번 연구가 마무리되는 대로 세밀하게 검토해 내년부터 전 부서에서 적용할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해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