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도 협력 검토한 한국수자원공사 AI 물기술…‘물안보·AI·기후테크’ 융합산업 부상|
AI 정수장·디지털트윈·스마트관망 세계 확산…“반도체 이어 물산업도 K-테크 수출 시대”
경기도 화성의 한 AI 정수장 통합관제실. 대형 스크린에는 전국 정수장과 관로의 수질·수압·유량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쉴 새 없이 변화하고 있었다. 인공지능(AI)은 원수 상태와 날씨, 전력 사용량까지 동시에 분석하며 약품 투입량과 펌프 운영을 자동으로 조정했고, 운영자들은 디지털트윈(DT) 기반 플랫폼을 통해 수돗물 공급 상황과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점검하느라 분주했다. 기후위기와 AI 산업 폭증이 불러온 ‘물 전쟁’ 시대, 대한민국 물관리 시스템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었다.
전 세계가 극단적 가뭄과 초대형 홍수, 그리고 AI 데이터센터·반도체 산업 확산으로 인한 산업용수 급증에 직면하면서 물은 더 이상 단순한 공공재가 아닌 국가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이 막대한 전력과 냉각수를 동시에 필요로 하면서 글로벌 물안보 경쟁도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사장 윤석대)가 구축한 AI 기반 디지털 물관리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AI 정수장과 스마트관망관리(SWNM), 디지털트윈 물관리 플랫폼은 단순한 공공 인프라 혁신을 넘어 미래 물산업 패러다임을 바꾸는 대표적인 ‘기후테크’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OpenAI와의 협업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한국형 물관리 기술이 글로벌 AI·빅테크 생태계와 연결되는 차세대 융합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AI 시대의 경쟁은 결국 전력과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국가가 주도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이 축적한 디지털 물관리 역량은 향후 글로벌 물안보 시장에서 강력한 전략 자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한다.
에너지데일리는 창간 27주년을 맞아 AI와 디지털 기술로 물관리 혁신을 이끌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의 현장과 글로벌 전략, 그리고 급변하는 미래 물산업의 흐름을 집중 조명했다.
화성 AI 정수장 약품동[사진=K-water]
AI 시대의 역설…“전기를 넘어 물이 부족해진다”
전 세계 물 위기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 서부와 프랑스, 대만, 남부 아프리카에서는 장기 가뭄이 이어졌고 독일·벨기에·한국·UAE·중국 등에서는 기록적 홍수가 반복됐다. 기후변화로 강수 패턴 자체가 붕괴하면서 기존 물관리 체계가 더 이상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은 또 다른 위기를 만들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정은 막대한 냉각수와 공업용수를 필요로 한다. AI 산업이 커질수록 물 소비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실제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GWI)는 2025년 취수량이 2020년 대비 38% 증가했으며, 2050년까지 AI 가치사슬 전반의 물 수요가 129%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공급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빙하 감소와 댐 건설 둔화 등으로 담수 저장량은 감소하고 있다. 반면 인구 증가와 산업 확대는 물 수요를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다. 세계 물경제위원회는 오는 2030년 글로벌 물 수요가 공급을 40%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세계는 ‘물을 더 확보하는 시대’에서 ‘기존 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AI·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물관리가 기후테크 핵심 분야로 급부상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역시 2025년 ‘수자원 회복 전략’을 채택하며 AI·디지털 가속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글로벌 AI 물관리 시장 규모도 2024년 75억 달러에서 2032년 538억 달러로 약 7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수자원공사 윤석대 사장
“사람 대신 AI가 운영한다”…세계가 주목한 화성 AI 정수장
이 같은 변화 속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례가 바로 K-water의 ‘AI 정수장’이다. AI 정수장은 사람이 경험과 감각에 의존해 운영하던 정수 시스템을 빅데이터·AI 기반 자율운영 체계로 전환한 차세대 스마트 인프라다.
K-water는 2020년부터 광역 SWM 사업을 본격 추진하며 취수원 수질감시, AI 정수장, 스마트관망관리, 수도자산관리 등 수돗물 공급 전 과정을 디지털화했다.
핵심은 ‘자율운영’이다. AI가 수질과 약품 투입량, 설비 상태, 전력 사용량 등을 실시간 분석해 최적 운영을 수행하고 이상 상황까지 사전 예측한다.
화성 AI 정수장 시범사업에서는 자율운영 정확도 98%, 전력비 최대 14% 절감, 유지관리 효율 극대화 등의 성과가 확인됐다. 지능형 영상 시스템 역시 96% 정확도를 기록하며 KISA 성능 인증과 KTL 성능시험까지 통과했다.
이 같은 혁신성은 세계경제포럼(WEF)도 인정했다. WEF는 2024년 화성 AI 정수장을 ‘글로벌 등대공장(Lighthouse)’으로 선정했다. 이는 AI·IoT·디지털트윈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선도적으로 적용한 미래형 혁신 현장에 부여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인증 중 하나다.
특히 물기업으로는 세계 최초 수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인력 운영 효율 104% 향상, 전력 소비량 10% 절감, 설비 유지관리 비용 33% 절감, 위기 대응시간 75% 단축 등 성과도 구체적이다.
