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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창간 19주년/디지털통화 시대②]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속도...韓 제도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사업은 은행, 카드, 핀테크, 디지털자산 거래소, 결제 인프라 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반면 핀테크와 디지털자산 업계는 은행 중심 구조가 혁신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본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창간 19주년/디지털통화 시대②]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속도...韓 제도화...

[디지털투데이 오상엽 기자] 디지털통화 주권의 핵심으로 스테이블코인이 떠오르면서 국내에서도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누가 발행할 수 있는지, 준비자산은 어느 수준까지 요구할지, 감독 권한은 어디에 둘지를 포괄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 금융당국, 한국은행, 업계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어 빠른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디지털자산기본법은 2024년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이후 시장 구조 전반을 다루는 2단계 입법으로 진행 중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발행과 유통, 공시, 스테이블코인, 사업자 규율 등 산업 전반의 제도 틀을 만드는 성격이 강하다.

당초 국회와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올해 1분기 내 입법 완료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정부안 제출이 지연된 데다 6.3 지방선거와 하반기 국회 원 구성, 정무위원장 교체 가능성까지 맞물리면서 법안 처리 시점도 불투명해졌다.

현재 국회에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들이 계류돼 있지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 상정 여부와 실제 처리 가능성은 여야 협의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입법 공백이 길어질수록 사업 추진과 투자 판단이 어려워진다고 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사업은 은행, 카드, 핀테크, 디지털자산 거래소, 결제 인프라 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어떤 사업자가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는지는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행 주체 놓고 은행·비은행 이견

가장 큰 쟁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다. 현재 논의되는 안중 하나는 은행이 지분 50%+1주 이상을 보유한 컨소시엄에 발행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51% 룰'이다.

한국은행은 금융 안정성과 통화정책 유효성을 이유로 은행 중심 발행 구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에 가깝다. 스테이블코인이 민간 영역에서 대규모로 유통될 경우 은행 예금 기반 금융 구조와 통화정책 전달 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원화와 1대1로 연동되는 민간 디지털통화가 사실상 지급수단처럼 쓰이면 중앙은행의 통화 관리 권한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반면 핀테크와 디지털자산 업계는 은행 중심 구조가 혁신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본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안정성뿐 아니라 지갑, 결제, 정산, 송금, 플랫폼 연동성이 중요하다.

실제 이용자가 쓰는 서비스 접점은 은행보다 핀테크와 플랫폼 기업에 가까운 만큼 비은행 사업자 참여를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 일각에서도 은행에 발행 권한을 과도하게 집중하면 기존 금융권 중심의 폐쇄적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비은행권까지 발행을 허용할 경우 자금세탁 방지, 이용자 보호, 준비자산 관리, 파산 시 상환 책임 등을 어떻게 통제할지 별도 장치가 필요하다.

결국 발행 주체 논의는 '안정성'과 '혁신성'의 균형 문제로 압축된다. 은행 중심 구조는 금융 안정성을 확보하기 쉽지만 시장 진입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 비은행 참여 확대는 경쟁과 서비스 혁신을 촉진할 수 있지만 감독 부담이 커진다.

◆준비자산 의무, 이용자 보호의 핵심

스테이블코인의 신뢰를 좌우하는 또 다른 쟁점은 준비자산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원화나 달러 등 법정통화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다. 이를 위해 발행사는 이용자가 언제든 상환을 요구할 수 있도록 현금, 예금, 국채 등 안전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문제는 준비자산의 종류와 비율, 보관 방식이다. 준비자산을 100% 이상 보유하도록 할지, 일부를 단기 안전자산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할지, 고객 자산과 회사 자산을 분리 보관하도록 할지 등이 모두 쟁점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스테이블코인 규제는 준비자산 투명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발행사가 충분한 자산을 보유하지 못하면 대규모 상환 요구가 발생했을 때 가격 연동이 깨질 수 있다. 이는 이용자 피해뿐 아니라 결제망과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에서도 준비자산 공시와 외부 감사, 정기 보고 의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스테이블코인이 단순 투자 상품이 아니라 결제·정산 수단으로 쓰일 경우 발행사의 재무 건전성과 준비자산 운용 내역은 사실상 지급 인프라 안정성과 직결된다.

