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생존 전략으로 삼는 '인공지능 대전환(AX)'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기업은 생산과 경영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편하고, 중소기업도 제조 현장에 AI를 도입하며 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AI가 기업 경쟁력을 넘어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대·중소기업 간 상생형 AX 모델도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 삼성 관계사 임원들이 인력개발원 창조관에서 AI 집중교육을 받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기업들의 AI 대전환 가속화
삼성은 전 관계사 모든 업무에 AI를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제미나이, 챗GPT, 클로드 등 외부 생성형 AI 서비스를 도입해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은 이같은 변화를 임원과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 등 조직 DNA 자체를 AI 중심으로 탈바꿈하는 대혁신이라고 소개했다.
삼성은 AI 활용을 위해 전체 사장단을 대상으로 AI 집중교육인 'AX Boot Camp'를 실시하기도 했다. 'CEO의 AI 문해력이 AX의 성패를 결정한다'는 인식 하에 경영진부터 AI를 직접 다루고 업무에 체화하는 실습형 교육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전 사장단을 대상으로 AI 집중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국내외 생산 공장을 AI 자율공장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자재 입고부터 생산·출하까지 전 공정에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을 도입하고 품질·생산·물류 AI 에이전트로 데이터 기반 분석과 사전 검증을 강화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동화를 넘어 자율화로 전환하기 위해 제조 전 공정에 휴머노이드형 제조 로봇 도입도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생산 라인과 설비를 관리하는 오퍼레이팅봇, 자재 운반을 담당하는 물류봇, 조립 공정을 수행하는 조립봇 등을 AI와 결합해 최적화된 제조 현장을 구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타임빌라스 수원에서 열린 ‘타빌페 with AI’ 행사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공연’을 관람하는 고객들의 모습./사진제공=롯데백화점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입주 기업들도 AX 전환에 온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1세대 IT기업인 '한컴'이 있다. 한컴은 지난 2일 사명을 '한글과컴퓨터'에서 '한컴'으로 변경했다. 문서 프로그램 제공 기업에서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천명한 것이다.
한컴은 지난해 AI 관련 실적이 1753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중 AI 패키지 매출은 89억원, 비중은 5%였다. 지난해 매출 순증분 162억원의 54.6%가 AI 매출에서 발생했다. 외형 성장의 절반 이상을 AI가 견인했다는 의미다.
유통업계도 AI를 활용한 고객 경험 혁신에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3일부터 12일까지 타임빌라스 수원에서 AI 스마트미러와 AI 키오스크, 휴머노이드 로봇 공연 등을 선보이는 '타임빌라스 페스타 with AI'를 열고 AI 기술을 접목한 쇼핑 경험을 제공했다.
▲ 국회 ‘개혁행동포럼’이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현장인 프린피아를 방문해 제조 AI 전환을 위한 정책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도 AX 전환 노력
중소기업 AX 전환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지역 제조 중소기업 디지털전환(DX)·인공지능 전환(AX) 역량 강화 방안 수립에 관한 연구'를 보면 경기 지역 스마트공장 도입률은 19.8%로 전국 평균 19.5%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AI 도입률도 1.56%에 그치고 있다.
제조 중소기업 지역별 DX/AX 전담보직 보유 비율은 경기도의 경우 스마트공장 공장 전담 부서(조직)·인력 보유 비율은 0.6%, 제조데이터 또는 AI 기술 관련 전담 부서 및 인력 보유 비율은 0.8%에 머물렀다.
경기 지역 중소기업들도 AI를 활용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중소벤처기업청은 지난달 경기 지역 제조업의 AI 전환을 위한 협력체를 구성했다. 전국 최대 제조업 집적지인 경기도에 중소 제조기업 비중이 높은 만큼 민-관 소통 창구와 지원기관 간 유기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에 따른 것이다.
▲ 경기지역 스마트제조 AX 협의체 발대식 모습./사진제공=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
경기 지역 스마트제조 AX협의체는 경기중기청을 비롯해 경기테크노파크, 경기대진 테크노파크, 중소기업진흥공단 경기본부, 기술보증기금 경기본부, 경기도경제과학 진흥원 등 경기 지역 중소기업 지원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협의체는 정기회의를 통해 연계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스마트제조인력 육성 산학 컨퍼런스, 기술기업-제조기업 매칭데이 등 제조 혁신 확산을 위한 프로그램도 하반기에 추진한다.
스마트제조 기술기업 간 네트워크를 위한 스마트제조기술기업 경기연합회도 출범했다. 경기연합회는 80여개 경기 소재 스마트제조 기술 기업이 참여하는 민간 협의체다.
경기연합회 관계자는 “기업 간 연대 기반 구축에 대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는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중소기업중앙회와 LG CNS가 AI 확산을 위한 상생협력 업무협약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AX 전환 화두 기업 간 '상생'
AX 전환을 위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움직임도 활발하다. 중기중앙회는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 CNS, 메가존, 포스코 등이 참여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의 AI 전환을 지원하면서 공급망 경쟁력을 높이고, AI 솔루션 확산과 제조 데이터 확보, 동반성장까지 이끌어 낼 수 있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설루션에 따라 AI 스마트 공장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대기업이 기술과 솔루션을 제공하고 중소기업이 제조 현장에 AI를 적용하는 상생형 AX 모델은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협력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참고서와 교과서, 학원 교재 등을 출판하는 프린피아는 출산율 저하로 인한 학생 수 감소, 다품종 소량 생산, 단납기 요구 등 시장 환경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생산성 향상, 공정 불량률 개선, 운반동선 감소, 보관공간 확보 등 실적으로 연간 7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프린피아는 AX 기반 지능형 인쇄 혁신도 추진할 예정이다.
의정부 소방전기 전문기업 지에프에스도 이 사업으로 연간 1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물류 통로를 직선화 해 작업 동선을 33% 단축했고 간이 자동화로 감지기 생산성을 2배로 향상했다. 검사 시간도 10분의 1로 줄였다.
최근 열린 제4회 중소벤처기업연구 통합학술대회에서는 중소기업 AX 확산을 위해서는 개별 기업에서 업종 생태계 중심으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수진 중기중앙회 혁신정책실장은 “조직화된 업종별 네트워크와 공동사업 경험을 보유한 협동조합을 활용하면 공통 AX 수요 발굴 - AI 모델 공동 개발·실증 - 성과 확산 및 사후관리를 연결하는 AX 확산모델 수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원근 기자 lwg1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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