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한파와 기업 성장 동력 약화가 수치로 확인됐다. 2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기업생멸행정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신생기업은 90만8000개로 전년보다 1.5% 감소했다. 2016년(88만4344개)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로, 2020년 이후 5년 연속 내리막이다. 이에 대해 데이터처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에는 배달·택배 관련 사업이 늘면서 소규모 영세기업들도 신생기업으로 집계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체 활동기업 가운데 신생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인 신생률은 11.7%로 전년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2011년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의 비중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기존 기업과의 경쟁을 통한 혁신과 일자리 창출이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종별로는 숙박·음식점업 신생기업이 12만8000개로 11.0% 줄었다. 부동산업도 8.6% 감소했다. 내수 침체와 전반적인 부동산 거래 위축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자가 30대 미만인 신생기업은 전년보다 7.2% 감소해 모든 연령대 중 감소율이 가장 컸다. 30대(-1.2%), 40대(-3.5%), 50대(-2.9%)에서도 신생기업이 줄어든 반면 60대(1.0%)와 70대 이상(13.8%)에서는 증가했다. 인구 고령화와 은퇴 후 경제활동 지속 등의 여파로 풀이된다.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도 줄어들었다. 지난해 고성장기업(최근 3년간 매출·상용근로자 연평균 20% 이상 증가)은 4534개로 전년보다 855개(15.9%) 감소했다. 2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2011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감소율이다. 고성장기업 중에서도 창업 4~5년 차인 ‘가젤기업’ 역시 15.4% 줄며 기업 생태계의 성장 사다리가 꺾인 모습이다. 고금리와 내수 부진 장기화로 기업들의 성장 동력이 크게 약화한 결과다.
지난해 전체 활동기업은 774만8000개로 전년보다 1.4% 증가했다. 다만 종사자 1인 기업이 621만7000개로 전년 대비 1.9% 증가해 전체 활동기업의 5분의 4(80.2%)를 차지했다. 외형은 커졌지만 고용 없는 ‘1인 기업’ 위주로 늘어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은 부진했다.
다만 활동을 중단한 소멸기업(2024년 기준)은 76만9000개로 2.7% 줄었고, 소멸률(10.1%)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2023년에는 고금리 여파 등으로 소멸기업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지만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경기가 살아나서 덜 소멸했다기보다는 폐업 비용 부담 등으로 경기가 나아지길 바라며 버티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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