이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물관리 시스템 자체가 ‘데이터 기반 자율 의사결정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는 의미다. K-water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30년까지 완전 자율운영 정수장 체계 구축에 나선다. 초기 자율운영(Level1)에서 고도 자율운영(Level2)을 거쳐 위기상황까지 AI가 대응 가능한 완전 자율운영(Level3)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K-water의 또 다른 핵심 기술은 디지털트윈(DT) 기반 물관리 플랫폼이다. 디지털트윈은 현실 세계를 그대로 복제한 가상 공간에서 각종 재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최적 대응을 사전에 예측하는 기술이다.
K-water는 2020년 섬진강 홍수 이후 ‘Digital GARAM+’ 플랫폼 구축에 착수했다. 댐·보·하천·강우·수위·CCTV 데이터를 실시간 연계해 홍수 위험을 예측하고 최적 방류 시나리오를 도출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전국 56개 시설과 연계된 플랫폼 구축이 완료됐으며, 2025년부터 본 운영에 들어간다. 이 기술은 이미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시는 도시홍수 대응을 위해 K-water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도입했다. 기후변화로 도시 홍수 피해가 반복되자 AI 기반 도시홍수 시뮬레이션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일본 나가이시 역시 홍수·산사태·적설 대응 플랫폼 구축에 K-water 기술을 채택했다. 특히 일본 사업에는 NTT동일본과 NAVER까지 참여하며 한·일 디지털 재난대응 협력 모델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한국형 물관리 기술이 단순한 국내 공공기술이 아니라 글로벌 기후재난 대응 플랫폼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켄동 JSC와 계약을 체결했다.[사진=한국수자원공사]
“누수까지 AI가 잡는다”…스마트관망관리의 진화
스마트관망관리(SWNM) 기술 역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 기술은 수도관망 전체에 IoT와 AI를 결합해 누수와 수질 이상을 실시간 감지·예측하는 시스템이다.
K-water는 2017년부터 전국 89개 지자체 노후 상수관망 정비사업을 수행하며 유수율 85% 목표를 달성했다. 일부 사업에서는 유수율이 55.6%에서 88.8%까지 상승했다. 울릉군의 경우 제한급수 문제까지 해소했다.
이는 단순한 누수 관리 차원을 넘어 물 생산 비용 절감과 신규 용수 확보 효과까지 가져온다. 기후위기 시대에 “새로운 댐을 짓는 것보다 기존 물을 잃지 않는 기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기술은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에서도 인정받았다. K-water 스마트관망관리 기술은 공공기관 단독으로는 최초로 GSMA 글로모 어워즈를 수상했다.
OpenAI까지 협력 검토…“물관리도 생성형 AI 시대”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OpenAI 협업 가능성이다. K-water는 댐·정수장·관망 등에서 생산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물 분야 특화 대규모언어모델(LLM) 구축을 추진 중이다.
이는 단순 챗봇 수준이 아니다. 홍수·가뭄·수질오염·재난 대응 시나리오를 AI가 학습해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물관리 AI 에이전트’ 개념에 가깝다. 예를 들어 폭우가 발생하면 AI가 강우 예측과 하천 수위, 댐 방류량, 하류 피해 가능성을 종합 분석해 최적 운영 방안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향후에는 AI가 도시 전체 물 순환을 스스로 최적화하는 방향까지 진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이것이 결국 “물관리판 자율주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OpenAI 같은 글로벌 AI 기업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물이 AI 산업 자체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꼽히고 있어서다. AI 시대에는 전력뿐 아니라 냉각수 확보가 데이터센터 경쟁력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물산업 스타트업까지 키운다…“K-물산업 생태계 구축”
K-water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산업 생태계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창업지원→실증지원→기술개발→판로개척으로 이어지는 ‘4STEP 지원체계’를 구축해 물산업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협력 스타트업은 누적 266개사에 달하며 예비유니콘 4개사도 배출했다.
물산업 벤처펀드는 5,254억원 규모로 조성됐고 국가 테스트베드 플랫폼을 활용한 실증 지원도 750건 이상 진행됐다. 특히 아마존 등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계한 디지털 물산업 생태계 구축도 추진 중이다.
그 결과 K-water와 함께 해외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의 누적 수출액은 4,371억원에 달했다. 이는 물산업이 더 이상 전통 공공산업이 아니라 AI·클라우드·디지털 플랫폼과 결합한 미래 성장산업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향후 글로벌 물시장이 에너지 시장만큼 전략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기후위기로 물 재난은 더욱 심화되고 AI 산업 확대로 산업용수 경쟁까지 격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동남아·미국 서부처럼 물 스트레스가 큰 지역에서는 AI 기반 물관리 플랫폼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한국형 디지털 물관리 모델은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짧은 기간 압축성장 과정에서 대규모 수도·댐·하천 운영 경험을 축적했고 ICT·AI 역량까지 결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K-water는 AI 정수장 국제표준(ISO) 제정까지 추진하며 글로벌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표준특허 확보까지 현실화될 경우 향후 디지털 물관리 시장에서 한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한국이 반도체와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디지털 산업 경쟁력을 확보했다면 앞으로는 AI 기반 물관리 기술이 새로운 국가 전략산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물·AI·기후테크가 결합한 K-물산업이 차세대 수출 산업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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