다만 준비자산 요건을 과도하게 엄격하게 설계하면 신규 사업자 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핀테크와 중소 인프라 기업은 대규모 준비자산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발행사는 은행 중심으로 제한하되 핀테크와 거래소는 지갑·결제·유통 역할을 맡는 분업 구조가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감독권은 금융위냐 한은이냐

감독 체계를 둘러싼 논의도 쉽지 않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한 금융규제 체계 안에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와 지급결제 영역에 걸쳐 있어 한국은행의 역할도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위는 사업자 인가, 영업행위 규제, 이용자 보호, 불공정거래 대응 등 시장 감독 기능을 맡을 수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지급결제 안정성과 통화정책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대규모로 유통되면 민간 발행 디지털통화가 예금과 현금을 대체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중앙은행 권한 범위를 어디까지 둘지도 쟁점이다. 한국은행이 발행 구조와 준비자산 요건에 직접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할지 지급결제 안정성에 한정해 감시 권한을 부여할지에 따라 제도 설계가 달라진다.

업계에서는 감독 주체가 명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와 한국은행의 권한이 겹치면 사업자는 중복 규제에 직면할 수 있다.

반대로 권한 배분이 불명확하면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와 투자, 송금 기능을 동시에 갖는 만큼 단일 감독 체계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거래소 지배구조 규제도 변수

디지털자산기본법에는 스테이블코인 외에도 거래소 지배구조 문제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 보유 한도를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거론돼 왔다. 특정 대주주에게 수수료 수익과 시장 영향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디지털자산 거래소가 향후 핵심 금융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만큼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본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지분 제한을 통해 이해상충을 줄이고 시장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업계는 지분 제한이 경영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거래소는 기술 투자와 보안, 해외 진출, 신규 서비스 개발에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사업이다. 대주주 지분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책임 경영이 약화되고 해외 사업자와 경쟁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발행과 유통 기능 분리도 논의 대상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거래소나 지갑, 결제 인프라까지 동시에 운영할 경우 이해상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반대로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발행, 유통, 결제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이 문제는 향후 은행, 핀테크, 거래소, 플랫폼 기업 간 제휴 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발행과 유통을 엄격하게 나누면 컨소시엄 구조가 복잡해지고 규제를 완화하면 특정 사업자의 시장 장악 가능성이 커진다.

◆글로벌은 속도전, 국내는 조율 단계

국내 논의가 지연되는 사이 해외에서는 디지털자산 제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담은 지니어스법(GENIUS Act)과 디지털자산 시장 구조를 다루는 클래리티법(CLARITY Act)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니어스법은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한 뒤 추가 입법 절차를 남겨두고 있고 클래리티법은 상원 심사 일정이 잡히며 시장 구조 규율 논의가 이어지는 흐름이다.

유럽연합(EU)은 MiCA 체계를 통해 디지털자산 발행과 서비스 사업자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MiCA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조항이 2024년 6월30일부터 적용됐고 전체 규정은 2024년 12월30일부터 적용됐다.

글로벌 빅테크와 금융사도 움직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코인 발행을 넘어 AI 에이전트 결제, 기업 간 정산, 국경 간 송금, 토큰화 자산 거래와 연결되고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글로벌 결제 인프라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법안 통과를 기다리기만 하지는 않고 있다. 은행권은 컨소시엄과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의 협력을 준비하고 있고 핀테크와 거래소는 메인넷, 지갑, 결제망, 정산 인프라 확보에 나서고 있다. 법이 확정되기 전부터 시장 선점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입법 공백이 길어질수록 국내 기업의 선택지는 줄어들 수 있다. 제도가 불명확하면 대규모 투자와 사업 구조 확정이 어렵다. 반대로 글로벌 사업자는 이미 달러 기반 인프라를 앞세워 국내 시장과 연결 고리를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발행만 허용한다고 시장이 만들어지는 구조가 아니다"며 "준비자산 신뢰, 결제 인프라, 지갑 서비스, 유통망이 함께 갖춰져야 실제 사용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법안 논의가 늦어질수록 기업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먼저 움직일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시장 주도권도 갈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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